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의 ‘희토류 휴전’, 청정기술에 어떤 영향 미치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 휴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1년간 유예됐다.
풍력 터빈·태양광 패널·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 원료의 흐름이 재개되면서, 전 세계 청정기술 공급망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희토류에는 더이상 장애물이 없다 며 전 세계를 위한 협정 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 신화통신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시장에 안도감
회담 직후 중국 상무부는 최근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양국 실무협의에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20%에서 10%로 낮추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에 따라 미국의 전체 대(對)중국 평균 관세율은 57%에서 47%로 낮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합성 마약 ‘펜타닐’ 생산을 차단하기 위해 ‘매우 강하게’ 노력하기로 했다”며 그에 상응해 관세를 낮추고, 중국은 미국산 대두(soybeans)를 다시 구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김해공군기지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후 양국 정상이 처음 만난 자리다. 두 사람은 1시간 40분간 회담을 진행했으며, 트럼프는 1에서 10까지의 척도라면 12점짜리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주석은 공식 발언에서 중국과 미국은 때로 마찰이 있지만, 협력해야 할 두 대국”이라며 양국이 올바른 항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에서 합의한 직후 발표된 이번 결정은, 격동의 1년을 보낸 글로벌 제조업계에 안도감을 안겼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이번 협정은 사실상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이 협상의 지렛대가 된 결과라는 평가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정제의 90%를 담당한다. 중국은 풍력터빈용 자석, 전기차 모터, 태양광 패널용 실리콘 정제 등 청정에너지 핵심소재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싱가포르 블룸버그NEF의 금속 분석가 앨런 레이 레스타우로(Allan Ray Restauro)는 중국은 정제 기술을 통제함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지켜왔다”며 이번 유예 조치는 정치적 긴장 완화이지만, 근본적인 기술 의존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자석용 희토류(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디스프로슘 등)의 2025년 공급 비중은 중국이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자석용 희토류(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디스프로슘 등)의 2025년 공급 비중은 중국이 7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블룸버그 캡처
G7 서방국가들, ‘핵심광물 동맹’ 가속화
하지만, 이번 트럼프-시진핑 ‘희토류 휴전’은 청정기술 산업의 숨통을 틔웠지만, 글로벌 공급망 경쟁은 계속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국이 여전히 정제·가공기술의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서방은 대체 네트워크 구축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미국과 호주는 이미 핵심광물 협력 강화에 나섰다. 호주 앤서니 알바니즈 총리는 85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희토류·핵심광물 가공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라며 호주가 미국과 함께 공급망의 새로운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서방 진영의 구조적 재편 움직임이다. 실제로 글로벌 미디어 폴리디코에 따르면, 캐나다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함께 ‘핵심광물 공급 동맹(Critical Minerals Production Alliance)’을 출범시켰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밝혔다. AI·전기차(EV)·방위기술에 필수적인 희토류 및 전략금속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 완화가 목표다.
이 계획에는 구매자가 특정 광산의 생산량 일부를 고정 가격으로 장기 매입하는 ‘오프테이크(사전구매) 계약’, 가격 하한제, 전략 비축 체계 등이 포함된다. 이번 결정으로, 막대한 광물 매장량을 보유한 캐나다가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NEF 풍력 연구책임자 올리버 메트칼프(Oliver Metcalfe)는 지멘스가메사(Siemens Gamesa)와 GE 재생에너지가 이미 호주의 아라푸라(Arafura) 프로젝트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서방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중국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단기 리스크를 완화해주지만, 실질적인 공급 다변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 증가 가능성 vs. 구조적 리스크 지속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유예 발표 이후, 희토류 수출은 단기적으로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수출 통제가 해제되면 제조업체들이 ‘지금 재료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향후 몇 달간 수출량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통제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1년 유예 이후 재차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청정기술 공급망이 숨을 고를 수 있는 짧은 휴전”으로 평가하면서도, G7 주도의 ‘비(非)중국 공급 네트워크’가 현실화되면 한국 기업에게는 새로운 투자·협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은 일시적으로 관세 및 무역갈등을 완화했지만, 향후 AIㆍ배터리ㆍ반도체 등 기술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핵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 국방부에도 동등한 수준의 핵무기 실험을 지시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미-중의 기술 및 자원 패권 경쟁이 여전히 진행중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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