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중동발 불똥 막을 방화벽을 세워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
꼭 8개월 만에 이란 대 미국 이스라엘 전쟁이 재발했다. 잘라서 말하자면 이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귀결할 것이다. 트럼프 공언대로 4주 전쟁으로 종결될 지는 트럼프의 변덕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지만, 적어도 지난번 1차 이란전쟁 때와 같은 약속대련, 전쟁 번복은 없다. 이건 전력의 우열이 아니라 시간에 의해 결정되는 전쟁이다. 단기전이면 미국, 장기전이면 이란이 승리한다. 예상은 장기전, 그러므로 미국은 패배한다.
미국 패배라는 결말을 알고 보는 재미없는 영화
단기 전황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참수작전 성공, 일방적 맹폭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장면은 그전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베네수엘라전에서 보던 익숙한 장면에 불과하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나 구경했던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암살과 이스라엘 모사드의 첨단 정보전(교통감시카메라 해킹 및 위치추적)은 놀라운 뉴스거리였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른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장대한 분노(Epic Fury)’, 또는 ‘포효하는 사자(Roaring Lion)’ 작전은 자기네 이해관계에 따른 편파적 명분, 즉 이란 핵 시설, 미사일 기지, 군사 지휘관에 대한 대규모 선제타격(공습)을 지칭하며, 구체적으로는 정권(레짐) 교체를 목적으로 한다.
지난 3월 1일 이란이 쏘아 보낸 미사일에 피격돼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는 카타르의 도하. 뉴욕타임스 3월 3일
그러나 하메네이 사망 직후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인지전과, 시민봉기 시도가 포착되었으나 대규모 내전으로 확산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그 보복으로 ‘진실의 약속(True Promise) 작전을 전개하여 이스라엘 및 바레인, 쿠웨이트 등에 있는 주요 미군기지에 대한 공습을 단행, 미군 사망까지 발생하였다. 이는 베트남전 이후 미군기지가 공습을 받은 최초의 기록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체포(2025.12) 때와 같은 최고수뇌부 제거는 성공했으나, 레짐 체인지는 실패했다. 협상 중 돌연 폭격으로 국제적 명분마저 상실하고, 오히려 후계 강경 지도부 등장으로 절반의 실패 혹은 전략 목표 실패라고 평가할 수 있다. 라리자니(최고국가안보회의) 신 지도부의 의지는 성전을 시사할 정도로 굳건하다.
결국 지상군이 투입되어야 결말이 지어질 거라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이 연상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에 불리할 것은 명백하다. 물론 4주 후 휴전 협상이 재론될 수 있으나, 협상 소재가 무엇이든 트럼프의 소기 목표(이란 레짐 체인지)는 달성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지도자 피살은 1차 이란전쟁 때와는 달리 선을 넘은 것이다. 완전한 이란 항복은 불가하며 그들은 이를 순교라고 생각한다. 예멘 후티반군조차 제압 못하는 수준의 현 미군 능력으로 보면 이기고도 진 것이다. 결과를 미리 알고 보는 영화처럼 재미없는 것도 없다. 2차 이란전쟁은 시작되는 순간 그 결말이 예측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승패 예측은 사실 무의미하다. 그보다 우리가 정작 궁금한 것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1차 이란전쟁 때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점이다.
시작부터 절반의 실패인 2차 이란전쟁
이스라엘과 미국의 2차 이란전쟁 촉발의 실질적 제1 동기는 이스라엘에 대한 잠재 위협인 핵시설 등이 아니라 네타냐후의 장기집권에 대한 이해관계일 것이다. 이스라엘은 1차 이란전쟁 당시부터 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연결되는 시아파 초승달 지역구도 위협의 해체를 목표로 하여 그 주도세력으로 이란을 지목한 바 있다. 목표가 쉽지 않은 만큼 네타냐후 장기집권 계획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란전쟁은 지속적으로 훌륭한 필요악인 셈이다.
둘째 에너지 세계 재패권을 향한 미국의 경제구도 변화의 큰 그림을 배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큰 그림이란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공통점, 즉 세계 석유매장량 1, 3위 국가에 대한 미국의 직간접 통제권 확보를 말하며, 최종 목표는 친미 정권으로의 교체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는 애매한 상태, 이란은 현재 전쟁 수행 중이므로 미국의 세계 에너지 재패권 시도는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실패한 미국의 전력으로 볼 때 70년대 친미 팔레비 왕조만큼 이란에서 확실한 레짐 체인지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미국산 셰일가스와 석유(WTI) 손익분기점 만회, 가격인상(전쟁 직전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70달러 안팎에 불과) 압력이 외피를 벗은 실제 목표, 즉 세 번째 동기일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가격인상을 15-20% 이상으로 가정하면 이는 구체적 경제적 이해에 가장 근접한 목표인 셈이다.
넷째 11월 중간평가 반영설이다. 11월 중간선거는 현실적으로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목표다. 그 달성 수단의 하나로 이란전쟁의 승리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다섯째 4월의 트럼프-시진핑 회동 때까지 석유류 공급망 장악으로 중국 압박 수단, 협상 주도권 장악설도 일조한다. 그러나 중국의 대 이란 에너지 수입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크지 않다. 여섯째 다극화 진영 교란의 밑그림 그리기도 한 설득력 한다. 이란은 BRICs 진영에 최근 참여한 주요 국가이므로 BRICs, 또는 상하이그룹 견제의 한 측면으로 전쟁 이유를 해석하는 것이다. 미중회담에서 이 문제가 등장할 지 알 수 없고 중국의 이란전쟁 참전 의지도 공공연하지 않아 이란문제는 외교상 누락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중국의 비판적 외교성명전 지속은 중미갈등, BRICs 견제수단으로서 이란전쟁 추동설을 조용히 뒷받침한다.
한국 증시는 왜 검은 수요일을 겪었나
일단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전 세계 20%의 유류 공급망의 중단을 의미하므로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봉쇄와 더불어 15% 이상의 유가 급등, 유가 결제대금인 달러 급등, 세계 동시 증시 하락과 물가상승, 금리인하 제동, 달러 대체 자산 암호화폐 및 금 가격 상승 등이 발생하였다. 1차전 때는 잠깐 조짐을 보였다가 급 종전과 함께 사라진 그 현상의 재현이다. 문제는 약속대련이 아닌 실전으로 전환된 2차전에서는 특히 한국에 큰 충격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페르시아만 석유 가스 산업지형도. 검은 점은 유정, 빨간 점들은관련시설들. 검은 선은 석유 파이프라인, 푸른 선은 가스 파이프라인. 이코노미스트 3월 3일
원인분석을 해보자면 이렇다. 한국은 이란산을 제외하고도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산 석유류 수입 비중이 70%(일본 80%)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란 당연히 에너지 수급에 치명적이다. 해상 수송운임은 수에즈 회피 남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로 큰 상승, 물동량 감소와 유조선 및 LNG 선 발주 중단으로 조선업 피해가 발생한다. 미국 현지 증시 하락이 아시아 지역보다 덜한 것은 미국 석유셰일가스 자본에 유리, 혹은 트럼프의 돌연 전쟁 번복같은 해프닝 학습효과가 은근히 작동하는 영향일 것이다. 다른 한편 AI의 전쟁에 대한 종합 상황 개입을 AI 기대로 환원시키려는 금융자본 움직임의 영향도 감지된다.
한편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조선 등은 검은 수요일 서킷브레이커, 25년 전 닷컴붕괴 이래 대폭락(2일간 –20%), 타국(일본 4%, 중국 1% 하락) 대비 5-20배 충격이다. 원인은 주요 발전원인 LNG(총 발전량의 28%) 가격 폭등과 반도체 생산공정의 에너지 과다소비 구조, 타국 대비 2배 이상 폭등한 반도체 차익 실현과 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대량매도(2월 22조 원, 대폭락 당일 7조 원 매도 등), 자동차 산업은 유가급등과 대 중동 판매망 위축 등에 따른 수요 급감 요인 발생을 연관시킬 수 있다. 중국은 이란산 석유류 주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경향인 바, 이는 다변화한 중국의 에너지 생산구조(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80%, 화석에너지 20% 비중)와 경미한 이란 석유류 수입 비중 때문이다.
환란 위협, 증권시장 변동성 증폭에 대비해야
이번 이란 2차 전쟁이 반년 이상 지속된 한국 증시 투자 열풍, 세계 최고 성장률을 진정시킨 계기로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이란전쟁이 에너지 가격 급등과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과다소비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작용, 특히 반도체시장 중심 한국장에 크게 영향 끼쳤다는 생각이다. AI의 전천후 전쟁상황판 참여와 미중간 AI 경쟁 과열이 반도체 기대치에 대한 미련을 남기는 측면(시장 반등)도 없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에너지 전쟁으로서 이란전쟁의 영향, 에너지 과잉 AI 거품설을 재등판시킨 영향이 더 크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2.88p(1.66%) 내린 5,491.02으로,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08p(0.10%) 오른 1,117.49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2026.3.6. 연합뉴스
한편 참수작전의 강력한 이미지, 협상 중 돌연 공습의 이란전쟁은 김정은 트럼프 2차 회동을 가로막는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란전쟁과 에너지 가격 인상, 자동차 수요 난망, 조선산업 정체, AI 거품설 재점화, 이란전쟁 장기화와 한반도 긴장 악화가 한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다. 관계 당국은 비상대응반 회의에서 중동 외 지역 원유물량 확보, 정책금융지원 등을 대책으로 발표하였다. 통상의 대응, 관련 기업 지원 중심의 사후약방문 대책 중심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궁금한 것은 이란전쟁 여파로 한미동맹 재강화, 더 많은 방위분담 요구, 심지어 이라크 때처럼 파병 요청,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무기조달 요청 등 한반도 긴장 악화 요인이 작동하면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 것인가 등등 예민한 사안들에 대한 입장 정리이다.
일단 이란전쟁의 장기화와 트럼프의 패배 조짐이 명확하다면 곧 레임덕 처지일 트럼프의 전쟁에 덩달아 동조할 이유는 없다. 천하의 권력도 막상 정승이 죽으면 조문객 없는 게 세상의 인지상정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암살되었기 때문에 1치 이란전쟁 때처럼 약속대련, 조기 종전은 없다는 사실을 환기하자. 좀 과한 유비무환이 사태를 키우는 것 보다는 낫다. 유가 폭등 장기화. 환율 급등, 증권시장 변동성 급등, 수출입 축소, 성장률 정체, 심지어 상당기간 금융위기까지, 최악을 감안하고 대책에 임할 것을 권한다. 1500원에 육박한 환란 대책으로 강한 외환유출 제재가 필요하다면, 미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사실상 무력화된 상호관세에 의한 한미관세협상 팩트시트 철회, 3500억 달러 미국투자 국회 비준 불허, 주구장창 유지되는 미국 현지투자 축소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내수성장에 힘을 쏟아 산업공동화를 중단시켜야 한다.
대박 환상은 자제하고, 오히려 영혼까지 증시에 묻겠다는 가련한 청춘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급한 미국의 유가 완화 조치와 주가 널뛰기란, 전쟁 희망 군수산업, 고유가 희망 미국 석유산업, 저에너지가 희망 AI 금융산업간 이해 충돌의 회오리로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산업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2차 닷컴붕괴까지 대비해야 한다. 적어도 더 이상 일확천금, 금융시장에 대한 환상으로 희망고문을 가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이참에 조금 느리더라도 땀 흘려 번 돈으로 먹고 살 길을 제시하는 정도(正道) 성장, 전쟁광들의 농락을 거부하는 한반도 평화, 더 많은 고용을 포괄하는 인간적인 노동과정 설계가 당면한 국가통합의 길로 제출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