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폐기물 6200만톤 시대…EU 규제 강화에 리퍼비시 시장 ‘급부상’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공식 수거율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U는 순환경제법으로 제조사 책임을 크게 강화했고, 글로벌 IT 기업들도 리퍼비시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27일(현지시각) 영국 지속가능성 전문매체 에디(edie)에 따르면, 세계 전자폐기물 통계 파트너십(GESP)의 ‘Global E-waste Monitor 2024’ 보고서는 2022년 전 세계 전자폐기물 발생량이 6200만톤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나 플러그가 포함된 전자기기 폐기물의 관리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환경청(EEA)은 수거센터와 운송 인프라가 부족해 폐기물 상당수가 불법 투기되거나 통계에서 누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공식 수거율은 40.6%에 머물렀고, 이 중 문서화된 수거·재활용은 22.3%에 불과했다.
전자기기 판매율이 증가하면서 전자 폐기물도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폭증에 비해 수거율 및 재활용률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 출처=unplash
EU 규제 강화…리퍼비시 전략 부상
EU는 순환경제법을 통해 전자폐기물(WEEE) 지침을 전면 개정하며 제조사에 디지털 추적과 확장생산자책임(EPR)을 강화했다. 2030년까지 전자폐기물 수거율을 65%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태양광 패널·풍력 터빈 등 신규 품목도 적용 대상에 포함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전제로 한 구조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화된 규제 환경 속에서 글로벌 IT 기업들은 조기 폐기 감소와 순환 전략을 결합한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레노보, 14개국서 인증 리퍼비시 서비스 출시
글로벌 IT 기업 레노보는 지난 11월 14개 유럽 시장에서 ‘Lenovo Certified Refurbishment Services’를 출시했다. 리퍼비시는 사용하던 기기를 회수해 결함을 점검·수리하고 성능을 복원해 다시 투입하는 절차로, 단순 중고 재판매가 아니라 제조사 기준에 맞춘 재정비 과정이다.
레노보는 이 방식을 통해 기존 기기를 내부 재사용하거나 재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B2B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신규 구매 부담을 줄이면서 IT 예산을 효율화하고 전자폐기물 발생도 낮출 수 있다.
서비스는 라이트 리프레시부터 부품 교체, 완전 리퍼비시까지 단계별 옵션을 제공한다. 데이터 보안 절차와 제조사 인증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됐으며, 램(RAM) 업그레이드를 통한 성능 보완도 가능하다. 고성능이 필요한 업무나 AI PC 등은 신규 기기로 배치하고, 리퍼비시 기기는 일상 업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달 압박을 줄이는 구조다.
레노보(Lenovo)의 수거 기기 70%가 재사용·재활용되는 글로벌 사례가 EU 기업 지속가능 전략의 모델로 부각된다./ 출처=레노보 홈페이지
레노보 EMEA 솔루션·서비스 부문 그렉 스미스 전무는 유럽 기업들은 혁신 속도나 비용 증가 없이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할 실질적 방안을 찾고 있다”며 인증 리퍼비시 서비스는 IT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자원을 최적화하면서 지속가능한 조달 목표를 충족시킨다”고 말했다.
레노보 조사에 따르면 전자제품 사용기간을 30% 연장할 경우 연간 탄소 배출을 최대 20% 감축할 수 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개선된 자재 관리와 감축·재사용·회수 조치를 통해 중공업 부문에서 연간 최대 2억3100만톤의 CO₂를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글로벌 기준으로 레노보가 수거한 기기의 70%는 이미 재사용되거나 리퍼비시되고 있다.
이번 서비스는 EU 순환경제법, 유럽 그린딜,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한 기업들의 실질적인 대응 수단으로도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