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로그인   회원가입   초대장  
모니터링&뉴스레터   페투미X사회혁신
페투미X사회혁신   서비스 소개   아카이브   이야기   이용 안내
페이지투미는 사회혁신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일주일에 3번, 메일로 발송해드립니다.

link 세부 정보

정보 바로가기 : 좋은 음악은 사랑과 같다

좋은 음악은 사랑과 같다
[사람들]
내게 음악은 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하루를 채우는 공기와 같고, 때로는 말없이 곁을 지키는 친구와도 같다. 나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클래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애호가도 아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가능하면 늘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일 뿐이다. 집에 머무는 동안이면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 놓는다. 오래된 빈티지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최신 기기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는 묘한 온기와 시간의 깊이가 담겨 있다. 나는 주로 클래식을 듣지만, 때로는 재즈도 즐긴다. CD플레이어로 듣기도 하고, 라디오를 켜기도 하며, LP 턴테이블에 바늘을 얹어 아날로그의 숨결을 느끼기도 한다. 듣는 방식도, 듣는 장르도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음악이 내 삶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악이 없었다면 나의 일상은 훨씬 메마르고 단조로웠을 것이다. 몇 해 전,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동지 한 사람이 내게 한 권의 책을 선물로 주었다. 그 책이 바로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이다. 처음에는 그저 음악에 관한 대담집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이것이 단순한 음악 이야기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인간과 삶을 바라보는 깊은 대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가 1년여에 걸쳐 일본, 하와이, 스위스 등 여러 장소에서 나눈 긴 인터뷰를 엮은 것이다. 그 시간과 공간의 축적이 이 책에 고스란히 스며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형식에서부터 드러난다. 그것은 일방적인 강의도 아니고, 음악 이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교과서도 아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차분하게 나누는 대화의 기록이다. 이 대화는 때로는 가볍게 흘러가고, 때로는 깊은 사유로 침잠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음악을 사랑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위치에 서 있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삼아 질문을 던진다. 그의 질문은 때로는 엉뚱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음악의 본질을 향한 날카로운 감각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그는 왜 같은 곡이 지휘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리는지 묻는다. 왜 어떤 연주는 마음을 울리고, 어떤 연주는 그렇지 못한지 궁금해한다. 악보는 동일한데 결과는 왜 이렇게 다른가 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음악을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해석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오자와 세이지의 이야기가 빛을 발한다. 오자와 세이지는 음악을 설명할 때, 이론적인 언어보다 경험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는 악보를 ‘읽는 것’보다 ‘듣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 듣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귀로 소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음악을 느끼는 과정이다. 그는 음악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다룬다. 악보는 그저 출발점일 뿐이며, 실제 음악은 연주되는 순간에 비로소 탄생한다고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음악은 인간의 투쟁과 해방의 드라마를 담고 있다. 요하네스 브람스의 작품에서는 구조의 치밀함 속에 숨겨진 따뜻한 감정을 읽어낸다. 그리고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에서는 삶 전체를 끌어안으려는 거대한 서사를 발견한다. 이러한 설명은 단순한 음악 해설을 넘어, 하나의 세계관을 제시한다. 음악은 소리의 조합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깊이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리듬’에 대한 두 사람의 공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글을 쓸 때 리듬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문장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일정한 호흡과 박자를 가지고 흘러야 한다. 독자는 그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이 점에서 글쓰기와 음악은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오자와 세이지 역시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리듬을 꼽는다. 그는 리듬이 살아 있지 않으면 아무리 정확한 연주라도 생명력을 잃는다고 말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두 사람은 ‘리듬’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깊이 연결된다. 하나는 소리로, 다른 하나는 문장으로 세계를 표현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동일한 흐름이 존재한다. 그것은 인간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의 박동과도 같은 것이다. 결국 좋은 음악과 좋은 글은 모두 이 보이지 않는 리듬을 어떻게 살려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음악을 듣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음악을 배경으로 소비한다. 일을 하면서 틀어 놓거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장치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 책은 음악을 그렇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로서 마주할 것을 요청한다. 음악은 단순히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한 곡을 반복해서 듣고, 서로 다른 연주를 비교하며, 그 안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끼는 과정 속에서 음악은 점점 더 깊어지고 풍성해진다. 또한 이 책은 음악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오자와 세이지는 자신의 성공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는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세계적인 지휘자라는 위치에 있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경험을 통해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 이해는 다시 그의 연주에 반영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어떤 분야에서든 진정한 깊이는 단기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축적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이다. 음악을 듣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고 나쁨의 감각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섬세한 차이를 느끼게 되고, 그 차이가 주는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은 마치 한 사람을 오래 알아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음악들이 새롭게 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곡을 들어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치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음악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주는 통로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의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오자와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조금이라도 더 많이 ‘좋은 음악’을 이 세상에 선사해 주시길 진심으로 희망한다.” 이 문장은 단순한 덕담이 아니다. 그것은 음악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깊은 인식에서 나온 말이다. 좋은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열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연결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공유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음악은 사랑과 같다고. 사랑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듯이, 좋은 음악 역시 우리를 이전보다 더 깊은 존재로 이끈다. 그것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확장시키는 힘이다. 이 가뭇한 시대에, 우리는 종종 마음이 메마르고 관계가 단절되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음악은 그 사이를 조용히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곡들을 하나씩 찾아 들어보는 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신과 세계를 다시 연결하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음악이 왜 사랑과 닮아 있는지, 그리고 왜 우리는 그 둘을 끝내 포기할 수 없는지 말이다.박철 시민기자 pakchol@empas.com


최근 3주간 링크를 확인한 사용자 수

검색 키워드


주소 : (12096) 경기도 남양주시 순화궁로 418 현대그리너리캠퍼스 B-02-19호
전화: +82-70-8692-0392
Email: help@treeple.net

© 2016~2026. TreepleN Co.,Ltd. All Right Reserved. / System Updated

회사소개 / 서비스소개 / 문의하기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