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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봄, 서해 군사긴장 방치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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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해상주권을 실제적인 무력행사로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2월1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에도 한미 양국이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여기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불법 무법한 유령선"이라며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군 합참은 "북방한계선은 우리 군의 변치 않는 해상경계선"이라며 "군은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월에는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4월부터 6월은 서해 꽃게잡이 철이라서 접경 수역에 남북 어선과 중국 어선이 얽혀듭니다. 남북이 경계 다툼을 벌이다가 충돌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남북한 사이에 대화가 끊겼고 직통전화 등 위기관리 수단도 없습니다. 국지적 충돌이 전면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염려됩니다. 서해 경계 다툼의 근원과 해법이 뭘까요? 이럴 때일수록 쟁점을 찬찬히 살펴봐야 합니다. 유사시 접경지역 주민을 보호하고 장병이 희생되지 않도록 군사 대비태세도 점검해야죠.  1953년 휴전협상 때입니다. 협상에서 공산군 쪽은 12해리(약 22.2km) 영해를 주장하고 유엔군 쪽은 3해리(약 5.5km) 영해를 주장하며 한동안 맞섰습니다. 미 합참은 군사적 문제만을 논의하고 정치와 영토적 문제를 포함하지 말라고 협상 지침을 내렸습니다. 그로미코 소련 외무차관도 "군사행동 중지에 관한 잠정적인 군사협정은 특별한 절차를 통해 해결되어야만 하는 정치 문제나 영토 문제를 포함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소 양쪽이 복잡한 문제를 젖혀두고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었죠. 양쪽은 7월27일 지상 군사분계선만 설정하고 해상경계선은 합의하지 않은 채 정전협정을 맺었습니다.    올해 1월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한 해안마을 인근에 설치된 해안포의 포문이 열려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으로 포탄 60여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연합뉴스 1953년 8월30일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남북한 무력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에 북방한계선(NLL)을 선언합니다. 한미는 북방한계선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인식해왔습니다. 북한 쪽은 달랐습니다. 1973년 12월1일 제346차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정전협정 어디에도 서해 해면에 '계선'이나 '정전해협'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며 서해 5도 수역을 포괄하는 해면은 자기네 영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비계선', '서해 해상경계선' 이름을 붙여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몇 개의 선을 그어 제시했습니다. 경계에 관한 생각이 다르니 충돌하기 쉽죠. 서해 해상에서는 제1연평해전(1999년), 제2연평해전(2002년), 대청해전(2009년),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이 일어났습니다. 우리 장병만 54명이 전사했죠.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관계가 좋아진 2002년에도 연평해전이 벌어졌습니다. 경계 문제가 얼마나 격렬하며 타협하기 어려운 쟁점임을 알 수 있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7년 10월4일 정상선언문을 통해 새로운 서해 경계 해법을 만들어냅니다. "남과 북은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합의문 조항입니다. 해상경계선을 어느 한쪽으로 정하긴 매우 어렵죠. 대신에 접경지역 일대를 평화적으로 함께 이용하자는 단계적 접근을 택했습니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몇 걸음 더 나아갑니다.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적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북은 몇 달 뒤 9·19 군사합의에 같은 조항을 반영하고, 자세한 추진 방법을 합의합니다. "평화수역에는 쌍방 비무장 선박들만 출입한다. 해군 함정들이 평화수역으로 불가피하게 진입하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에는 상대측에 사전 통보하고 승인하에 출입한다."(9·19 군사합의 붙임 4) 남과 북이 공식 합의 문서에 북방한계선(NLL)을 반영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래 처음입니다. 과거 북쪽은 남쪽이 협상에서 북방한계선을 거론할 때마다 격렬하게 반발했습니다. 합의문 반영은 꿈도 꾸기 어려웠죠. 그러던 북한이 크게 양보했습니다.   지난 2010년 동해에서 열린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9만7천t급)와 한국 대형수송함 독도함 등 함정들이 대열을 형성, 기동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불법 무법한 유령선"이라며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지난 1월에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본인 이름으로 한 약속을 뒤집는 겁니다. 유감스럽죠.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를 선언하자, 북한쪽은 합의 무효화로 응수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9·19 군사합의 효력을 먼저 정지한 것도 실책입니다. 북방한계선을 남북 합의에 어렵게 반영했는데 그 성과를 제 손으로 내던진 꼴이니까요. 봄이 다가옵니다. 서해 긴장 상태를 방치하면 안 됩니다. 남북이 충돌하다가 주민과 장병이 희생되고, 충돌이 확대될 염려도 큽니다. 남북이 접촉해 긴장을 낮춰야 합니다.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을 만든다는 4·27 정상선언과 9·19 군사합의 정신으로 양쪽이 돌아가야 합니다. (참고자료: 김도균 <평화를 향한 도전>(2023), 조성훈 <정전협정>(2014), 9·19 군사합의 등 남북 합의문서) * 이 칼럼은 <뉴스토마토>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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