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와 이진숙 발언으로 돌아본 헌법 표현의 자유 [뉴스] 5·18이 성역이 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병태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사퇴했다. 사진은 지난 4월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병태 부위원장 모습. 2026.7.6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9일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들이 광주제일고와의 청룡기 대회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혐오 구호를 외쳐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허용돼야 한다”면서 표현의 자유는 틀리고 엉뚱하고 거짓된 말도 사회가 허용하라는 기본권”,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표현의 자유)을 부인하는 것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폈던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이병태 부위원장이 청와대의 엄중한 경고와 사퇴 권고를 받고 지난 6일 스스로 물러났다.
그런데 그는 당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임의 변을 통해 임명권자와 정부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판단과 자진 사퇴 권고에 따라 고심 끝에 부위원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며 정치적 민감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태도로 받아들여진다.
(총리급 예우를 받는)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과 사퇴 권고를 한 대통령에게 오히려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읽힐 수도 있어 아주 실망스러웠다.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5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 선서한 뒤 인사말하고 있다. 2026.6.5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성군)은 지난 5일 스타벅스가 5·18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문구를 리번에 적어 배재고 정문 앞에 응원 화환을 보냈는데, 이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배재고에 보낸 화환 사진을 게재하며 이재명 정권은 생각에도 ‘수갑’을 채울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민주세력’의 추정으로 ’스타벅스 가야지‘가 광주 5·18 모욕이라고 단정하고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을 징계한다면, 그들은 생각에 수갑을 채우는 짓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의 발언 내용에 대해 문제점을 두 가지만 간략히 지적하려고 한다. 첫째, 이 의원이 배재고에 응원 화환을 보낸 행위는 사실관계를 오도하는 것이고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이어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의원은 아마도 스타벅스와 5·18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이러한 인식은 다수 국민들의 인식 내지 사회적 통념에 배치된다. 배재고 야구단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의 구호를 외친 것을 다수 국민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혐오적 표현으로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비판 여론이 빗발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런 사정이 전혀 이해가 안 되고, 비판 여론을 제기하는 국민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인가? 지난 5월 26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고, 지난 6일 배재고 야구부 선수 36명 전원과 일부 학부모, 교직원 등 86명이 광주를 방문해 이번 사안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윤리 의식과 역사 인식 부족으로 드러난 사례로 받아들인다”며 직접 공식 사과한 것을 이 의원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어쩌면 이처럼 공감능력이 부족할 수 있단 말인가. 국회의원이란 중요 공직자가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없는 터무니없는 개인 생각을 공공연히 표명하는 무모한 용기가 놀랍고 개탄스럽다.
둘째, 그의 발언이 매우 잘못된 인식과 전제에서 나왔으며, 헌법 규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배재고의 응원 구호에 대해 다수 국민들이 부적절하다며 비판하는 것은 이 의원이 말하듯 생각에 ‘수갑’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인이 모인 공개된 야구경기장에서 집단적으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부적절한 구호를 외침으로써 그들의 생각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다.
‘생각의 자유’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양심의 자유’의 영역에서 다뤄지는 사안이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양심의 자유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내면적 기초가 되는 각자의 윤리의식과 사상을 자유로이 형성하고 또 그것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당하지 아니할 자유와 더불어 그 윤리의식이나 사상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말하며, 당연히 ‘생각의 자유’를 포함한다.
그런데 이 양심의 자유는 양심이 외부에 표명되는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을 받지만 내심(內心)의 작용으로 머물러 있는 이상 제한을 받지 않으며, 그 제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법학계의 기본 입장이다. 부연하자면, 생각의 자유 즉 양심의 자유에 대해 ‘수갑’을 채우는 일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기에 앞서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생각(양심)을 외부에 표명할 경우에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해당되므로 여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 표현의 자유는 정신적 자유권의 핵심인 것이고 민주사회의 초석이 되므로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하지만, 절대적인 자유는 아니다.
즉,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서는 아니 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여서는 아니 되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도덕률에 위반해서도 아니 된다. 여기에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한계가 있으며, 이 내재적 한계를 위반한 표현의 자유는 그 자유를 남용한 것이 된다. 헌법 제21조 제4항도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표현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무제한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자유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배재고 야구단이 ‘스타벅스 가야지’ 등의 부적절한 응원구호를 외치며 말과 행동으로 표현한 행위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이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하고 합리적이며, 법적으로도 합당하다. 이진숙 의원이 지적하듯이 생각의 자유에 ‘수갑’을 채우는 것”이 절대 아닌 것이다.
이진숙 의원의 프로필을 온라인에서 찾아봤다. 경북대학교 영어교육학 학사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석사의 학력을 갖고 있고, 오랫동안 언론계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대전MBC 대표이사 사장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의 고위공직을 역임했다. 이런 높은 학력과 경력을 지닌 이 의원이 ‘양심의 자유’의 영역과 ‘표현의 자유’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하고 함부로 공개적인 조롱과 비판을 행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고 실망스럽다.
바라건대, 이병태 전 부위원장과 이진숙 의원 외에도 중요 공직자들은 어떤 언행을 공개적으로 표할 때 그 합리성과 합법성 여부를 사전에 신중히 고려해 주기 바란다. 자칫 국민 여론을 오도하고 혹세무민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이선신 시민기자 goodbelief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