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미국, 이란산 석유 제재 한 달간 해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스콘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0일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한 달간 한시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월 16일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는 베센트 장관. 2026.3.16. AP 연합뉴스
미국이 ‘미국-이란 전쟁’으로 치솟은 국제유가를 억제하기 위해 최대 1억 4천만 배럴 분량의 이란산 원유 판매를 한 달간 한정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20일(현지시각)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현재 해상에 발이 묶여 있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 해 대다수 국가들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매우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조치를 승인했다 고 밝혔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발급한 일반면허에 따르면, 미국 뉴욕 시간으로 20일 이후 선박에 실린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한 판매가 4월 19일까지 허용되며, 미국으로의 수입도 포함된다.
20일부터 한 달간 1억 4천만 배럴 시장에 추가 유입?
베센트 장관은 현재 중국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여 비축하고 있다”며 이런 공급량을 일시적으로 세계 시장에 풀면 약 1억 4천만 배럴의 원유가 (추가로) 유입돼 이란으로 인한 공급 압박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9일, 중국 홍콩 칭이항의 석유 터미널에 정박한 중국 국적 유조선과 그 뒤로 보이는 칭마대교의 모습. 2026.3.19. 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본질적으로는 이란산 원유를 역이용해 유가를 억제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에 1000만∼14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는 시장을 약 3주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베센트 장관은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4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시장에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이런 노력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혼란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관된 전략 없는 즉흥적 이란 공격 상징하는 조치
그러나 미국이 전쟁 대상국인 이란에 가한 경제제재 조치까지 이처럼 스스로 완화하는 것은, 트럼프 정권의 이번 이란 공격이 얼마나 일관된 전략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12일의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완화에 이은 것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 완화도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하는 우르라이나를 침범한 러시아의 수입을 증대시켜 우크라전쟁 수행을 지원하는 꼴이어서, 트럼프 정권의 전략 부재를 비판하는 지적들이 나왔다.
트럼프 정권은 이란 공격 직전에 준비없이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이란의 호르무즈 헤햡 봉쇄 등으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보기관과 군이 경고했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이런 제한적인 제재 해제가 국제 유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불확실하다.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은 미국의 제재를 회피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전문가들, 제재 일시 완화조치 효력에 의문
에너지 분석가들은 이미 해상에 있는 원유의 대부분은 이미 구매되어 거래가 완료된 상태이므로, 제재 해제가 시장에 상당한 추가 공급량을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재 면제에도 이란산 원유를 북한, 쿠바, 그리고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으로는 판매하지지 못하도록 한 금지조치는 계속 유효하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주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제재 면제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제 은행들이 이란산 원유 거래를 즉시 지원할지는 불확실하다며 ”우선 대부분의 원유 물량이 이미 예약되어 있어 공급 자체가 문제이고, 또 어떤 국제 은행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이란산 원유 거래에 자금을 지원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고 한 올리버 와이먼의 파트너이자 전 재무부 관료였던 대니얼 태너바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조치는 이미 운송 중인 원유로 엄격히 제한되며 새로운 구매나 생산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베센트 장관은 이번 제재 해제로 이란은 경제적 이득을 거의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은 어떠한 수익에도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며, 미국은 이란과 이란의 국제 금융 시스템 접근 능력에 대해 최대 압박을 계속 유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11월 중간선거 의식한 유가 억제 시도
이처럼 미국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마저 해제하고 나선 것은 전쟁이 3주째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고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앞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고, 전략비축유 1억7천200만 배럴도 방출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방출하기로 한 초기 물량 8600만 배럴 중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4500만 배럴이 이날 방출됐다.
하지만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12달러를 넘겼고, 미국의 휘발유 소매 가격도 4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이란은 자국산 원유 제재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더 판매할 원유가 남아있지도 않다 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란 석유부 대변인은 엑스에 현재 이란은 해상에 남아있는 원유가 없고 다른 국제시장에 공급할 물량도 없다”며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은 구매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일 뿐 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