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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이들을 자유롭게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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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평론가 새로 개봉하는 하프시아 헤르지 감독의 프랑스 영화 은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영화이다.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안 그런 척, 철학적인 면이 강하고 무엇보다 종교성이 배어 있다. 많은 종교가 동성애를 반대하고 있음을 이 영화는 그 반대를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올 상반기 동안 지금까지 개봉된 영화 가운데 가장 성적 긴장감이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성적 수위가 높다는 얘기가 아니며 베드신이나 섹스신이 많이 나온다는 얘기도 아니다. 한 여성이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을 다니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꾸준히 찾아 나가는 이야기인데도 그렇다. 자신은 왜 여자를 좋아하는가. 언제부터 여자를 좋아했는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기독교 성서에서는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남자가 남자를 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 속 주인공 파티마(나디아 멜리티)가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 이슬람 사원의 남자는 그렇다고 여성끼리 좋아하는 것을 쿠란이 허용하지는 않는다, 그건 신의 영역이다, 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그게 왜 신의 영역인지, 이렇게 고민에 빠져 있는 어린 영혼을 구하는 게 더 신의 의지가 아닌지, 성적 취향에 관한 해석과 판단은 신이 아닌 신의 대리자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지를 의심하게 된다. 영화 은 그 같은 성적 (취향의 문제에 대한) 긴장감이 전편에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보수적 알제리 가정에서 자란 여자 아이가 왜 여자에게 끌릴까? 원작은 파티마 다스의 『라 쁘띠뜨 데르니에르(La Petite Dernière)』이다. 파티마 다스의 자전소설로 영화 원제도 같다. 직역하면 ‘마지막 작은 것/가장 어린 사람’이며 영화 내용상 의역하면 ‘막내딸’을 뜻한다. 주인공인 파티마는 집 안에서 막내딸이다. 축구 (하기)를 좋아하고 아침마다 일어나서 조용히 기도드리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위로 있는 두 언니는 (가부장제에서 말하는 식으로) 여성적이다. 파티마가 멋 부리지 않는 것을 두고 자주 타박한다. 알제리 출신의 파티마 집안은 이슬람의 보수성을 그대로 지니고 살아가는 가정이다. 아버지는 늘 소파에 앉아 있거나 누운 채로 주방에서 아이들 식사를 차려주는 아내에게 커피 한 잔 가져오라 마라가 일상이다. 아내가 그걸 불평하면 그는 30년간 똑같은 말을 듣는다고 얘기한다. 이런 집안에서 자란 자기가 왜 남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하게 됐는지 파티마는 이해할 수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여자에게 끌리는 것을 가족 중 누구도 알면 안 되며 그것을 평생 어떻게 감추고 살아가느냐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프랑스 사회는 그것을 감추고 살아가지 않아도 될 만큼 개방적이지만 파티마만큼은 그렇지 않다. 17살 고등학생 아이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종교적 교리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다.   은 말로 하는 섹스의 향연이 넘쳐나는 영화이다. 파티마의 고등학교 남자친구들은 등굣길에 모여서 지난 밤 포르노 매칭 앱 중 하나인 밀프(MILF : Mother I Like Fxxx) 사이트에서 찾은 50대 여성 둘과 즐긴 얘기를 질펀하게 늘어놓는다. 데이트 앱에서 이름을 린다라고 속이고 파티마가 만난 한 여성도 파티마에게 이런저런 성행위의 기술을 설명한다. 다들 거리낌이 없다. 파티마가 성적으로 닫혀 있는 것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정체성이 먼저인지, 성적인 탐닉이 먼저인지, 아니면 사랑이란 감정이 먼저인지, 미성숙한 파티마는 깨닫지 못한다. 파티마가 그 모든 게 사실은 같은 것, 하나의 문제라는 걸 깨닫기 시작하는 것은, 한국계 여자 간호사 지나(박지민)를 만나면서부터다. 구체적인 감정의 대상을 만나고 나서야 파티마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게 될 계절’을 맞이한다. 그러나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가 다 그렇듯이 그게 꼭 잘되리란 법은 없다. 파티마와 지나 역시 시련을 겪는다. 지나는 우울증이 도지고 파티마는 스스로의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게이들 틈에서 해방 기회 찾은 한 레즈비언의 ‘자발적 복종’ 감독 하프시아 헤르지는 파티마의 억압 심리에 대해 영화 중간쯤 나오는 대학 강의 내용으로 설명하려 한다. 몽테뉴의 친한 친구로, 철학자이고 사회사상가였던 에티엔 드 라 보에시의 핵심 철학이 영화 속으로 소환된다. 이른바 ‘자발적 복종’ 이론이다. 인간은 본래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관습과 교육으로 복종에 길들여져서 자발적으로 굴복하고 억압 체제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는 것이다. 파티마에게 이슬람 사원의 남자가 신은 동성애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과 그 종교적 권위에서 파티마가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자발적 복종의 모습에 해당하는 것이다. 파티마는 자신이 해방되기 위해서는 이 자발적 복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깨닫는다. 파티마는 진실로 자신의 사랑을 찾으려 애쓴다. 난장의 레즈 파티, 게이 파티의 여자들, 게이들 틈에서 파티마는 해방감을 얻기 시작한다.   감독 하프시아 헤르지는 시종일관 억압의 굴레에서 가면의 얼굴을 하고 살아가려는 파티마의 무표정한 얼굴을 이어 간다. 파티마는 영화 속에서 거의 웃지 않는다. 그러다 혼자가 되면 눈물을 쏟는다. 그건 어쩌면 수많은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들의 일상 속 표정일 수 있다. 자신들의 성적 정체성을 마음 놓고 드러내며 살아가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차별이 매우 심하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성적인 문제에 관한 한 자발적 복종을 강요하는 관습이 지배적이다. 영화는 늘 그 장벽을 무너뜨리려고 애써 왔으며 은 한 레즈비언의 지난한 애정 행각을 그렸다는 점에서, 반면에 지금껏 남자 동성애자들의 얘기를 그린 영화는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작품이다. 보기 드문 여성영화이자 보기 드문 퀴어 영화이다. 파티마의 무표정과 눈물에는 성적 갈증이 아니라 레즈비언으로서의 일상이 지닌 고립감과 고통이 담겨 있다. 칸영화제가 주목한 것은 외연적인 갈등 요소로 동성애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한 레즈비언의 내면과 의식의 흐름으로 서사를 꾸며 갔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파티마라는 캐릭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으며 그렇기에 주연배우인 나디아 멜리티의 연기가 가장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2025년 칸영화제가 이 작품에 여우주연상을 수여한 이유다. 딸에게 축구 유니폼 만들어주는 엄마, 신보다 낫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싸고 갈등이 만만치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 영화 은 대단히 무겁고, 역설적으로 매우 신선한 이슈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목소리에는 이중의 고리가 겹쳐 있다. 대체로 보수적인 개신교회에서 나오는 주장들인데 그중에는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 이슬람교의 득세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포함된다. 묘하게도 이 은 성 정체성과 종교라는 이중의 이슈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은 이 영화로 새삼 종교와 성적 취향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사람은, 그(녀)가 예수를 믿든, 알라를 믿든,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면 안 되는 것인가. 그에 대한 자발적 복종은 과연 누가 만들어 왔으며 지금도 누가 그걸 만들고 있는 것인가.   매우 격렬한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영화의 톤앤매너는 지극히 고요하고 서정적이다. 언뜻 그 같은 이중의 주제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가, 특히 우리 같은 사회에 던지고 싶은 파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파장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5월 13일에 전국 개봉된다. 예술영화관 중심에서 상영된다. 신이여, 이들을 자유롭게 사랑하게 하소서. 파티마에게 엄마가 주는 선물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녀는 파티마에게 축구 유니폼을 만들어 준다. 세상의 엄마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다. 엄마가 신보다 낫다. 그건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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