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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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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평론가 만약 영화 가 원작 소설에서 하듯 방대한 우주 과학이론이나 실험 과정 거의 모두를 재현해 냈다면 지금의 러닝타임 2시간 36분조차 턱도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영화가 지니는 재미와 의미가 크게 반감됐을 것이다. 의 가장 큰 미덕은 놀랍게도 모든 SF영화가 지향하듯 상당히 인문학적인 고찰과 사유에 있다. 주인공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는 우주선 헤일메리에서 4년 만에 깨어나 서서히 의식을 회복하고 기억을 되찾아 가면서 스스로에 이렇게 되묻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지?” 영화 는 거창하지 않은 척 사실은 거창한 주제를 지닌다. 우리는 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 왜 이 지경의 상황까지 와있는가, 이다.   지구 구하겠다고 떠난 사람, 우주에서 세 번 울다 에서 주인공은 세 번 운다. 우주선에 함께 탑승한 동료들이었던 캡틴 야오(켄 렁)와 엔지니어 일류히나(밀라나 바인트루브)의 허망한 죽음을 보고 그들을 우주 심연으로 떠나보내는 장례를 치를 때 처음 운다. 그레이스는 엄청난 고립감을 느끼고 슬퍼한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사실은 우주선 탑승을 끝까지 거부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총책임자인 에바 스트라트(산드라 휠러)에 의해 강제로 태워졌다는 것을 기억해 낸다. 그레이스는 자신이 지구의 운명과 미래를 구할 대단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 그저 소심하고 겁많은 인간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실체를 깨닫고 그는 운다. 그레이스는 또 죽어가는 외계인 로키를 살리는 과정에서도 눈물을 흘린다. 그레이스는 눈물이 많은 남자이다. 영화 는 그렇게, 은근히 눈물이 많은 영화이다. 신나고 신기하기보다 감성적이고 따뜻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이다. 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그레이스가 지구를 떠나기 전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진행되던 항공모함 안의 식당에서 연구팀들은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우울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던 중 냉철하고 차가운 성격인 줄로만 알았던 책임자 에바 스트라트가 불쑥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한다. 해리 스타일스가 부른 ‘때가 되었다는 징조(Sign of the times)’란 노래다. 멜로디와 가사가 극장 안의 심금을 울린다. 이젠 그만 울어 / 시간이 다 됐어/ 우린 여길 떠나야 해 / 우린 결코 깨닫지 못해 / 예전에도 이런 상황을 경험했었지 / 왜 우린 항상 여기에 막혀서 / 총알을 피해 도망을 가는 걸까 / 우린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아 / 마음을 열어야 해 / 너무 많이 쌓이기 전에 / 우린 앞으로 깨닫게 될까 / 전에도 이랬었는데 / 우리가 아는 건 그게 다야 / 이젠 그만 울어 / 이제 때가 되었다는 징조야 / 우린 떠나야만 해”   서스펜스 뛰어넘어 희생과 은총(그레이스) 가득한 SF영화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고 한들, 그레이스처럼 울 수 있는 사람들과 에바 스트라트가 부르는 것 같은 노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결국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름 그레이스도 다분히 종교적이다. 신의 은총은 결국 독생자의 희생, 인간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인공 이름을 그레이스로 정한 것은 이 이야기의 결말을 어디로 향하게 할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SF영화는 대부분 그레이스 같은 우주 탐사 대원이 천신만고 끝에 어쨌든 지구로 귀환하는 데 성공할 것인가의 여부에 이야기의 초점을 모아 간다. 원작자 앤디 위어의 전작 이 그랬다. 사람들은 주인공 마크(맷 데이먼)를 구출하러 온 선장 멜리사(제시카 채스테인)의 우주선 헤르메스 호가 화성의 저궤도를 날며 마크의 일인 비행체를 낚아채듯 도킹하는 장면에서 손에 땀을 쥐었다. 기본적으로 이런 SF의 주조, 톤앤매너는 서스펜스이다. 의 서사는 그런 서스펜스의 줄거리를 뛰어넘어 희생과 은총으로 이어진다. 그 점이 좋은 영화이다. 태앙열 먹는 외계 미생물로 멸망 위기에 빠진 지구 이야기의 시작은 태양열이 점점 줄어든다는 과학적 발견에 따른 것이었다. 여기서는 두 가지의 생소한 이름이 나온다. 하나는 페트로바 라인이며 또 하나는 아스트로파지이다. 아스트로파지는 태양열을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삼는 외계의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은 항성인 태양에서 행성인 금성으로 이동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는데 그때 형성되는 적외선 띠가 바로 페트로바 라인이다. 아스트로파지가 금성으로 가는 이유는 금성이 CO₂(이산화탄소) 행성이고 아스트로파지의 생존에는 태양열과 이산화탄소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이 아스트로파지 때문에 30년 안에 빙하기로 돌입할 위기에 빠진다. (지구뿐 아니라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그럴 것이다) 탄소배출을 늘리고 온실효과를 만드는 등 의도적으로 환경을 만들어간다 해도 시기만 조금 늦출 뿐 결국은 멸망하게 된다. 무엇보다 식량 위기부터 찾아오게 될 것이고 인류는 먹을 것을 찾아 전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상하게도 (나중에 그레이스에 의해 이름 붙여지는) 에이드리언 행성만이 빛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구 천문학 연구팀은 11.9광년 거리의 그곳으로 탐사대를 보내기로 한다. 아스트로파지를 없애는 무언가가 여기 있을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에이드리언은 (태양과 같은) 타우 세티 항성 주변을 도는 행성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타우 세티 항성계로 지구의 운명을 걸 탐사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것도 ‘원 웨이 티켓’이다. 탐사대는 무엇을 발견하면 그 자료를 소형 무인탐사기에 싣고 지구로 전송하기로 되어있다. 귀환에 충분한 (아스트로파지를 역이용한) 연료를 탑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탐사대원의 임무는 일종의 ‘자살 특공대’인 셈이고 그게 바로 ‘프로젝트 헤일메리’이다. 운명의 갈림길에 선 지구인과 그의 유일한 외계인 친구 매우 흥미로운 것은 주인공 그레이스가 홀로 타우 세티 항성계로 가는 길목에서 외계인 로키를 만난다는 것이다. 로키가 사는 행성은 에리드란 곳이고 에리드도 타우 세티 항성의 빛과 열을 잃어 죽어가는 중이다. 똑같이 아스트로파지라는 미생물 때문이다. 둘은 천신만고 끝에,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이 아스트로파지를 잡아먹는 포식자이자 또 다른 미생물인 ‘타우메바’를 에이드리언 행성에서 채집하고 개량해낸다. 그 과정에서 둘 다 죽을 위기를 겪는다. 자, 이제는 각자의 고향인 지구와 에리드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결국 그레이스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지구가 아는 유일한 외계인 로키가 죽을 운명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이유는 진화한 타우메바의 특성 때문인데 외계 행성 에리드가 만든 제노나이트 샘플함이 탄소 내성이 커진 타우메바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야 다른 재료를 쓰면 되지만 로키는 온통 제노나이트뿐이다. 로키가 싣고 가는 타우메바는 샘플함을 빠져나와 로키 우주선의 연료인 아스트로파지를 다 먹어 치우게 된다. 그러면 로키는 우주 미아가 된다. 그레이스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인간의 인간다움을 향해 절박하게 던진 롱패스 매우 복잡한 얘기인 척하지만, 중학생들에게 설명하듯 하면(실제로 주인공 그레이스는 중학교 과학 선생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천직처럼 보인다. 그는 원래 분자생물학계의 석학이었으나 물이 생명체의 필수조건이 아니라는 논문을 발표해 학계에서 외면당한다) 의 로그 라인은 비교적 심플하다. 지구가 태양열을 잃어 식어가고 있으니 그걸 막을 수 있는 외계 미생물을 채취해서 지구로 보내는 것이다. 그 막중한 임무를 주인공이 다른 항성계의 외계인을 만나 성공적으로 해내지만, 그의 운명은 다르게 바뀐다는 것이다.   지구인이 꼭 지구에서 살아야만 인간인 것은 아닐 수 있다. 인간의 정체성은 꼭 공간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인간다움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것이다. 앤디 위어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는 모든 SF영화처럼, 아니 모든 SF영화보다도 더, 인문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매력과 마력은 과학의 이론이 아니라 인문의 깊이에서 발현된다. 의 ‘헤일메리’는 미식축구에서 패색이 짙은 마지막 순간에 불가능해 보이는 터치다운을 바라며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하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던지는 롱패스 이름이다. 이 영화는 지금은 아마존이 인수한 MGM이 2억 달러(약 3천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작품이다. 국내외적으로 모두 흥행 전망이 좋다. 아마도 한국 영화 가 1천 5백만 관객을 무난히 넘기느냐 여부는 이 의 흥행 여부와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 영화는 지난 18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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