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칩 부족에 애플도 쩔쩔 …2028년까지 D램 품귀? [뉴스] 한때 천하를 호령하며 막강한 자금력으로 파트너사들과의 협상에서 늘 우위를 점해오던 애플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메모리 칩 부족 현상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요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이 AI 서버용 제품 생산에 주력하다 보니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칩 가격이 크게 올라 제품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미 메모리 칩 제조업체들의 최대 구매자는 엔비디아로 바뀐 상태다. 애플조차 메모리 칩 품귀사태에 사색이 된 마당에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가 지난 해의 4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심지어 적어도 내후년까지는 반도체 D램 부족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 예측이 맞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아울러 몇년 간 벌어들일 초과세수를 정부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왼쪽부터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명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2025.11.16 연합뉴스
아이폰 등 제품 가격 인상 압박에 신음하는 애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메모리 칩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기업 중 하나인 애플조차도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수개월간 메모리 칩 가격이 급등하면서 애플이 과연 제품 가격을 올릴 것인지에 관심이 많았는데, 결국 애플도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팀 쿡 CEO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칩 가격의 엄청난 상승에도 이를 고객에게 전가하지 않고 흡수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제품 가격을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왐시 모한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전에는 아이폰 모델 가격이 100달러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아이폰 프로 모델의 경우 추가로 100달러 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애플 제품은 이미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군에 속하지만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이달 초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올해 출시될 가장 강력한 AI 기능 중 일부는 평균 가격이 1369달러인 고가 모델 3종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의 가격 인상은 다소 굴욕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오랜 기간 칩 공급업체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온 애플도 칩 가격 급등에는 별수 없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애플은 탁월한 공급망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여타 주요 IT 기기 제조업체들에 비해 훨씬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PC와 스마트폰 같은 기기에 필요한 메모리 칩 생산량이 줄면서 메모리 칩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고급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D램 가격이 이번 분기 최대 83%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구매시장에서 갑 중의 갑 은 엔비디아
애플의 입지는 메모리 구매 시장에서 이미 위협받고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를 대량 구매하는 엔비디아는 올해 연간 잉여현금흐름에서 애플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비저블 알파의 컨센서스 추정치는 엔비디아가 2년 내 애플의 연간 잉여현금흐름을 두 배 이상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연초 한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모든 D램 제조업체로부터 수백억 달러 규모의 D램을 직접 구매하는 유일한 칩 회사”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률은 현재 70%대 중반으로, 애플의 40%대 후반에 비해 훨씬 높다. 회계처리 방식에서도 애플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다른 기술기업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위해 메모리를 구매하면 이를 자본지출로 처리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용을 상각할 수 있는 반면 애플은 칩 구매 비용이 매출원가에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 매출총이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소셜 앱 아이콘들이 표시된 스마트폰. 2026.2.3. 로이터 연합뉴스
수직으로 상승 중인 메모리 시장 규모
한편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는 상방이 완전히 열린 채로 커지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메모리 트래커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올해 1500조원 수준으로, 전년(360조원) 대비 4.2배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으로 D램과 낸드(NAND)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메모리 매출에서 서버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7%에서 올해 56%까지 확대돼 과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카운터포인트는 서버용 제품의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구조적 변화가 메모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로 인한 수급 불균형 심화가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으며, 이런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 전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메모리 품귀사태, 2028년 너머까지 지속될 것인가?
또한 카운터포인트는 서버용 제품 수요의 급증으로 고부가 제품 중심 믹스(구성) 개선과 공급 제약이 맞물리면서 범용 D램의 기가비트당 가격이 고대역폭메모리(HBM)보다 높은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이 더 복잡하고 제조비용이 큰 HBM 역시 향후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이 커 메모리 시장의 추가 성장 여력은 충분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이치방크의 멜리사 웨더스 애널리스트는 17일 보고서에서 D램 부족 현상은 2028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젠슨 황 CEO가 SK하이닉스 HBM4E 웨이퍼에 남긴 사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나라에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만약 적어도 2028년까지 지금과 같은 메모리 부족사태가 지속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영업이익을 쌓게 된다. 그 돈을 가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종에만 머물지 말고 4차 산업을 선도하는 소프트웨어 빅테크 기업들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인수하는 등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나가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글로벌 탑티어 기업 2개를 보유하는 셈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기업들이 수년간 납부하는 법인세 및 소득세의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커질 것이다. 정부는 이 초과세수를 가지고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주거 등의 양극화를 완화하며, 국가균형발전에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올해를 포함해 수년간 정부와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결정한 사항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천운이 와도 그 천운을 활용할 능력이 없으면 천운은 우리 곁을 스쳐지나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태경 편집위원 red196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