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투데이/0726] 한주이 강원문화발전소 대표 [교육] 청년들과 지역 문화 발굴…지역공동체 활성화도 추진 원인동은 지역 내 대표적인 구도심이다. 중앙시장이 활기를 띠던 1980년대에는 대표적인 부촌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도심에 택지가 들어서고 혁신·기업도시로 젊은 층이 대거 이동하면서 상당 부분 활력을 잃은 상태다. 10여 년 이상 진행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척이 나지 않아 빈집도 많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노년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 강원문화발전소 협동조합(대표: 한주이, 이하 강원문화발전소)은 원인동에서 생활문화 프로젝트를 펼쳤다. 거주민을 위한 문화 강좌를 열기도 하고 청년들과 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벌이기도 한 것. 대표적인 사업이 지난 2019년 진행한 '할매밥상'이었다. '할매'들이 선생님이 돼서 요리강좌를 진행한 프로젝트로, 청년들은 이때 배운 요리 비법을 책으로 출간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노인들은 삶의 활력소를 찾을 수 있었고 청년들은 문화활동가로서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청년과 노인이 세대 간 벽을 허물고 한걸음 씩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2017년 추진한 '수작과 함께하는 공예놀이' 프로그램도 지역사회에 귀감이 됐다. 60대 여성들에게 공예와 미술을 지도해 전시회까지 개최했던 것. 원주에서 60세 이상 중·장년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많지 않아 추진한 프로그램이었다. 팔찌, 열쇠고리, 켈리그라피, 컵 받침 등을 만들며 장년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강원문화발전소는 청년활동가, 전문예술인, 생활문화활동가들이 주축이 돼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2016년에 창립했는데 2018년엔 도내 1호 청년 마을기업에 등록됐다. 지역공동체 활성화 공로로 지난 2일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한주이(44) 대표다. 그는 '생활이 문화다'란 컨셉으로 지역 문화를 발굴하고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년이나 경력보유 여성을 문화활동가로 양성하기도 하고, 전문예술인에게 무대나 전시공간을 빌려주기도 한다. 강원문화발전소가 지난 2019년에 오픈한 카페 'SUM짓'은 지역 청년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영위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대표가 강원문화발전소 초대 대표이사를 맡게 된 계기는 주변의 권유 때문이었다. 2015년 중앙시장엔 다양한 상권 활성화 사업이 추진됐다. 그중에서도 지역 예술인들이 청년 상인과 협업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로 인해 공연, 미술, 공예, 연극, 문화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시너지가 창출됐다. 한주이 대표도 중앙시장이 원주미로예술시장으로 안착하는 데 이바지했다. 그는 "당시 저를 비롯해 전문 문화예술인들이 머릿속이 '멍한 충격'을 받았다"며 "반신반의했던 청년들과의 콜라보가 이렇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줄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중앙시장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맺음하자, 여기저기서 문화·예술 전문법인을 설립하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지역 예술인들과 청년 상인들이 문화 활동에 대한 갈망을 표출했던 것. 당시 한 대표는 경력보유 여성들과 함께 시민예술창작소 '수작'을 운영했는데, 그 구성원들도 지역 문화단체를 설립해 주길 바랐다. 대여섯 달 동안 이어진 끈질긴 구애 덕택에 2016년 4월 강원문화발전소가 창립됐다. 한주이 대표는 "법인 등기엔 조합원 15명이 등재되어 있지만, 강원문화발전소와 연계 활동을 하는 지역 단체는 50여 곳이 넘는다"며 "중앙동주민자치위원회,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지역 경로당 등과 협력해 생활문화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문화발전소의 탄생은 무엇보다 전문예술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힘이 됐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할매밥상과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하고, 전문예술인으로부터 지도를 받아 공공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던 것. 한 대표 자신도 정부나 강원문화재단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주해 강원문화발전소의 활동 영역을 넓혔다. 대부분 재개발 지역과 같은 원도심에서 프로그램을 운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동체 활성화는 물론 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예술 역량도 증진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한 대표는 협동조합이 설립된 이후부터 늘 경영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 강원문화발전소를 안정적인 법인으로 만들려고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하던 사업들은 다 포기했다.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은행 대출도 여러 번 받았다. 그는 "처음 협동조합을 하면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며 "강원문화발전소의 성공을 염원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아직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진 못했다. 하지만 처음에 강원문화발전소를 설립하면서 품었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원주다운', '원주스러운' 문화를 발굴하고 누릴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 강원문화발전소 자체가 원주의 키워드로 정착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 단체가 성장하려면 내부 구성원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한주이 대표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전문적인 활동을 하신 분들, 원주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분들, 심지어는 평범한 시민들까지도 우리와 함께 원주다운 문화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