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ESG 동력, 글로벌 규제 압박 이 1순위로...10년 새 31%에서 76% [뉴스]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에 나서는 핵심 동력이 10년만에 ‘성장과 혁신’에서 ‘규제 준수와 생존’으로 완전히 재편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과거에는 평판 관리와 운영 개선을 위한 자발적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지속가능성 공시와 공급망 실사 같은 촘촘해진 글로벌 규제망, 소비자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의무적 조치로 변모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브스캔과 지속가능경영 싱크탱크인 BSR이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현황 2026(State of Sustainable Business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규제 요건 을 기업 지속가능성 활동의 주요 동력으로 꼽았다. 2016년 31%보다 무려 4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이번 조사는 연간 매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이상의 글로벌 대기업에 근무하는 지속가능성 전문가 12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글로브스캔과 지속가능경영 싱크탱크인 BSR이 최근 발표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현황 2026(State of Sustainable Business 2026) 보고서/ BSR
규제 31%에서 76%로…소비자 압력도 두 배
조사 결과, 2026년 기업 지속가능성의 두 번째 동력은 평판 위험과 개선 효과로, 응답률은 60%였다. 2016년 68%보다는 8%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규제와 소비자 요구였다. 소비자·고객 수요를 주요 동력으로 꼽은 비율은 2016년 21%에서 2026년 44%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규제뿐 아니라 납품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환경·인권 기준도 강화됐다는 의미다.
반면 투자자의 관심은 2016년 23%에서 2026년 24%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난 10년 동안 기업 지속가능성에 미친 외부 압력은 투자자보다 규제기관과 고객을 중심으로 커진 셈이다
글로브스캔, BSR 조사/ 글로브스캔
글로브스캔과 BSR은 각국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등 규칙과 기준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비즈니스 기회 창출보다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 역량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 분석했다.
성장·혁신·비용 절감은 일제히 하락
규제의 영향력이 커지는 동안 지속가능성의 사업적 가치를 뒷받침하던 동력은 약해졌다.
‘시장 성장 기회’를 꼽은 비율은 2016년 35%에서 2026년 20%로 15%포인트 하락했다. 제품·공정 혁신은 21%에서 8%로, 예산 및 비용 절감은 13%에서 3%로 떨어졌다.
인재 채용과 직원 참여·유지도 19%에서 12%로 하락했다. 최고경영자(CEO)의 관심을 지속가능성 추진 동력으로 꼽은 응답도 21%에서 14%로 낮아졌다.
이는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의 신사업, 기술 혁신, 생산성 향상과 연결되기보다 공시와 규제 대응 업무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속가능성 전문가와 기업 경영진 사이의 인식 차이도 컸다. 지속가능성 담당자의 77%는 지속가능성을 장기 사업전략의 핵심 동력으로 봤지만, 경영진이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경영진은 지속가능성을 성장 전략보다 위험관리와 규제 준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했다.
지속가능성 전략이 실제 사업전략과 기업 목표 달성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고 답한 비율도 56%에 그쳤다. 나머지 44%는 기여도가 낮거나, 기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지속가능성 부서와 기업 내 다른 부서의 협력도 약화됐다. 조사 대상 16개 기업 기능 가운데 11개 부서에서 지속가능성 조직과의 협업 수준이 10년 전보다 낮아졌다.
반면 법무, 위험관리, 정보기술(IT), 재무 부서와의 협업은 강화됐다. 지속가능경영의 무게중심이 사업개발과 마케팅에서 데이터 관리, 공시, 법률 리스크 대응으로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시 대응 역량은 높지만 투자·예산은 부족
기업들이 가장 자신 있다고 답한 지속가능성 업무도 ‘준법과 공시’였다.
조사 대상 기업의 66%는 지속가능성 공시와 규제 대응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분야로 꼽았다. 기후 목표 설정이 62%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공급망 참여와 기후전환 계획은 각각 35%에 그쳤다. 인권은 28%, 자연·생물다양성은 12%, 정의로운 전환은 3%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목표를 정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량은 갖췄지만, 공급망과 사업모델을 실제로 전환하는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실행 요구는 커지는 반면 투자와 예산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 기업의 90%는 지속가능성 관련 실행 활동을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속가능성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응답도 27%에 달했다.
다음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속가능성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40%는 예산이 동결될 것으로, 25%는 추가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브스캔과 BSR은 기업들이 규제 목록이나 개별 ESG 과제에서 출발하는 대신, 사업 성과와 회복력, 경쟁력에 지속가능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 고 제언했다. 지속가능성을 ‘규제를 지키기 위한 비용’으로만 인식할 경우 경영진의 지원과 장기 투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56%는 앞으로 5년 동안 기업 지속가능성 활동이 더 적고 명확한 우선순위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