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 어디로 가는가 [뉴스] 12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입법 공청회에 농협개혁추진단 공동 단장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출석해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그 옆에 이선신 시민기자(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6.5.12 연합뉴스
필자는 지난 8일 한국농업방송(NBS)이 주관해 진행한 ‘100분 토론(농협법 개정의 쟁점과 방향)’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한 데 이어 12일에는 국회 농림해양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가 주관한 ‘농협법 입법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유튜브에서 ‘농협법’을 검색하면 그 내용을 시청할 수 있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청회 진행을 주관했고, 민주당 의원들(문금주 의원, 문대림 의원, 송옥주 의원, 임미애 의원, 임호선 의원)과 진보당의 전종덕 의원이 참석해서 진술인들의 의견을 듣고 질의응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사자(농협)의 참관을 배제한 폐쇄적 공청회를 규탄한다”며 전원 불참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회의 ‘농협법 입법공청회’에서 오고간 얘기 일부를 전달하고자 한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농협의 운영에 문제점과 개선해야할 사항이 많다는 데 공감한다. 개혁의 필요성 및 취지와 방향에 동의하지만, 개혁의 방법에는 이견이 있다. 지금 당정이 추진하는 개혁방안에는 불합리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개혁의 추진은 법리에 합당하게 합리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로 ‘감사위원회를 독립법인으로 신설하는 방안’과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 변경방안(1110명인 전체 조합장이 선출하는 현행 방식을 187만 명인 전체 조합원이 선출하는 방식으로 변경)’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의 변경은 ‘사단법인 운영의 법리’에 위배되고, ‘결사의 자유(단체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농협이 지닌 제반 문제점들이 제도의 잘못에서 온 것인지 운영(사람)의 잘못에서 온 것인지 그 원인을 명확히 진단한 후에 개혁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의 의견 진술을 들은 후 국회의원들이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문대림 의원은 현재 농협조직의 문제가 제도의 문제 또는 운영(사람)의 문제 중 어디서 초래된 것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진술인의 의견에 공감한다. 개혁에 실수가 없도록 위헌 소지 등 법·제도 간의 충돌이 있는지 여부를 포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송옥주 의원은 조합원이 개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큰 그림(Big Picture)’이 제시돼야 한다는 진술인의 의견에 공감한다. 절차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에서 모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반면 윤준병 의원은 법리와 정합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어서 농협법에 ‘조합원을 회원으로 볼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농협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이 선출하도록 하는 것이 ‘결사의 자유(단체활동의 자유)’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현행 농협법은 중앙회장 선거권을 조합장에게 부여하고 피선거권을 조합원에게 부여함으로써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가 불일치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본다. 중앙회장 선거권을 조합원에게 부여하려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필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필자는 1988년 농협법 개정 시 조합장·중앙회장 직선제를 도입할 때 중앙회장 입후보 기회를 넓게 부여하는 것이 유능한 인재를 구하는 데 용이하고 농협법 취지에 합당하다고 국회가 판단해서 중앙회장 피선거권을 조합장이 아닌 조합원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중앙회장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가 법상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윤준병 의원은 나는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가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하지는 말자”면서 필자에게 더 이상 추가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윤준병 의원의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는 일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공직선거(대통령선거 등)에서도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상법상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주주총회에서 선출할 때에도 주주들은 대표이사를 반드시 주주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대표이사를 선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주주가 아닌 자 중에서도 얼마든지 대표이사를 선출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선거권자는 주주이지만 피선거권자는 주주가 아닌 자도 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도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는 불일치한다. ‘어떤 조직의 구성원들이 그 가운데에서 어떠한 사람을 뽑는 제도’인 호선제(互選制)에서만 선거권자와 피선거권자가 일치하는 것이다. 윤준병 의원이 필자의 위헌 소지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내세운 논리에 중대한 법적 흠결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든 결국 이날 법안소위에서 농협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법안이 농해수위 전체회의로 넘어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날 전체회의가 22대 국회 전반기 마지막 회의였기에 농협개혁법안의 전반기 농해수위 통과는 사실상 좌절됐고, 농협법 개정 논의는 하반기 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이어서 농협법 개정이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이 12일 서울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연 농협개혁입법 촉구 농민·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6.5.12 연합뉴스
그런데, 불과 이틀 후 이재명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상황을 바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농협은 농민의 권익을 지키고 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막중한 책무를 갖는다”며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일부 임직원의 비리 때문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온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농민의 땀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농협을 한시바삐 농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려드려야겠다”며 조합원 주권이라는 관점에서 지배구조를 조속히 개선하고, 민주적 통제 강화 등 정상화 조치 역시 차질 없이 신속하게 완수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협이 농업 발전과 농민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는 ‘진짜 농협’으로 확실히 거듭날 수 있도록 조합원 직선제 같은 관련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언급이 있자 지난 21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업인 조합원과 국민께 드리는 글’ 발표를 통해 농협은 농업 발전과 농민 삶의 질 향상에 ‘진짜 농협’이 돼달라는 대통령의 말씀과 시대적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민주적이고 책임 있는 선거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갑작스러운 농협중앙회의 입장 변화에 일선 조합장들과 조합원들 중에는 당혹스러워 하면서 불만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종래에 농협중앙회는 줄곧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가 불합리하다며 반대해 왔고 대다수 조합장들과 조합원들도 이에 반대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 수용 의사를 표명하면서 과도한 선거비용 부담은 조합원 지원 재원의 감소로 이어지는 만큼 선거공영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선거공영제의 도입 등 정부의 선거비용 부담은 법적 타당성 논란 등이 수반될 것이기에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의 정치화, 조합원 간 갈등·반목 등 선거후유증, 포퓰리즘 선거, 당선자의 제왕적 권한, 불법선거 빈발 등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고 특히 위헌 소지 등 법적 문제점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고려하면, 비록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조합원 선출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긴 했지만 향후 입법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고, 제도 도입 후에 초래될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도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차 단체인 연합회(federation)의 수장을 그 연합회의 구성원인 1차 단체(elementary organization)의 대표들이 아니라 1차 단체의 전체 조합원들이 선출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러한 독특한 제도의 도입이 자칫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중앙회장 전체 조합원 선출제’를 반대하는 학계의 합리적인 논거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특정 단체(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의 일방적 주장에 이끌려 정부와 국회가 입법을 추진하는 현실이 매우 개탄스럽다. 향후 농협 개혁이 산으로 갈게 될지 강으로 가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그것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효과가 염려스럽다. 다른 협동조합들(수협, 신협, 중소기업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에서도 중앙회장을 전체 조합원이 선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왜냐하면, 농협은 우리나라의 다양한 협동조합 중에서 맏형 격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면 농협법의 개정이 다른 협동조합법들의 개정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 경우가 대단히 많았다. 따라서, 이번 농협법 개정도 다른 협동조합법들의 개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충분히 예견된다. 여러 협동조합법들 간 규정 내용의 불일치는 헌법상 ‘평등권 침해’라는 위헌성 주장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한편,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과 한농연(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각종 농업단체의 전국 대표는 물론이고 향후 입법될 전국농업회의소 대표도 모두 전체 회원들이 직접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공적·사적 단체들의 전국 단위 선거가 빈번하게 시행될 경우에는 막대한 선거비용과 행정력 낭비가 초래될 것이고 사회가 온통 선거로 혼란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와 국회는 향후 예견되는 각종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농협법 개정과 함께 추진해야 할 것이다.이선신 시민기자 goodbelief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