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RS 간소화 초안 공개…공시 항목 57% 삭제, 이중 중대성도 완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EFRAG의 ESRS 간소화 초안을 볼 수 있는 웹페이지.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이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의 간소화 초안을 공개했다.
EFRAG는 31일(현지시각), 유럽 지속가능성보고위원회(SRB) 승인 하에 12개 기준에 대한 간소화 작업을 마치고, 9월 29일까지 2개월간의 공개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공시 항목 절반 이상 감축…‘기업 친화적’ 재설계
EFRAG는 이번 간소화 초안에서 ESRS 전체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 실효성과 활용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준 전체 길이는 55% 축소됐고, 공시 요구사항의 68%, 필수 데이터포인트의 57%가 삭제됐다. 기후 기준(ESRS E1)의 데이터포인트는 53%, 환경 기준(ESRS E2E5)은 67% 줄었으며, 사회 기준에서는 자체 인력 항목(ESRS S1)이 절반 이상, 기타 사회 기준(ESRS S2S4)은 약 3분의 2가 감축됐다.
SRB 의장 파트릭 드 캉부르는 이번 개정은 유럽이 직면한 현실에 부합하는 지속가능성 보고 체계를 마련하려는 조치”라며 지속가능성 공시가 기업의 회복력과 투자, 장기 가치 창출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핵심 변화 중 하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평가 방식의 단순화다. 기존에는 기업이 공시할 지속가능성 정보를 선정할 때 재무적 중대성과 환경·사회적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모든 영역의 IROs(영향, 위험, 기회)를 전수조사할 필요는 없으며, 자사 사업모델에 따라 실질적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 중심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중소기업이나 ESG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도 실질적인 부담 완화로 작용할 수 있다.
ESRS 1에는 ‘공정한 표현(Fair Presentation)’ 요건이 새로 도입됐다. 이는 지속가능성 정보를 사실에 기반해 사용자 관점에서 신뢰 가능하고 의미 있게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IFRS S1 등 기존 재무공시 기준과의 정합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공정한 표현은 ▲적합성(Relevance) ▲충실한 표현(Faithful Representation) ▲비교가능성(Comparability) ▲검증가능성(Verifiability) ▲이해용이성(Understandability) 등 다섯 가지 품질 속성을 충족해야 한다.
EFRAG는 기존 ESRS가 과도한 정보 요구와 복잡성으로 인해 ‘형식적 준수(Compliance Exercise)’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이번 개정에서 보고의 본질적 목적을 기업의 리스크와 기회,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실질 정보 제공으로 재정의했다. 단순히 형식을 채우는 보고가 아니라, 정보 사용자에게 실제로 유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한 것이다.
기업 편의성 극대화한 ‘실무 중심’ 완화 조치
EFRAG는 이번 개정안에 기업의 보고 실무를 고려한 다양한 완화 조치를 포함했다. 우선,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경영진 요약문(Executive Summary) 삽입이 가능해졌으며, 세부 내용은 부록으로 이관해 가독성과 정보 집중도를 높였다. 기존 자율 공시항목은 ESRS 1을 제외하고 모두 삭제됐고, 향후에는 별도 지침서 형태의 비강제 교육자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전환 유예조치(Transitional Reliefs)도 핵심 변화 중 하나다. IFRS S1·S2와 마찬가지로, 추정에 불확실성이 큰 경우 정량 정보 대신 정성적 설명이 허용된다. 또한, 비용이나 노력 부담이 과도할 경우 전수평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일부 가치사슬 데이터의 품질이 낮은 경우, 공시 범위를 축소하고 관련 가정과 향후 개선 계획만 기재하면 된다.
이외에도 비중대한 활동은 공시 지표 계산 시 제외할 수 있으며, 공동운영 자산에 대해서는 기후 외 환경정보 공시의무가 면제된다. 투자 및 계획 관련 정보는 공식 발표된 내용만 기재하면 되고, 인수합병 관련 공시도 평가 및 보고 모두 간소화됐다.
EFRAG는 이번 초안에 대한 의견을 9월 말까지 수렴한 후, 11월 말까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최종 기술자문 형태로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