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들어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을 차단하라 [국제] 2025년 8월 초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결정이 곧 내려질 것이라고 언급한다. 7월 26일 조선일보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는 요지의 사설을 쓴 다음이었다. 즉, 브런슨은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감축하겠다는 식의 해묵은 ‘협박’을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를 앞둔 시점에서 조선일보와 주한미군사령관이 ‘짜고 친 고스톱’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여론은 ‘쿨’했다. 그러자 브런슨은 이튿날 자신의 미군 감축 시사 발언을 극구 부정하고 말았다.
미군이 한반도에 들여오려는 MDTF/MDEB의 정체
브런슨이 주한미군 감축을 운운하며 덧붙인 중요한 말이 있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면서 주한미군은 변화가 필요한데, 미국은 다영역특임단(MDTF) 예하의 다영역효과대대(MDEB)의 한반도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에 창설된 MDTF(Multi-Domain Task Force)는 미 육군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지상·공중·해상·우주·사이버 등 모든 영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한 2100명 규모의 여단급 특수 전투부대다. 500명 안팎의 MDEB(Multi-Domain Effects Battalion)가 그 핵심부대다. MDEB는 MDTF의 눈과 신경망 에 가까운 부대로, 우주·정보·전자전·사이버 작전을 통해 적의 지휘통제, 감시정찰, 통신, 표적획득 체계를 교란하거나 무력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미 육군은 지금까지 워싱턴 주, 독일, 하와이에 총 3개의 MDTF를 만들었고 현재 네 번째의 특임단 창설을 검토 중이다. 작년 8월 말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미국 정부가 주일 미군을 개편해 네 번째 MDTF의 사령부 기능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브런슨이 밝힌 한국 배치 MDEB가 바로 네 번째 MDTF의 부대일 가능성이 크다. 브런슨은 한국에 요구되는 것은 대북 대응을 더 강하게 하는 것이며, 이는 동맹 현대화를 통해 우리가 다른 일들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5월 13일 웨이드 저먼 미 육군 제3 MDTF 단장(대령)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 ‘을지 자유의 방패’와 지난 3월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훈련 때 자기 휘하의 MDTF 일부가 한국에 배치돼 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저먼 단장은 우리의 임무는 제1도련선 안에서 적의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Anti-Access/Area Denial) 전략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오키나와에서 대만·필리핀을 잇는 선이니만큼 그 안의 적이란 중국을 말하는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해 11월 4일 경기도 오산 미공군기지에 도착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영접하고 있다. 주한미공군 제공 성조기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 방어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을 겨냥한 군사훈련
A2/AD에서 A2는 미군 같은 외부 전력이 특정 전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AD는 일단 들어온 적이 그 지역 안에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작전하지 못하게 묶어두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장거리 미사일 등을 동원해 미군의 제1도련선 내 작전을 차단하면서 항모 등을 이용해 제2도련선(일본 혼슈·괌·팔라우로 이어진 선)에 진출한다는 작전을 펼친다. 미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찰 위성, 우주 센서 등으로 정보를 탐지하고 이를 군사 정보, 신호 정보와 통합해 상황을 판단한 뒤 사이버 공격을 포함해 다면적으로 공세를 취하는 MDTF 전략을 펼친다.
미 태평양육군은 최근 제1 MDTF와 제7사단을 통합해 태평양 다영역사령부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에 MDTF를 배치하고 싶다”고 재차 밝혔고, 조지프 힐버트 미8군사령관도 미군은 MDTF와 같은 역량을 통해 한국군에 없는 핵심 능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9-19일 ‘자유의 방패’ 훈련 때 제3 MDTF는 모의 장거리 정밀 화력과 비운동성 능력, 즉 사이버·전자전·우주·정보 효과를 훈련 목표로 잡았다. 즉 겉으로는 한반도 방어 훈련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A2/AD를 겨냥한 것이었다.
MDTF의 가장 큰 의미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의심할 여지가 없게 중국과 러시아까지 겨냥하는 인도태평양 전구 작전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일본을 지휘·통제의 허브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 다영역 사령부를 두고, 한국과 필리핀 등 MDTF 전개 가능 지역과 연계해 대중국 억지력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물론 한국은 핵심적인 지점이다. 한국에 MDTF 전체가 올 수도 있지만, 당장은 MDEB 같은 핵심 효과부대 또는 정보·사이버·전자전 요소가 먼저 들어올 공산이 크다. 중국 A2/AD망을 감시·교란·마비시키는 역할이다.
한반도를 미 군사자산의 거대한 수리소로 만들 계획도
한국 입장에서 MDTF/MDEB 배치는 단순히 미군 신형부대가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한국 영토와 한미연합 지휘체계가 중국 견제 작전에 편입된다는 점이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권이다. 한국 영토에서 출발하는 작전은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사드 때와 같은 문제다. 둘째, 배치되는 자산의 성격이다. MDEB 수준인지 장거리 정밀화력까지 포함한 MDTF 전체인지에 따라 파장이 다르다. MDEB도 큰 문제지만 장거리 타격체계가 연동되면 중국의 반응은 과거 사드체계 배치의 수천 배를 넘을 것이 뻔하다.
경북 성주군의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2026.3.5. 연합뉴스
한국으로서는 이 사안을 사드보다 훨씬 더 큰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사드가 방어체계 배치 문제였다면, MDTF/MDEB는 한국을 대중국 군사망의 능동적 거점으로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브런슨은 4월 21일 미 의회에서 한국을 ‘권역 지속지원 허브’(RSH)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한국을 미국 군사자산의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한 거대한 수리소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한국의 항만과 조선소와 정비시설은 미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증강하는 군사 인프라가 된다.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밀접한 개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한마디로 미국이 제멋대로 한국을 이용하겠다는 말이다. 병력과 장비의 출입 자유는 물론이요, 전략적 가치가 있는 한국의 모든 거점을 구애받지 않고 쓰겠다는 저의다. 그러니 한국을 미군 지원의 허브로 삼는 것은 그러한 전략 하에서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한국에 MRO 기지를 조성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중국의 방어체계를 허물 정예부대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물론 중국에 대한 도발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다. 한국은 바야흐로 미국의 더 확실한 전진기지로 변모하려는 중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막고 전작권 조속 회수해야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분명한 대책을 세울 때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6월 1-3일간 미 국무부의 앨리슨 후커 정무차관 일행이 한국을 다녀갔다. 공식 명분은 ‘한미 정상회담 안보 분야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협의 개시’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핵추진잠수함, 우라늄 농축·재처리, 방위비분담, 인태전략까지 포함한 ‘동맹 현대화’ 협의다. 한국인들에게는 핵잠과 농축·재처리가 눈에 먼저 들어오겠지만, 미국은 우리 관심사를 들어주는 척 하면서 그들의 요구사항만 관철하려 압박할 것이 뻔하다.
이경렬 전 대사
역시 핵심은 하나로 응축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우리는 주한미군은 대만해협으로 출동할 수 없다고 못 박아야 한다. 또 MRO 협력 역시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철저히 경제적으로만 이용해 먹는다는 생각으로 임할 일이다. 그리고 전작권은 당장 회수해야 한다. 한미연합 체제를 파기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MDTF/MDEB의 한국 배치는 절대 막아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대중국 공격거점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을 군사 식민지로 만들고 있다. 허용할 수 없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경렬 전 대사 kylee8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