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안] DL이앤씨 8번째 사망사고, 현장 작업지시 있었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부산 연제구 아파트 공사현장 사망 사고와 관련해 답변하고 있는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와 차승열 KCC ESH(환경안전보건) 위원장 / 사진 = 국회 인터넷 생중계 갈무리.
[데일리임팩트 권해솜 기자] 지난 8월 발생한 DL이앤씨 부산 연제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작업 지시한 사실이 없다던 DL이앤씨의 주장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현장 실무자 SNS 단체 대화방 내용을 공개하고 증인으로 참석한 마창민 DL이앤씨 대표를 압박했다.
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고 전날과 당일 DL이앤씨가 지시했음을 재확인했으며,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마 대표에게 고인의 유족을 만나 공개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법 시행이후 8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DL이앤씨의 마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또 차승열 KCC ESH(환경안전보건) 위원장을 부산 연제구 아파트 신축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부산 연제구가 지역구인 이주환 의원은 마 대표와 차 위원장을 상대로 “이번 사망 사고를 두고 DL이앤씨와 KCC가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실망스러웠다”며 “국정감사이니만큼 국민들께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며 질의를 시작했다.
이 의원은 마 대표에게 “지난해 안전대책 강화 방법을 찾아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더니, 그 말이 무색하게 올해 벌써 3건의 사건으로 사망자가 4명이나 됐다”며 “창호 작업을 하려면 추락 방지를 위해 최소한 벽에 고정된 앵커에 안전벨트를 하는 등 혹시 모를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가 있는 게 맞냐”고 물었고, 마 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은 차 위원장에게 “창호 작업을 할 때 ‘고위험 작업을 한다’고 통보받거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혹은 안전관리자가 고위험 작업 등에 대해서 교육하는 절차가 있냐”며 이번 사건의 경우는 어땠는지 물었다.
차 위원장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 의원은 “기록이 없냐”며 몰아붙였고, 차 위원장이 “진행한 것으로 보고 받았으나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사건 당일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전관리자 없이 근로자 3명만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추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마 대표와 차 위원장에게 사고 당일 창호 교체 지시 작업을 했는지를 물었다. 마 대표는 “당일 창호 교체 작업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했고, 차 위원장은 “수사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지금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양해 부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두 증인의 답변을 토대로 “양사가 작업 지시를 한 적도 없는데 작업이 이뤄졌다는 결론밖에 안 된다”며 “두 회사 다 현장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망 사고가 난 아파트 현장의 또 다른 시공사 중 하나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창호 AS 작업 절차’를 언급하며, 작업 전 TBM(툴박스미팅: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교육하고 미연에 사고에 대한 방치나 조치 등 하는 작업)에 대해 언급했다. 이 의원이 마 대표에게 “이런 조치가 선행됐다면, 사고 위험은 많이 줄었거나 나지 않았겠냐?”고 하자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마 대표가 수긍하듯 대답하자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전날 KBS 뉴스에 보도된 DL이앤씨 건축 관계 실무자들이 주고받은 단체 대화 내용을 국감장 화면에 공유했다.
이주환 의원(사진 위)이 공개한 DL이앤씨 현장 실무자 단체 대화방 내용 / 사진 = 국회 인터넷 생중계 갈무리.
이 의원은 “카톡방 대화를 보면 DL이앤씨 실무자가 O층 XXX호 파손 분인 거 같은데 내일 마루 시공을 하니까 최대한 빨리 교체 좀 부탁드릴게요. 이어서 독촉 문자도 있다”며 “분명히 지시한 사람은 대림측이고 공사한 사람은 KCC 측, 여기에 안전교육도 동반되지 않았으며, 안전장치도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제대로 된 매뉴얼을 따르기만 해도 사고를 줄일 수 있었는데,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 만전을 기하고, 대책을 수립하기를 바란다”고 두 회사를 대표한 증인에게 당부했다.
이어 이수진 의원은 마 대표에게 “건설 현장에 만연해 있는 다단계 하도급 관행 등을 고려한다면 도급인은 최종 완공까지 수급인 노동자의 안전보건 조치의 의무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하냐”고 물었고, 마 대표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바로 “지난 11일 매일노동뉴스 기사를 보면 창호교체 내지 청소 등을 DL이앤씨에서 요청했다던데 이 부분은 확인했냐”고 마 대표에게 질문하자 이주환 의원에게 “창호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답했던 것과는 달리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관계를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등 물러선 자세로 답변했다.
이 의원은 또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DL이앤씨의 모습에 대해서 법의 단죄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국민들과 유가족, 돌아가신 노동자들께 사과하라”고 했다.
이어 이은주 의원도 추가 질의 시간을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유족을 찾아가 사과한 적은 있느냐”, “노모가 직접 사과를 못 들었다며 우셨다, 사과하실 거냐”고 마 대표에게 물었다. 마 대표가 “기회가 되는 대로 바로 하겠다”고 하자 이 의원은 “지난 4일부터 증인이 출근하는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노모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며 “찾아가서 진심으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했다. 마 대표는 “알겠다”고 말했다.
이날 3시간가량 이어진 환노위 국정감사는 사실상 제대로 된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아 소속 의원들이 그룹 차원의 대표자를 재차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강섭 샤니 대표는 SPC그룹을 대표해 나왔다고는 하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의 윤건영, 김영진, 전용기 의원 등 의원 질의에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증인신문 초반 마스크를 쓰고 소극적으로 국감에 임해 박진 환노위 위원장으로부터 “얼굴 노출 때문에 마스크 쓰는 것은 좋은데 목소리를 작게 하면 마스크를 벗게 하겠다”는 경고성 질책을 받기도 했다.
환노위 의원들은 DL이앤씨에 대해 마 대표가 아닌 이해욱 DL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지난해 마 대표가 국감에 불려오고도 중대재해를 막지 못했다는 논리에서다. 의원들은 종합감사 날에라도 SPC그룹 허영인 회장과 DL그룹 이해욱 회장 등 두 회사의 총수를 불러 제대로 된 답변을 듣도록 해 줄 것을 박 위원장에게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