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글로벌 대기업 10곳 중 9곳, 탄소크레딧 계속 산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기업들의 내부 감축을 보완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 지속가능투자연구소는 설문조사 결과, 자발적 탄소크레딧이 이미 기업들의 탈탄소 전략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 글로벌 기업 225곳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접근 방식에 따라 이미 크레딧을 구매하는 그룹, 향후 진입을 검토하는 그룹,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그룹으로 명확히 구분됐으며, 각 그룹 간 전략과 인식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현재 자발적 탄소크레딧 구매 기업은 향후 구매량을 좌우할 요인으로 자사 탈탄소 전략의 진척(32%)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가격(12%)과 규제 변화(11%)는 그보다 낮았다. / 이미지 출처 모건 스탠리 지속가능투자연구소
기존 구매기업 90% 이상, 계속 산다”…크레딧을 감축 보완 수단으로 사용
현재 자발적 탄소크레딧을 구매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형 상장사이며, 넷제로 목표가 이미 설정된 곳이 많았다. 이들 가운데 90% 이상이 앞으로도 크레딧 구매를 계속하겠다고 답했고, 다수는 구매 물량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기업에게 향후 크레딧 수요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가격보다 내부 감축 진척도였다. 응답 기업의 32%는 향후 크레딧 구매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사 운영 및 가치사슬 내 감축 진전’을 꼽았다. 이는 크레딧이 단순한 대체 수단이 아니라, 직접 감축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취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실제로 현재 구매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전체 감축의 약 3분의 2를 자사 운영 또는 가치사슬에서 달성할 것으로 봤다. 28%는 전력망 탈탄소화 같은 수단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했고, 남는 7%만 탄소 제거로 처리할 것으로 응답했다.
향후 시장 진입을 계획한 기업은 크레딧 구매량 변화 요인으로 가격(24%)을 최우선으로 꼽았으며, 규제시장 구조 변화(17%), 규제 변화(13%), 파리협정 6조 가이드라인(12%)이 뒤를 이었다. / 이미지 출처 모건 스탠리 지속가능투자연구소
신규 진입기업은 가격·규제·평판에 신중…고품질 크레딧은 공급 부족
반면 향후 자발적 탄소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은 보다 신중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2030년까지 현재 구매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구매량을 예상했지만, 절반 이상이 ‘최종적으로 얼마나 구매할지 가시성이 낮거나 매우 낮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에게는 가격이 가장 큰 우려 요인이었으며, 특히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런 경향이 강했다. 반면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은 규제 명확성을 더 큰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이는 배출 저감에 대한 정책 성숙도와 검증 압력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도 있었다. 비구매 기업 가운데 39%는 가치사슬 내에서 완전한 탈탄소가 가능하므로 크레딧이 필요 없다”고 봤다. 다만 이 그룹은 넷제로 목표 설정 자체가 약했다. 비구매 기업 중 넷제로 목표를 가진 비율은 25%로, 현재 구매 기업(95%)이나 향후 구매 기업(85%)보다 크게 낮았다. 비구매 기업의 약 3분의 1은 넷제로 목표를 세울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44%는 여전히 전략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업종 구성도 차이를 만들었다. 비구매 기업에는 헬스케어 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기업 비중이 낮았는데, 평균 탄소집약도가 낮을수록 자발적 시장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기업들은 스코프3로 이동…평판 리스크 관리 속 고품질 선호 뚜렷
한편 현재 및 향후 구매 기업의 85% 이상은 이미 가치사슬 내부에서 ‘인세팅(insetting)’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인세팅은 공급업체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자연 복원 프로젝트처럼, 배출을 원천에서 줄이기 위한 가치사슬 내 조치를 뜻한다. 이는 기업들이 스코프 3 배출을 점점 더 핵심 과제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티나 라카치 지속가능성·자본시장 총괄은 탈탄소 노력은 더 이상 직접 운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스코프 3가 중요해지면서 경영진은 가치사슬 전반에서 배출 감축과 생물다양성·자연 관리까지 결합한 전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평판 리스크도 여전히 핵심 변수였다. 현재 구매 기업의 절반 가까이는 탄소크레딧을 관리해야 할 주요 평판 리스크로 꼽았으며,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했다. 다만 80% 이상은 평판 리스크에 있어 ‘위험보다 편익이 크다’고 답했다.
수요는 점점 더 고품질 크레딧으로 집중되는 흐름도 확인됐다. 특히 ICVCM의 핵심 탄소 원칙에 부합하는 크레딧에 대한 선호가 커졌지만, 공급은 제한적이었다. 모건스탠리 환경시장 총괄 이언 맥케이는 시장은 2년 이상 고품질 크레딧 쪽으로 이동해 왔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상품과 지불 의사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것은 톤당 15~30달러(약 2만2000~4만3000원) 범위의 자연 기반 해법이며, 공급이 이를 따라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수요 신호 자체는 이미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기업의 기후 전략이 성숙해질수록 자발적 탄소시장이 탈탄소 전략의 ‘중심 축’이 아니라, 내부 감축을 보완하는 ‘보조 도구’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자발적 탄소시장의 장기적 확대 여부는 공급, 기준, 정책 체계가 기업 수요의 정교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