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중동전쟁 여파로 1달러=160엔대 하락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8일 새벽 도쿄 신바시의 전광판에 이날 엔 시세가 한때 1달러=160.23엔을 기록한 순간을 표시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3월 28일
2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일본 엔 시세가 1달러=160엔대로 떨어졌다. 엔 시세가 1달러당 160엔대를 기록한 것은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엔 매입 시장개입에 나섰던 2024년 7월 11일 이후 1년 8개월만의 일이다. 2024년 7월 3일 당시 엔 시세는 1달러=161.96엔으로 약 37년 6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장기화와 미국 금리상승도 엔 약세 압박
지금은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달러 매입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미국 금리 상승도 달러 강세, 엔 약세를 압박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미국 온라인 뉴스 매체 악시오스가 26일 미국의 대규모 군사작전 검토 사실을 전한 보도를 인용하면서, 중동정세 혼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뿌리깊어 엔 매도 달러 매입 재료로 시장에서 의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 영향도 크다. 10년물 국채 이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우려 등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7일에는 4.4%대로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24일 현재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비상업 부문)에 의한 선물시장에서의 달러 대비 엔 매출 초과 폭은 약 7850억 엔(약 7조 3800억 원)이었다.
구로다 전 일본은행 총재 1달러=120~130엔이 적정”
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취임 전인 2023년 4월까지 약 10년간(2013년 3월부터) 일본은행 총재를 맡아 일본은행 역대 최장수 총재였던 구로다 하루히코는 26일 아시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달러=160엔대의 엔 약세는 너무 나간 것이라며 (1달러당) 120~130엔 정도가 좋다”면서 다카이치 총리 정부의 방만한 재정” 탓을 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자신의 재임기간 중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했던 초저금리의 무제한 금융완화에 대해서는 당시는 엔 강세, 디플레를 바로잡기 위해 재정 출동과 금융완화를 해서 엔 약세가 됐고 (그 덕에) 경제성장도 했다”고 옹호하면서 지금 (일본)경제는 안정적이고 순조로와서 뭔가를 할 필요가 없고 엔 약세를 만들 필요가 없다. 오히려 엔 약세가 인플레를 조장하면 곤란해진다”고 했다.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재정과 감세정책 비판
구로다 전 총재는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재정과 소비세 감세 정책에 대해 문제”라며 2년간에 걸쳐 식료품 소비세를 제로(0)로 하면 해마다 약 5조 엔(약 47조 원) 감세가 돼 수요를 확대한다. 완전고용인 일본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여기서 수요를 늘리면 틀림없이 인플레로 이어진다”며 감세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 여당은 대체 재원을 찾겠다고 했지만 5조 엔 규모의 수요를 늘리면 5조 엔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것은 증세나 세출 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일본의 세출 대부분은 사회보장, 의무교육, 방위비로 줄일 수가 없다. 1조 엔도 줄이기 어렵다. 5조 엔의 재원을 찾기 어럽다”면서 물가고 대책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재정, 금융 긴축인데, 가솔린(휘발유) 보조금 등을 빼고는 (감세는) 기본적으로 인플레를 조장할 뿐”이라고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재정 정책을 비판했다.
구로다 전 총재는 자꾸 빚을 얻다 보면 막히게 돼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입국들 중에서 일본처럼 거대한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 채무를 안고 있는 나라가 없다. 정부부채가 심각한 상황에서 재정의 지속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정책 재고를 촉구했다.
다카이치 정권은 가솔린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1리터당 전국 평균가격을 170엔 정도로 묶어 기업과 가계 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다. 재원으로 다카이치 정권은 올해의 예비비에서 8000억 엔(약 7조5000억 원)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일률적으로 계속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재정이 감당하기 어렵다.
한국정부 석유소비 절약책 배워라
마이니치신문은 중동지역 전쟁으로 공급불안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지원을 하더라도 나라 전체가 위기감을 공유하면서 에너지 절약 노력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과 기업에 공공교통기관 이용과 석유소비 절약을 호소했다”면서 다카이치 정권도 배워야 할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