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홈페이지 담당 공무원 실명 밝혀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존재들이 있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공무원의 이름이 사라진 것이다. 당혹스러웠다. 확인을 해보니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뿐만이 아니라 교육청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홈페이지에는 업무내용과 담당부서의 전화번호만 표기되어 있고, 어떤 홈페이지에는 김**식으로 성만 노출된 채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중앙정부를 제외한 모든 자치단체가 단체장을 제외하고 공무원이라는 존재 전부를 익명으로 처리해 장막 뒤로 감춘 것이다. 각 지방의회의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다만 선출직 지방 의원의 이름은 공개되어 있었다.
사이버 세계는 현실 세계의 연장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직접 공공기관을 방문하거나 전화 한 통화만 해도 담당 공무원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무원의 실명이 표기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날마다 현실과 초현실적인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경험한 다양한 삶을 반영하면서 경험을 공유하며 확장시킬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사이버 세계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사이버 세계를 통해 경험하는 초현실적이며 때로는 환상을 바탕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한 세계로 인식하고 있다. AI 시대에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는 분리되어 있는 거 아니야?’라고 질문을 한다면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이 어떻게 가능 하지?’라는 질문을 되받을 수도 있다.
기초지자체 민원창구의 모습. 인공지능 생성
전자정부와 지자체
1990년대 중앙정부가 전자정부를 표방하면서 행정의 전산화가 시작되었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지자체의 행정 업무까지 전산화시켰다. 그 결과 지자체의 행정업무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정보공개의 범위도 넓어졌고 행정의 투명성도 강화되었다. 전자정부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전자 민주주의, 디지털 민주주의, 인터넷 민주주의라는 파생어가 만들어 졌다.
1995년 본격적으로 민선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들어섰다. 민선 지방자치는 그동안 폐쇄적이고 공고했던 지방관료 사회의 권위의식을 해체시켰다. 지방관료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행정 시스템이 재구성되면서 각 지역의 시민사회가 실질적으로 문턱이 낮아진 공공영역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지자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방 공무원의 업무 및 이름과 전화번호를 공개해 왔다.
사건의 전말과 배경
2024년 3월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 A 씨가 도로보수 공사에 관한 민원 때문에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배경에는 민원인들이 도로보수 공사가 아닌 인터넷 카페에서 해당 공무원의 신상을 공개하고, 지속적으로 사이버 불링(인터넷 상의 집단 괴롭힘)을 저질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무원의 이름이 홈페이지에 공개된 것이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2024년 5월 행안부는 위의 사건을 계기로 정부합동 TFT를 구성했다. 그 결과에 따라 을 세우고 직원 정보공개에 대해 를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내부지침용’으로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중앙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에 따라 각 지자체가 무비판적으로 공무원의 실명을 비공개 처리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게 된다. 행안부의 조치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 직원 명단 중 고위공무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의 명단을 비공개 처리했던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89.2%의 직원명단을 비공개하고 있었다.
감추기에 급급했던 윤석열 정부의 행태
당시 뉴스타파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직원 명단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했다. 1,2심 모두 뉴스타파와 정보공개센터가 승소했다. 당시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행정법원 담당 재판부는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위, 직급을 공개하라며 직원 명단의 공개는 국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고 판결했다.…대통령실 직원들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름 공개가 개인정보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대통령비서실 직원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외부 로비라든지 부당한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공직기강 차원에서 해결해야지 명단을 비공개할 일은 아니라고 분명히 판시했다.…최용문 변호사는 재판부가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린 전제는 대통령의 직무는 항상 국민들의 감시 대상이 돼야 한다 는 것이다(뉴스타파 2024.11.13).
2025년 2월 13일 대통령실이 1,2심에 불복해 상고한 ‘대통령실 직원 명단 정보공개 건’에 대해 대법원은 기각 판결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4월 4일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까지 직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감추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던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할 정도로 대통령실의 직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봤을 때, 윤석열 정부가 각 지자체를 대통령실의 직원 명단을 비공개하기 위한 수단이나 명분으로 활용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2026년 1월 현재 이재명 정부의 청와대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의 홈페이지 역시 담당 실무자의 이름에 대해 비공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각 실무단위의 전화번호조차 표기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여전히 대통령실의 홈페이지가 직원명단을 비공개했던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익명성 안에 내포된 함의
시간을 따져 보면 2026년 1월 현재까지 1년 8개월 동안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에서 공무원의 이름이 비공개되었다. 이런 일은 전자정부가 시작되면서 각 자치제가 홈페이지를 운영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앙정부가 행사한 권력이 지자체까지 영향을 미쳤고 해당 지자체가 공론화 과정 없이 중앙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각 지자체의 이와 같은 행태는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으며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당한 것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 공무원의 이름까지 비공개하게 만든 것에는 정치적으로 많은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우선 지방 공무원 세계가 가진 관료주의 의식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강화되는 방향으로 공적 업무가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지방행정의 투명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비가시적으로 지방 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모든 시민은 공적 영역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민원 역시 참여의 한 형태이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의 이름이 비공개된 상태라면 참여 활동이 제약을 받으며 제한될 가능성도 생긴다. 그 결과 각 지자체의 관료주의 의식이 강화되는 만큼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자치분권의 가치 훼손
현재 행안부의 정보공개 제도과에서 일하는 담당 공무원은 당시 각 지자체에 전달한 는 분명히 법적 근거가 없으며 단지 ‘권고’일 뿐이며 ‘내부지침용’이었다고 밝혔다. 이 말이 갖는 정확한 의미는 각 지자체와 도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행안부의 권고와 지침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시차가 있기는 했지만 각 지자체 단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행안부의 이 권고와 지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지방 공무원들의 이름을 비공개 처리했다. 우선은 상황을 이렇게 만든 각 지자체장들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한편으로는 지방의회 역시 감시 견제라는 자신의 고유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각 지자체 단위는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대로 그 정책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종속된 기관이 아니다. 각 지자체 단위가 지방 공무원의 이름을 비공개한 것은 분권이 가진 상대적 자율성을 무력화한 것으로 분권의 가치를 훼손시킨 것이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면 그건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공무원 실명 공개해야
앞서 언급한 대법원의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의 이름과 소속 부서, 직위, 직급을 공개하라’는 판결은 현재 각 지자체가 홈페이지에서 담당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해야 하는 명백한 근거이자 판례가 된다. 지방행정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각 지자체의 업무가 지역 주민의 감시 대상이자 참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날마다 삶과 직결되는 문제를 접해야 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익명 처리된 지방 공무원의 존재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국민주권시대에 걸맞게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현재 대통령실과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각 정부 기관은 담당 직원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 지방 공무원들의 이름도 마찬가지이다. 윤석열 정부가 후퇴시킨 행정의 투명성 및 자치분권의 가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나무위키, 김포시 공무원 사망 사건
https://namu.wiki/w/%EA%B9%80%ED%8F%AC%EC%8B%9C%20%EA%B3%B5%EB%AC%B4%EC%9B%90%20%EC%82%AC%EB%A7%9D%20%EC%82%AC%EA%B1%B4
뉴스타파, 1·2심 모두 승소... 윤석열 대통령실 직원 명단 최초 공개 임박
https://newstapa.org/article/p0zmN
우리역사 넷, 지방자치제도의 시행
https://contents.history.go.kr/mobile/kc/view.do?levelId=kc_i503250&code=kc_age_50
위키백과, 전자정부
https://ko.wikipedia.org/wiki/%EC%A0%84%EC%9E%90%EC%A0%95%EB%B6%80
위키백과, 전자민주주의
https://ko.wikipedia.org/wiki/%EC%A0%84%EC%9E%90%EB%AF%BC%EC%A3%BC%EC%A3%BC%EC%9D%98
SBS 뉴스, [취재파일] 나쁜 짓 한 것도 아닌데… 김포 공무원 그의 마지막 대화엔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639216
정보공개센터, 대법원,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확정
https://cfoi.or.kr/17681
참여연대, 대법원 판결에도 불복하는 대통령실, 누구를 숨기고 있나
https://www.peoplepower21.org/government/1988194
한겨레, ‘김포 공무원 사망’ 악성 민원인 2명 ‘명예훼손’ 검찰 송치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1138316.html
행안부, 범정부 관계기관 TF 가동…악성민원 근절에 속도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27210
행안부,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해 민원처리법 개정 추진
https://www.mois.go.kr/frt/bbs/type010/commonSelectBoardArticle.do?bbsId=BBSMSTR_000000000008&nttId=11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