내란을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리는 범죄자의 사정이 아닌, 파괴된 민주주의의 회복에 온전히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기도 이후 443일 끝에 사법부는 ‘내란우두머리죄’에 대해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귀연 판사가 내린 선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행간에는 헌법적 가치를 바로세우려는 단호함은 보이지 않고 범죄자의 개인적 사정을 고려하려는 태도가 위태롭게 혼재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형이 선고되었으나, 그 논리적 근거를 뜯어 보면 법과 원칙보다는 절충에 기댄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판결문 곳곳에 드러난 표현들은 향후 공범들의 죄를 감경해 주거나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위험성 까지 내포하고 있다.
지귀연 판사의 시선은 철저히 개별 피고인의 행위와 정황에 매몰되었다. 그는 ‘행위와 책임의 비례’라는 형사법 원칙을 내세워 상명하복의 위계 구조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집요할 만큼 촘촘히 따져 보았다. 문제는 이런 정밀함 이 결과적으로 범죄자들에게 숨구멍을 열어주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독소 판시는 비상계엄 선포 자체를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대목이다. 이는 계엄 선포를 포함한 당일의 모든 행위를 민주주의 파괴를 목적으로 한 ‘내란’으로 규정한 이진관 판사의 논리는 물론, 계엄 자체가 위헌·위법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과도 배치되는 퇴행적 조치다. 또한 노상원 수첩의 증거 효력을 부인하고 쿠데타 결심 시점을 뒤늦게 잡은 것 역시, 외환 혐의 등 중대 범죄를 ‘정상적 군사 활동’으로 세탁해줄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것은 앞서 한덕수 재판을 맡았던 이진관 판사의 판결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당시 이진관 판사는 내란을 개별 범죄의 집합이 아닌 ‘헌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했다. 국가기관의 마비와 국민적 혼란을 양형의 최우선 가중 요소로 삼았으며, 피고인들의 국가 안보 라는 변명을 절차를 무시한 자의적 판단 이라 일축했다. 향후 유사한 헌정 유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법적 경종을 울리는 ‘헌법 수호의 보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것이다.
오늘의 판결로 쿠데타 세력 청산이 일단락되었다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지귀연 판사가 판결문 속에 교묘히 녹여낸 비틀린 근거들은 향후 상급심에서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
무기징역이라는 결론에 가려진 ‘미완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이제 2차 종합특검팀의 역할에 달려 있다. 65세 고령이나 국민 통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범죄자들에게 관대한 양형이 선고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법리는 범죄자의 사정이 아닌, 파괴된 민주주의의 회복에 온전히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