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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미군 주둔 없는 한미동맹은 왜 안 되는가

미군 주둔 없는 한미동맹은 왜 안 되는가
[국제]
총리 취임 직전의 이시바 시게루는 2024년 9월 에 기고한 일본 외교 정책의 새로운 비전”으로 ‘아시아 판 나토’를 제안했다. 이에 2025년 5월 엘리 라트너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동 매체에 태평양 방위 조약의 당위성”을 기고하며 ‘아시아 판 나토’ 대신 미·일·호·필 4개국 중심의 방위 조약(Pacific Defense Pact)을 제안했다. 이어 2026년 4월 호주의 하나다 료스케 박사는 안보 전문 매체 에 인도·태평양의 방위 조약은 잘못된 정답이다”라는 글로 반박했다. 일련의 지정학적 논쟁은 한미동맹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라트너의 구상은 다자간 외교적 연대를 넘어 평시부터 작동하는 통합 사령부를 구축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자국의 글로벌 패권 유지를 위한 하부 군사 구조로 재편하려 한다는 명확한 설계도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중심의 군사적 일체화가 심화될수록 아시아 안보 지형은 자율성을 잃고 워싱턴의 지휘 아래 종속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안보 패러다임의 시프트 속에서 정작 가장 위태로운 최전선에 선 대한민국의 독자적 안보 전략 역시 실종될 운명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6.5.12. 연합뉴스 동맹의 결속이 안보 위협하는 ‘억제 함정’의 경고 현재 전개되는 한미동맹의 재편은 미국이 구축해 온 대중국 포위망을 군사적으로 공식화하려는 라트너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동맹의 본질적 변질이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 내에서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방어 목적으로 성립되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한미동맹의 총구는 휴전선 너머가 아니라 대만 해역과 남중국해를 거쳐 중국 본토를 정조준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 한국의 직접적인 국익이나 안보적 위협과 무관한 주변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민국이 강제로 연루되는 구조적 왜곡이 일어난 셈이다. 하나다 박사가 경고한 ‘억제 함정(Deterrence Trap)’은 이러한 변질된 동맹 구조가 한반도에 가져올 가장 가시적인 위험성을 보여준다. 미국 주도의 배타적이고 공세적인 다자간 군사조약이 공식화될수록 중국은 자신들이 완전히 포위당하기 전에 선제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지정학적 조급함을 갖게 된다.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심층적으로 동조할수록 북한과의 국지적 리스크를 넘어 강대국 간 전면전의 최전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명문화된 동맹의 결속이 도리어 역내 긴장을 고조시켜 안보를 위협하는 역설인 것이다. 1914년 여름의 유럽이 남긴 교훈이 정확히 이와 같다. 당시 유럽 열강들은 상대 진영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촘촘하고 명문화된 상호방위조약들을 앞 다투어 체결했다. 그러나 이 거대한 동맹 체제는 평화를 보장하는 대신, 변방의 작은 충돌이었던 사라예보 사건의 불씨를 유럽 전체를 공멸로 이끈 전면전으로 확산시키는 거대한 도화선이 되었다. 자동 개입을 규정한 법적 조약의 덫에 갇힌 국가들은 자국의 안위와 무관한 타인의 전쟁에 강제로 끌려 들어가야 했다. 군사적 일체화와 공세적 조약망이 도리어 파멸을 앞당긴다는 사실을 역사는 이미 증명했다. 역외 분쟁에 강제로 끌려가는 군사적 하청 구조 이 냉혹한 패권 전략의 흐름 속에서 미국이 인식하는 대한민국은 대등한 안보 파트너가 아니라 자국의 전략적 비용을 전가할 수탈 대상이자 전방 기지일 뿐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지속적으로 관철하며 한반도 주둔 전력을 자국의 전략적 국익에 따라 언제든 역외 분쟁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길을 열고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주한미군뿐 아니라 한국군의 동반 출동을 공공연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안보 공백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원치 않는 역외 분쟁에 강제로 끌어들이는 덫으로 작용한다. 최근 미국이 한국을 미 해군 및 공군 자산의 핵심 MRO(유지·보수·정비) 기지로 삼으려는 움직임 역시 한국을 그들의 군사적 하청 구조로 재편하려는 심산이다. 동맹이라는 명분으로 한국의 경제적 자산과 기술력을 미국의 병참 기지로 도구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나아가 중국 내륙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 육군의 핵심 전략 자산인 다중임무특임단(MDTF)의 한국 배치 구상은 한반도의 안보 환경을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할 수 있다. 대한민국 영토는 유사시 주변국의 일차적인 타격 및 격멸 목표로 설정될 수밖에 없다. ‘연루의 위험’이다. 이는 마치 강도를 막으려고 집 안에 들인 보안요원이 마당에 거대 전술 무기를 설치하고 건너편 골목의 강자를 정조준하는 격이다. 경호원의 진짜 목적은 강도 퇴치가 아니라 건너편 세력과의 패권 다툼이며, 그 무기가 놓인 우리 집 마당은 유사시 가장 먼저 포격이 쏟아지는 최전방 전쟁터가 된다. 막대한 경호 비용을 대고 마당까지 내어주었지만, 정작 집주인의 생명과 재산은 보안요원의 거대한 전쟁 기획 속에서 언제든 희생될 수 있는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꼴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보안요원이 나의 승낙 범위를 넘어 행동하는 것을 단호히 차단하는 일이다.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 도하훈련장에서 부교 도하 훈련을 하고 있는 한미 연합군.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작권 회수 못한 채 자율적 평화 외교는 불가능 패권국 장기짝의 처지를 벗어나 주권 국가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군사적 예속 관계를 단절하는 근본적인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 우선 과제는 수십 년간 연기되어 온 전작권의 조건 없는 즉시 회수다. 군대의 군사적 지휘권을 외국군 사령관에게 위임한 상태에서는 독자적인 국익 관철이나 자율적인 평화 외교를 전개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작권을 회수하여 군 지휘권을 온전히 확보해야만 미중 충돌 시 우리 군이 미국의 대리전에 강제 동원되는 리스크를 그나마 차단할 수 있다. 전작권 즉시 회수를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를 깨야 한다. 만약 동맹으로 인한 안보적 위험과 비용이 국익을 초과한다면 한미동맹의 파기와 상호방위조약 종료까지도 생각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엄연한 생존 카드다. 급격한 동맹 파기가 초래할 외교적 충격을 제어해야만 한다면, 주한미군을 전면 철수시키되 ‘주둔군 없는 한미동맹’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군의 지상군과 군사 자산이 우리 영토에 상시 주둔하는 한 역내 분쟁 시 자동 개입의 위험은 완전히 회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연스러운 과제는 미군이 없는 단독 자주방위의 토대를 설계하고 구축해 나가는 일이다. 이경렬 전 대사 비정상적인 종속적 동맹 관계를 무비판적으로 지속시키는 기저에는 한국 안보 주류의 뇌리에 박힌 ‘숭미 의식’이 존재한다. 미국을 절대적인 시혜자나 무오류의 존재로 신성시하는 태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국익 중심의 외교 전략 수립을 마비시키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안위와 패권 이익만을 철저히 계산해 움직이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행위자일 뿐이다. 한미동맹 역시 국가 생존을 위한 외교적 수단 중 하나일 뿐, 헌법 위에 존재하는 절대 가치가 아니다. 맹목적 추종을 끝내고 국익 중심의 홀로서기를 결단해야 할 때다.이경렬 전 대사 kylee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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