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후협상 전략 재정비…무역·금융·원조 연계 검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EU가 기후 외교에 무역 금융지원, 개발원조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Unsplash
지난해 제30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30)의 외교적 실패를 계기로, 유럽연합(EU)가 국제 기후 협상 전략을 대폭 개편할 방침이다.
EU는 기후 협상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무역과 금융 지원, 개발 원조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리적 규범과 책임을 앞세운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인센티브 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향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등 국제 기후 협상에서 무역 협정, 금융 지원, 개발 원조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내부 문서 형태로 검토 중이다.
화석연료 합의 실패… 실질 성과는 제한적
지난해 11월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COP30은 미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바뀐 기후정치의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준 회의로 평가된다. 기후정상회의 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부재 속에서 각국 정상들의 참여도 저조했고, 공통 합의문 발표나 성과도 부실했다.
회의 결과, 개발도상국의 기후 적응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기존 대비 세 배로 확대하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화석연료 사용 감축이나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글로벌 약속은 도출되지 않았다.
EU와 기후 취약국들은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사용 감축을 합의문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반대로 관련 문구는 최종 합의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EU 회원국들은 협상 막판에 공동 퇴장 가능성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이 기후 협상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EU는 중남미 등 다른 국가들과 연대했지만, 협상 막판에는 사실상 고립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로 인해 COP28에서 합의됐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문구를 넘어서는 진전은 이뤄지지 못했고, 감축 목표를 강화하거나 이행 시점을 앞당기는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2026년에 이뤄질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 는 호주가 협상 수석을 맡게 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을 상대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무역·금융 연계 전략 본격 검토
EU 내부 문서는 무역과 개발 협력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점이 협상장에서 EU의 입지를 강화하고 인센티브를 형성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기후 협상에서는 개발 원조, 금융 지원, 무역 접근성을 보다 명확히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U의 다수 무역 협정에는 이미 기후 및 저탄소 에너지 관련 조항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 체결된 EU-인도 무역 협정에는 인도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5억 유로(약 8600억원)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기후 협력을 경제·통상 관계와 직접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EU 기후장관들은 오는 키프로스 회의에서 이 같은 전략 전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U 순환의장국인 키프로스 정부는 국제 기후 협상에서 EU의 역할과 효과성을 강화하기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제31차 당사국총회(COP31)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 기후 협상이 점차 거래적인 성격을 띠는 상황에서, EU가 기존의 도덕적 리더십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실질적 인센티브를 결합한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