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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민주주의를 고도화하는 다모클레스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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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대폭발’이 일어날 여러 조건들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민주주의 대폭발이 일어나야만 경제대국과 군사대국을 넘어 사회대국이자 문화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말하는 민주주의 대폭발은 광장집회를 더 열심히 하자거나 전국 방방곡곡에 민회를 더 촘촘하게 조직하자는 식의 얘기가 아니다. 나는 자발적으로 모인 광장이나 민회에서 표출되는 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도깨비 방망이라고 믿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직접민주주의자가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숙의와 전문성을 갖춘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은 여전히 필수불가결할 뿐 아니라 이것을 먼저, 최대치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 현실주의자다. 그럼에도 내가 강력한 직접민주주의 3대 권리(국민발안권, 국민거부권, 국민소환권)의 도입을 역설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금의 고장 난 대의민주주의를 고쳐서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 유일한 길이자 시민들의 집단의지와 집단지성을 더 발휘하게 만들 유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의제가 애써 외면하거나 질질 끄는 중대정책사안을 일반시민이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로 최종 결정하거나, 시민의회나 공론조사 등 추첨숙의민주주의 방식에 따라 심층 학습과 토론을 거친 깨어 있는 시민들의 권고를 받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모습은 각급 대의정부와 선거의회가 이런 일이 빈발하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 깨어 있고 유능한 모습으로 민의를 존중하며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다모클레스의 검 이 필요한 이유 지금 우리의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선출된 권력자들이 유권자를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면 당선된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다음 선거까지 4년 동안 누구에게도 견제 받지 않는 특권의 성채이다. 그 안에서 그들은 민심을 배반해도, 무능해도, 직무를 유기해도, 부패해도 안전하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원이 입법독점권을 갖기 때문에 본인과 소속정당의 권리와 의무도 스스로 정한다. 나는 이것을 국회의원의 ‘셀프입법특권’으로 명명한 바 있는데 국회의원의 셀프입법특권은 징계면제특권과 임기보장특권, 장관겸직특권 등 국회의원이 합법적으로 누리는 온갖 파생특권을 만들어낸다. 이 안락한 성채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직접민주주의라는 다모클레스의 검 이다. 생각해 보라. 언제든 유권자들이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거나 외면해온 입법안을 직접 만들어서(국민발안) 국민투표에 붙여 통과시킬 수 있고 임기 중에 국회의원을 소환선거를 조직하여 국회의원을 파면(국민소환)할 수 있다면 국회의원이 감히 민심을 거스르거나 부패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 독단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정부여당이 독단적인 입법을 밀어붙였을 때, 국민이 거부권(국민투표)을 행사해서 그 정책이나 입법을 폐기할 수 있다면 권력자가 지금처럼 오만할 수 있겠는. 다시 강조하지만 시민의 직접민주주의적 권리는 대의권력자들의 목을 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딴짓하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기 위한 강력한 긴장기제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형형색색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4.12.14 연합뉴스 긴장감과 시너지의 대폭발 내가 예견하는 민주주의 대폭발 은 포퓰리즘이나 비능률의 대폭발이 아닌 선거대의민주정의 최고의 효율을 향한 제도적 진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진화는 다음 두 가지 조건이 결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첫째, 선출엘리트의 특권 해체다. 법률과 제도로 겹겹이 쌓아 올린 그들만의 특권 보호막을 걷어내야 한다. 둘째, 시민의 직접 통제권 확보다. 선출직을 견제하고 정책을 주도할 실질적 권한을 시민의 손에 쥐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시민의 직접통제권 확보가 없이는 대의엘리트의 특권해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통제권 확보가 우선이다. 만약 원 포인트 개헌이 가능하다면 최우선적으로 국민의 개헌안/입법안 발의권을 확보해야하는 이유다. 이 두 조건이 만날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엘리트 대리인들은 비로소 긴장할 것이다. 권력남용이나 직무유기는 내부징계나 국민소환을 부를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민심을 읽고 정책을 다듬는 데 최대한 유능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이려 애쓸 것이다. 대통령과 지자체장은 시대난제를 시민의회나 공론조사에 맡겨 심층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애쓸 것이고 국회와 지방의회는 국민발안권과 국민거부권을 획득한 국민과 선의의 입법경쟁에 내몰릴 것이다. 법관도 시민배심원이나 시민법관과 함께 시민눈높이에서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을 내릴 것이다. 이것이 직접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로 보강된 대의민주주의의 모습, 즉, 직접민주정과 추첨민주정이 보강된 선거민주정이라는 3종 혼합 민주정이 작동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도 달라진다. 4년에 한 번씩 선거로 대리인을 뽑고 나머지 시간에는 구경꾼 노릇만 하던 형식적 주권자의 자리에서 벗어나 언제든 국가나 지자체의 중대정책사안에 개입 권한을 가진 실질적인 주권자로서 집단지성과 책임감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시민은 엘리트가 놓친 문제를 발굴하여 의제로 던지고(국민발안), 엘리트의 독주를 막아 세우며(국민거부),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할 것이다(국민소환). 한마디로 직접민주주의와 추첨민주주의는 무능하고 오만하며 부패한 선거대의제를 유능하고 겸손하며 청렴한 선거대의제로 혁신하기 위한 필수 처방이다. 더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주의를 위하여 지금은 일반시민의 역량이 엘리트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압도하는 시대다. 주권자 시민에게 직접민주주의 권리를 주는 것은 선거대의제가 민심과 동떨어진 엘리트 과두정으로 전락하지 않고 늘 민심을 의식하고 두려워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이다. 이는 대의권력자의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검을 드리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중대사안에 대한 심층민심 파악에 필요한 추첨민주주의까지 적절하게 보강될 때 엘리트는 시민을 두려워하며 유능해지고 시민은 엘리트를 통제하며 지혜로워지는 세상이 올 것이다. 시민과 엘리트 사이의 건강한 긴장과 협력의 시너지야말로 내가 확신하는 ‘민주주의 대폭발’의 진짜 모습이다. 이는 지금까지 G7 선진국 어디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이다. G7국가 중 직접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시중인 나라는 없다. 독일이나 이탈리아는 명목상 제도는 있으나 실효성이 없어서 활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연방차원에는 직접민주주의제도가 없는 반면 일부 주에서는 국민발안권, 국민거부권, 국민소환권이 전부 또는 일부 활발하게 운용되지만 대기업의 정치후원금 허용법제 때문에 대기업의 놀이터로 오남용되는 측면이 두드러진다. G7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 원조로서 대의민주정에 대한 시민통제와 투명성 수준을 강화해온 결과 시민의 민주주의 신뢰도와 효능감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러나 아직 추첨민주주의 활용에서 앞서가지 못하고 시민의 사법참여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서구의 대표적인 OECD, EU 국가들은 지난 60년 넘게 비례대표제와 다당제, 내각책임제를 해오며 권위주의나 독재체제로 빠지지 않고 나름대로 정치안정과 민주발전을 이룩해왔으나 근자에는 극우정당의 부상과 미국의 독주 앞에서 몹시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규모 외국이주민문제와 이질적인 이슬람문화충격, 나토안보동맹의 약화위협에 직면한 이들 나라의 시민들이 엘리트 과두정에 종말을 고하고 민주주의 대폭발을 이끌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권위주의나 배타주의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소선거구 양당제에 기초한 미국과 영국 정치의 지리멸렬과 미국의 권위주의와 패권주의 경향 노골화는 미국과 영국에 대해서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해준다. 선거민주정과 직접민주정, 추첨민주정 등 3종 혼합 민주정의 도입으로 민주주의 대폭발의 길을 가장 먼저 열어젖힐 역량과 열정을 두루 갖춘 주권자는 우리 국민이 세상에서 유일하다. 우리 국민은 난공불락의 높은 담장을 여러 번 손에 손 잡고 넘었던 여러 차례 집단승리의 경험 덕분에 기성시스템이나 권력엘리트집단에 주눅 들지 않았다. 세계는 지금 기후재앙과 인공지능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을 수 없는 대전환기에 와 있다. 지금의 위태로운 인류사적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 대폭발과 집단지성의 힘으로 지구와 세계를 위한 쇄빙선이 되어 보다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새 항로를 개척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역사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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