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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중대재해처벌법도 맥 못 추는 ‘산재 왕국’

중대재해처벌법도 맥 못 추는 ‘산재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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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언론인, 보건학 박사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만들어 시행한 지 4년이 훌쩍 지났다. 참으로 어렵게 탄생된 법이었다. 2018년 12월 어느날, 공기업인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하던 스물넷의 김용균은 새벽에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숨졌다. 그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다른 산재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국회 본관 계단에서 중처법 제정을 촉구하며 집단 농성을 했다. 이들은 나중에는 20여 일간 목숨 건 단식까지 벌였다. 마침내 노동자의 피와 땀이 스며든 이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21년 1월이었다.   27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 씨의 어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27. 연합뉴스 중처법 불구 산재사고사망만인률 영국의 10배 최고 경영자의 힘은 기업 규모를 따질 필요도 없이 모든 일터에서 강력하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똑같다. 중대재해를 낸 사업체의 최고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게 만들면 당사자인 사업주들이 일터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는 노동자 사망사고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다. 중처법 제정의 취지였다. 김미숙 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대한민국 일터의 변화는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사업주들을 독려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일터 중대재해의 성격과 원인, 그리고 산재 지표가 이를 증명한다. 산업재해에 관심이 큰 이들은 일터의 중대재해 수준을 산재 사고 사망만인율로 가늠한다. 사망만인율은 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 비율을 말한다. 세계 최고의 산업안전(직업안전) 선진국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영국은 0.03~0.04 수준이고 독일은 0.07~0.11, 일본은 0.12~0.13이다. 한국이 영국보다 10배, 독일과 일본보다 3~4배 더 높다. 치욕적인 우리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이다. 물론 이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산업 업종의 비율, 즉 사고 위험이 큰 건설업과 제조업 등이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이 우리가 영국 등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우리는 산업안전보건 후진국이라 할만하다. 중처법은 산재 왕국에서 탈출하기 위한 우리 나름의 몸부림이었다. 한데 이 법의 약발이 우리 일터에서 먹히지 않는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줄어야 하는데 줄지 않는 사고사망만인율은 왜? 최근 우리의 연간 산재 사고 사망자수와 사망사고만인율을 살펴보면 이를 더욱 명징하게 알 수 있다. 중처법은 제정 1년 뒤인 2022년 1월 27일 시행됐다. 처음에는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됐고 2년 뒤인 2024년 1월 27일부터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에도 적용됐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직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9년과 2020년, 2021년의 연간 사망자와 사망만인율은 각각 855명(0.46), 882명(0.46), 828명(0.43)이었다. 시행 뒤 3년간을 보면 2022년 874명(0.43), 2023년 812명(0.39), 2024년 827명(0.39)이었다. 이 수치는 산재보험에서 인정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사망만인율만 보면 법 시행 후 약간 나아진 듯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를 법의 효과라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 법 시행 이전에도 사망만인율은 꾸준히 하향 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를 더 정밀하게 분석하면 지난 20년간의 사고사망만인율은 2~3년 갈지자걸음을 하다 어느 해를 기점으로 0.03~0.04가량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 통계에서 보면 2019~2020년은 0.46이었고 2021~2022년은 0.43, 2023~2024년은 0.39이다. 지난 5년간 겨우 0.07 낮아졌다.   2020년과 2022년 연간 사망자가 많이 늘었음에도 만인율은 전년과 그대로인 것은 통계 산출의 분모인 산재보험 가입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목표대로라면 이 기간에 적어도 0.12 이상 낮아졌어야 한다. 다시 말해 중처법이 애초 목표로 한 것을 적용하면 2024년에는 0.34 정도로 낮아졌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0.39에 그쳐 중처법의 작동 효과를 말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2025년 사고사망 만인율이 0.32 밑으로 떨어지고 연간 사망자도 700명대 초반 정도가 되어야 이 법의 효과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공식통계를 정부가 발표하지 않았으나 지난해 발생한 중대사고를 보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있지 않고 서류에만 박제된 안전보건 정부는 중처법 시행을 계기로 산재 예방의 패러다임을 일터 규제‧감독 위주에서 위험성 평가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자기규율 체제로 바꾸었다. 특히 중소기업에도 중처법이 적용되던 2024년에는 건설·제조, 추락·끼임 등 사고 다발 부문에 특히 중소기업이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했는지 지도·점검하는 특화점검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중대재해 발생 시에는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이중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 추진에도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다시 일터 안전보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중소기업에 안전 장비와 설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지원, 시설융자에 연간 1조 원 가까운 돈을 쏟아부은 지 10년이 가깝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는 그리 높지 않다. 산재 사망 사고 수치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헛돈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도한 비용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산재 예방 지도원이 중복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또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이른바 TBM을 아예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하는 일터가 여전히 많다. 안전보건 교육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말을 잘 알아듣고 말하도록 교육하는 사업장도 거의 없다. 언제 어디서 안전과 관련해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교육을 받아도 몸에 배지 않은 노동자도 부지기수다. 안전보건은 현장에 있지 않고 서류에 박제돼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다. 비치만 되어 있을 뿐 아무도 읽지 않는다. 과감하고 효율적인 예산 투입, 종합 시스템 마련 필요 이제 새로운 발상을 하자. 우선 연간 수십억 원에 불과한 정부와 산재예방 공공기관의 안전문화 홍보 비용을 연간 1천억 원 이상으로 끌어올리자. 중소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안전보건 비용의 1조 원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고용노동부, 기획예산처, 청와대, 국회, 정당 등이 모두 하나가 되어 이런 발상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일터 사업주와 노동자, 국민의 안전문화 의식이 높아지고 안전문화가 각인된다. 그 문화의 힘은 분명 더 나아진 수치로 답할 것이다. 또한 어느 하나의 수단만으로 산재 예방을 효과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용, 시스템, 행정, 적절한 자원 분배, 안전 문화, 교육, 법, 법 집행, 안전기술 등이 한 용광로에 들어가 잘 섞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따로 논다. 위험의 외주화와 복잡한 하도급 관행,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의 부조화, 현실이 아닌 형식적 서류에 얽매인 판결을 하는 사법부의 관행 등이 각각 산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산재 예방은 종합예술과 같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정책과 법,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이는 ‘산재 왕국’이란 오명의 역사로 계속될 것이며. 이재명 정부도 그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말로만 산재 예방을 강조할 때는 지났다. 이젠 시스템과 예산 투입 지점을 바꿔야 한다. 예방 효과가 날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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