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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훼손의 참담함 예술로 승화시킨 웅장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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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라는 옛말이 생각나는 전시다. 말을 타다 다리를 다쳤는데 오히려 변방 전쟁에 징집되지 않아 다행이었다는 식으로 이어지는 옛말이다. 사형 선고를 받으신 고 김대중 대통령도 오히려 감옥에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며 독재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살면서 인생은 정말 새옹지마로군, 가끔 느끼곤 한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3월 2일까지 열리는 버틴스키의 추출/ 추상 전시회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버틴스키 ‘추출 추상’ 전 포스터 이미지. 이 사진을 보고 지구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나 반전이 있었다.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 갈무리) 기자가 돌봄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시민단체 상생사회일천인선언  상임대표가 추천했고, 마침 호스피스 봉사를 가는 적십자병원과 박물관이 가까워 전시를 다녀왔다. 캐나다 출신 사진작가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사진작가 전시회에 왜 추상 이란 단어가 들어가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자연의 웅장함을 담은 전시인 줄 알았다. 우리나라 남도 어디에 있다는 황토처럼 독특한 색깔의 큰 강으로 보였다.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반전이 있었다. 폭이 고작 1m 남짓한 산화철로 오염된 개천에 불과했다. 전시는 이런 식으로 인간이 이 지구로부터 추출한 것들이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켰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언뜻 봐서는 사진 같지 않아 보이는 사진도 있었다. 굉장하다는 느낌으로 관람하다 온갖 산업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 곳곳 환경의 처참함을 작가가 엄청난 스케일의 예술로 승화시켰구나 싶었다. 그런데 멋지기도 했다.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지 여러 모로 깨닫게도 된다. 비록 인간의 잘못된 행태로 자연은 처참하게 망가졌지만, 누군가가 새로운 예술을 승화시킬 수 있지 않았는가? 생각하다가 새옹지마와 사형-공부-감사 일화를 떠올리며 정신을 차렸다.   사진작가 에드워드 버틴스키는 이번 전시회를 ‘수명을 다한 폐기물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여정을 따라간다’고 설명한다. 인터뷰 동영상은 전시회 입구에서 상영되고 있다.  전시는 이미 지난해 12월 13일 시작해서 3월 2일까지로 곧 끝난다. 한-캐나다 상호문화교류의해를 기념하는 특별전으로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미술사나 사진사 면에서 어떤 평가를 내리는 전시인지는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겠지만, 웅장한 지구의 풍광을 기대하거나,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거나, 스케일 큰 멋진 전시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하다. 특별전 소개 자료에 따르면, 버틴스키는 고도로 정교한 대형 사진으로 잘 알려진 사진작가다. 공장, 광산, 폐기물 처리장 같은 산업현장을 세밀하게 포착해왔다. 이번 전시 키워드는 ‘추출 extraction’과 ‘추상 abstraction’인데, 한국어는 두운을, 영어는 각운을 맞춰 재밌다. 추출은 지구에서 자원을 취하는 행위를, 추상은 버틴스키 특유의 시각적 미학을 상징한다고 하는데, 포스터에 단적으로 잘 담겨 있다. 산화철로 오염된 그저 작은 개천을 대형 사진을 통해 완전히 다른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런 느낌은 사진과 추상미술에 문외한인 기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전시물. 우리나라 난지도도 누군가가 분명 기록했을텐데, 궁금했다.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과 버킨스키 스튜디오, 미국사진전시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전시의 섹션은 추상, 추출, 제조업과 기반시설, 농업, 폐기물으로 되어 있는데, 섹션 제목은 밋밋했지만 전시물의 스케일이 압도적이다. 며칠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 가보시길. 직접 가서 보고 느끼라는 의미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상세히 싣지 않는다. 서울역사박물관 1층에서는 ‘한글편지, 문안 아뢰옵고’라는 재밌는 전시와 ‘서울 속 미국, 워싱턴 속 대한제국 – 두 공사관 이야기’라는 근대역사 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다. 모두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이 전시물은 꼭 찾아 봤으면 한다. 정말 엄청나고 아름답다. 인간의 자연 훼손에 감사(?)하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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