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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플랜잇의 전환이야기】동아시아 전력망 - 전력 연계를 넘어 ‘에너지 아일랜드’로

【플랜잇의 전환이야기】동아시아 전력망 - 전력 연계를 넘어 ‘에너지 아일랜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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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동북아시아에서는 국가 간 전력망을 직접 연결하는 이른바 ‘슈퍼그리드’ 구상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기존 연구들은 기술적 실현 가능성과 잠재적 경제성을 충분히 입증했지만, 정치적·제도적 부담이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동북아에서 국가 간 전력망 연계가 본격적으로 구현된 사례는 없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는 ‘에너지 아일랜드(Energy Island)’ 개념은 동북아에서도 하나의 대안적 구조 시나리오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 에너지 아일랜드는 국가 간 전력망을 직접 연결하는 대신, 중립적인 해상 플랫폼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허브를 구축하고 이를 여러 국가가 공유하는 방식이다. 정치적 부담을 낮추면서도, 기존 전력 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제약을 우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림. 한국-일본 에너지 아일랜드 시나리오   경직된 전력 시스템: 태양광 증설만으로는 석탄을 줄이기 어렵다 2024년 현재 한국과 일본의 전력 시스템은 공통적으로 강한 구조적 경직성을 보인다. 한국은 원자력과 석탄 중심의 기저발전 구조가 유지되고 있고, 일본 역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었음에도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곧바로 석탄 감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분석 결과, 재생에너지 설비를 현재의 세 배로 확대하더라도 화석연료 발전은 기대만큼 빠르게 감소하지 않았다. 특히 기존 구조를 유지한 채 태양광 중심으로 확장할 경우, 발전이 낮 시간대에 집중되면서 주로 가동 유연성이 높은 LNG 발전만 대체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석탄은 여전히 기저전원으로 남았다. 반면 풍력 비중을 크게 높인 경우에는 결과가 달라졌다. 풍력은 시간대별 발전이 상대적으로 고르게 분포되면서 석탄 발전을 직접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였다. 이는 화석연료 감축 성과가 재생에너지의 ‘규모’뿐 아니라 ‘구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전력 연계는 ‘최적화’, 에너지 아일랜드는 ‘구조 변화’ 재생에너지의 절대 규모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망 연계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본 분석에서는 먼저 한·일 양국의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현재 대비 세 배로 확대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전력망 연계를 분석하였다. 이 기준선에 전력망 연계를 추가할 경우, 국가 간 수요·공급 불일치가 완화되면서 재생에너지 활용도는 일부 개선된다. 약 42TWh의 태양광 발전이 추가로 활용되고, 그 결과 석탄 발전이 약 32TWh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재배치한 결과에 가깝고, 전력 시스템의 기본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이에 반해 에너지 아일랜드는 전혀 다른 개입을 제공한다. 기존 재생에너지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해상 풍력을 시스템 외부의 새로운 지역 공급원으로 추가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재생에너지 확대 조건에서도 에너지 아일랜드가 도입될 경우, 석탄 발전은 급전 순위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나며 전력 시스템의 작동 원리 자체가 재편된다. 그림. 에너지 아일랜드 도입으로 변화되는 한국 일본의 전력 구조   배출과 연료비의 구조적 변화 시나리오 전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과 LNG 발전의 변화에 그대로 연동된다. 재생에너지를 현재의 세 배로 확대한 독립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배출량이 213Mt에서 190Mt으로, 일본은 383Mt에서 322Mt으로 감소했다. 감소 폭은 분명하지만, 주된 요인은 LNG 발전 감소였고 석탄 발전은 대부분 유지됐다. 전력망 연계를 추가하면 감축 폭은 다소 커진다. 재생에너지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배출량은 172Mt, 일본은 310Mt까지 낮아진다. 이 단계에서는 석탄 발전도 일부 줄어들지만, 여전히 시스템의 중심 전원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즉, 연계는 배출을 줄이지만, 감축의 속도와 깊이는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아일랜드 시나리오에서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대규모 해상 풍력이 새로운 공급원으로 유입되면서 석탄 발전이 급전 순위에서 구조적으로 밀려난다. 그 결과 한국의 배출량은 105Mt, 일본은 159Mt으로 감소해, 재생에너지 확대나 전력망 연계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의 감축이 나타났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추가할 경우 배출량은 한국 100Mt, 일본 153Mt까지 더 낮아지지만, 추가 효과는 제한적이다. 즉,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연계는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만, 에너지 아일랜드는 전력 시스템의 주요 연료원 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제로 가격’의 의미: 희소성에서 풍요로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력 한계비용 형성 구조다. 기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모델 결과 한국의 한계가격이 ‘0’으로 나타나는 시간은 연간 42시간에 불과했지만, 에너지 아일랜드 시나리오에서는 한·일 양국 모두 연간 3,000시간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실제 도매시장 가격을 의미하기보다는, 연료비 최소화를 전제로 한 최적화 모델에서 도출된 그림자가격(shadow price)의 변화다. 이 결과는 전력 시장이 희소성 기반의 가격 형성 구조에서, 공급 풍부도가 높은 조건에서의 새로운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나가며: 연결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데이터다 한·일 에너지 아일랜드는 동북아 전력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가속할 수 있는 하나의 구조적 선택지다. 그러나 이를 정책적 논의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물리적 연계보다 먼저 데이터의 연계가 필요하다. 발전기 단위의 상세 운영 데이터 부족, 국가 내부 송전망 병목 등의 데이터가 부족하여, 기술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단순화시킨 모형을 활용하였다. 또한, 양국의 복잡한 전력 시장 제도를 모델에 통합하지 않은 단순한 모델이라는 점 역시 본 모형 연구의 한계이다. 따라서, 본 연구를 발판삼아 실질적으로 정책 의사 결정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위해서는 발전·수요·비용·네트워크 정보를 표준화하고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 전력 시스템 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다. 전력선을 잇는 것만으로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 구조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때 비로소 선택지가 열린다. ☞ 홍상현 대표는 홍상현 대표는 에너지 전문가로, 2024년 에너지 정책 연구기관인 플랜잇(PLANiT)을 공동설립했다. 플랜잇은 전환 경로를 식별하는 모델 기반의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량적 연구 기관이다. 홍 대표는 세계대학평가 상위 1%의 명문대학인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에서 에너지 정책 분석 모델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영국 버밍엄대 연구소, 호주 태즈매니아대,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학 등의 국내외 유수 연구기관에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에너지 시장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도적인 글로벌 공급업체인 에너지 이그젬플러(Energy Exemplar)에서 에너지 시장 선임 애널리스트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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