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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대만 국민당 철권 통치 38년의 어두운 역사

대만 국민당 철권 통치 38년의 어두운 역사
[뉴스]
오동진 영화평론가 역사 영화의 관객에는 4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①시대 배경에 대해 잘 알고, 그래서 더욱 공감하는 사람 ②팩트는 잘 모르지만, 영화 내용에 깊이 빠져드는 사람 ③반대로 역사는 좀 안다, 하면서도 영화의 서정성에 둔감한 사람 ④그리고 (최악의 경우로) 과거를 알지도 못하고 현재에도 역사의식이라고는 손톱 만큼도 없는 사람이다. 과거의 역사를 다루는 영화가 타깃 삼는 사람은 ①이 아니라 ②이다. 영화는 역사의 내용만큼이나 그것을 다루는 방식인 스토리 텔링이 내세워지기 때문이다. 극영화가 경계하는 것은 ④의 경우이다. 그건 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①에 해당하는 관객용 영화는 프로파간다 작품이 되기가 십상이며 그래서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것이 낫다. ④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극우 편향이다. 이들에게 영화는 그다지 소용이 없다. 대만 역사 몰라도 그 잔혹했던 시절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대만 영화 이야 말로 ②의 관객들을 겨냥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상당수가 1953년에 주인공 아웨(방욱정)의 오빠 아윈(증경화)이 사탕수수밭에 숨어 지내고 있는 것이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쫓기거나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임을 알게(느끼게) 한다. 오빠 아윈은 1954년 총살당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거기에는 경찰의 악랄한 고문이 개입됐다는 것을 알게 하며 당시 사람들 모두를 공포에 떨게 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결국 1950년대의 대만에 극악한 공포정치가 실시됐고 그 공포의 계엄령이 무려 38년간 지속됐음을, 대만이 지닌 잔혹한 역사의 서사를 직시하게 만든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결이 지금의 대만 사회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한다. 대중이 스스로 자각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영화가 추구하는 시대혼(魂)이다. 은 바로 그런 작품이다. 영화 은 대만 남부, 시골 마을들이 모여 있는 자이 시(市)의 집에서 무작정 가출해, 총살당했다는 오빠 아윈의 시신을 찾아 수습하기 위해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는) 타이베이 중심가의 ‘극락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한 어린 소녀 아웨의 눈물겨운 로드무비이다. 만약 이 영화가 195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변사가 거리에 나와 사람들에게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라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했을 정도의 영화이다. 은 어두웠던 시대를 살아온 대만인들, 한국인들, 심지어 중국 대륙인들, 전 세계 관객들이, 말 그대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신파 역사극이다.   억압 받고 죽임까지 당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나 전쟁과 내전(국공내전)의 광풍이 훑고 지나 간 타이베이 거리에서 아웨를 만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극락 장례식장? 아휴 거기 먼데. 근데 거기는 왜 가려고?” 묻고, 아웨의 총살당한 오빠 얘기를 늘 있는 일이거니, 이제 뭐 새로운 얘기도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반응한다. 그 와중에 아웨를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인신매매범들도 있고 아웨가 지니고 다니는 오빠 시계를 헐값에 사려고 단체로 사기 치는 인간들도 나온다. 그중 한 명이 대륙에서 넘어 온 자오공다오(가위림)인데 그는 썩 정의롭지는 않아도 그나마 양심은 있는 인간으로, 거의 유일하게 아웨를 돕는 인물로 나온다. 특이한 것은 아웨는 본성인이고 자오공다오는 외성인인데 1950년대 초에 이런 조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관계임에도 지배-피지배의 계급 관계라는 것 자체가 자오공다오 – 아웨 같은 무산자(無産者)에게는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을 웅변처럼 보여준다. 가진 게 없는 사람들, 억압받고 고문받아 죽임을 당하는 사람들은 계급과 민족, 심지어 인종, 나이, 남녀, 노소의 차이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사건이 시작되는 1953년은 반공의 기치를 내 건 장개석 국민당 정부의 악랄한 독재 정치가 기승을 부리던 때이다. 대만은 1947년, 이른바 ‘2.28 사건’을 겪었는데 중국 공산당 정부에 밀린 장개석 일파가 대만에 자리를 잡고 점령군으로서 양민을 학살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의 ‘광주’를 생각하면 된다. 대만의 원래 주민, 곧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본성인(本省人)이라 불렀으며 (일본 패망 후 대만이 장개석 정부에 반환됐을 때 행정구역인 대만성(省)으로 편입된 게 이 말의 기원이 됐다) 국민당 정부 사람들, 대륙에서 넘어 온, 영화 속 자오공다오 같은 사람을 외성인(外省人)으로 불렀다. 제주 4.3과 흡사한 의 3만 명 학살 대만의 어두운 역사는 외성인들이 본성인들을 일제에 이어 지배했다는 것이며 그 잔혹성이 일제를 뛰어넘었다는 데에 있다. 국민당 외성인 정부는 1947년 2.28 사건 이후 대만 민중들에 더욱 고삐를 쥐고 1949년부터 1987년까지 무려 38년간 계엄 통치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 최소 5000명 가까이 이유와 근거도 없이 고문사하거나 총살당했고 20만 명 가까이가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체포 구금됐다. 그것이 지금의 대만 국민당의 뿌리이다. 별도로 2.28 학살 당시 희생된 사람의 수는 3만 명에 가깝다. 우리의 제주 4.3과 흡사하다.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의 가 이걸 그린 영화이다) 어디든 악마들은 자신을 반대하는 모두를 ‘빨갱이’로 몬다. 나라는 달라도 수치스러운 역사는 기이하게 같은 맥락의 경박한 궤도를 그린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처럼 반공을 외치던 국민당이 현재는 중국 공산당이 내걸고 있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국민당 출신의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은 시진핑을 방문해 중국과 대만은 분리돼선 안 된다며 악수했다. 반면에 한때 반국민당 연합전선을 위해 손을 잡았던 대만의 민진당은 본성인들의 분리독립 요구 운동을 놓고 중국 공산당과 철저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민진당(민주진보당)은 대만 원주민 출신인 본성인들이 중심인 정당이다. 민진당의 당수는 현재 라이칭더이며 대만 총통이다. 라이칭더는 대만의 분리독립을 위해 철저하게 친미 노선을 걷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은 이 라이칭더를 반중국 외교전에 이용하고 있다. 대만의 정치학은 실로 복잡하며 영화 은 그 모든 아우라를 한 소녀의 순애보로 그려 내는 수작이다. 안개로 흩어져 버린 물방울의 이야기 ‘대몽(大濛)’   주인공 아웨의 오빠 아윈은 미대생으로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농부의 아내였던 어머니로부터 타이베이로 보내 공부시켰더니 ‘망가졌다’는 얘기를 듣는 젊은이이다. 사탕수수밭에 숨어 지내던 그는 동생 아웨에게 물방울 동화 얘기를 들려준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타이베이에서 무희로 살아가는 누나 아샤(탕위치)에게 감옥에서 보낸 편지로 (변주되어) 전해진다. 강에 사는 두 물방울이 있었어. 두 물방울은 매일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저 높은 곳의 세상은 어떨까 부러워했어. 이름은 쯔위와 아비야. 쯔위가 먼저 하늘의 구름이 되었어. 쯔위는 강에 남아 있는 아비에게 말했어. 우리 함께 세계여행 하기로 했잖아. 아비는 쯔위에게 자기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하라고 말해. 근데 오후가 되도록 아비는 구름이 되지 못했어. 하늘의 구름은 노을에 붉게 물들었어. 아비는 아름다운 노을빛 구름을 보며 쯔위를 몹시 부러워했대. 구름이 밋밋한 하늘을 화려하게 만들었으니까. 다음 날 아침 아비도 구름이 되었어. 아비는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오르지만, 중간에 멈추게 돼. 아비는 자기가 구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아비는 구름 대신 짙은 흰 안개가 된 거야. 아비는 지나가는 또 다른 구름에 부탁하길, 쯔위한테 자기는 안개가 되었다고 전해 달라해. 그 구름은 쯔위가 비가 되어 이미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답해. 쯔위가 돌아오게 되냐고 묻자 구름은 쯔위가 사명을 다했다고 말해. 사명이 뭐냐고 아비가 물어. 구름은 사명이란 언젠가, 어딘가에서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 이라고 답해. 안개는 구름이 되지 못해 슬펐어. 그러나 때가 되자 안개는 흩어져 버렸어. 결국 아비는 그가 되고 싶었던 그 풍경의 일부가 되지 못했지.” 우리가 들었던 안개의 전설 중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얘기이다. 언니 아샤는 여동생 아웨에게 남동생 아윈이 쓴 동화의 제목을 이렇게 말한다. 대몽(大濛)”이야. 대몽은 이 영화 의 원제이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모두가 풍경이 되는 길 아웨가 찾아다니는 ‘극락 장례식장’은 자신들이 죽인 지식인, 학생, 민중들의 시신을 돈을 받고 내주는(매장이나 화장비, 운구비용 명목으로 당시 돈으로 시신 한 구 당 천 원을 받았다. 가족들에게 돈이 없어 시신을 팔지 못하면 병원에 실험용으로 팔았다) 곳이다. 영화는 국민당 정부가 이 ‘사업’을 독점하며 사람들의 또 다른 피눈물을 뽑아냈음을 기록해 내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고문 기술자 판춘(진이문)이란 캐릭터는 우리의 이근안을 연상케 한다.   영화 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사회를 바꾸든, 정치를 개선하든, 그 모든 일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내게 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이 진정한 혁명이고 진정으로 모든 사람이 세상(풍경)의 일부가 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종종 이런 역사·사회적 리얼리즘의 영화를 올리곤 한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미디어가 가장 역사·사회적일 때가 있다. 흥미로운 세상사이다. 원제가 인 영화 은 2025년 대만의 금마장 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볼 수 있다.오동진 ohdjin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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