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대기업 초과이윤에 하청 노동자 몫은 없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74명의 사상자를 낸 대전 안전공업 참사 소식이 한국 노동사회의 주요 이슈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주목할 만한 뉴스가 나왔다. 바로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소식이었다. 지난 2월 19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을 비롯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삼성전자 사업장 내 3개 노조(이하 삼성전자 노조)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사측과의 2026년 임금교섭이 결렬됐다고 밝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다.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후 3월 5일 삼성전자 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공동투쟁본부로 전환하고, 18일에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해 공투본 소속 조합원(약 9만여 명)의 93.1%가 쟁의행위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공동투쟁본부는 사측과의 임금교섭과 별개로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공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최종 결렬 시 5월에는 총파업을 전개할 계획임을 밝혔다.
성과급 둘러싼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불만
삼성전자 임금교섭에서 핵심 쟁점은 성과급 지급 문제, 즉 성과급 지급 총액 기준과 개인별 상한제 폐지 여부다. 삼성전자 노조 공투본은 사측에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을 투명화하고 연봉 50% 상한선을 폐지하라는 요구안을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아울러 사업부별 성과급 차별 해소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연봉 6.2% 인상과 함께, 초과이익성과급 지급 총액 산정 기준으로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 또는 영업이익의 10%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반도체 사업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 보상 프로그램 안을 제안하면서 임금교섭이 난항을 겪어 왔다. 핵심 쟁점인 개별 노동자가 받을 초과이익분배금 상한 기준에 대해 사측이 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투명한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노조연대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30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의 임금교섭 요구안은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 노사 간 체결된 임금협약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사원들에게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기로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기본급의 1000%라는 기존 개인별 PS 지급 최대 한도를 폐지했다. SK하이닉스의 2025년 영업이익은 47조 원이었다. 10%는 4조 7천억 원이고 SK하이닉스 직원 수가 3만 4천여 명이니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성과급 금액이 1억 3천만 원이 넘는다. 실제로 입사 1년차 신입 직원이 1억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는 가십성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2025년 한국 반도체산업은 AI용 메모리인 HBM을 중심으로 초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삼성전자에서는 개인별 성과급 지급 상한 때문에 노동자들이 실제로 수령한 성과급이 SK하이닉스와 큰 격차를 보였고, 이는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의 급증과 임금협상 과정에서의 성과급 체계 개편 요구로 이어졌다.
노조의 근본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보수 경제지의 비판
예상대로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계획이 전해지면서 보수 경제지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노조를 비판하는 뉴스가 쏟아졌다. ‘잘나가는 한국 반도체산업에 먹구름’ 제목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을 걱정하는 기사와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임금 요구가 과도하다는 식의 비판이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대상으로 귀족노조라고 비판하는 프레임과 동일한 논리였다. 고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노동조합이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노동조합 간판을 내리라는 말과 동일하다. 임금은 노동시간과 함께 노동자에게는 핵심 노동조건이다. 임노동관계는 노동자가 지닌 노동력 처분권과 임금을 맞교환하는 관계이기에 ‘내 노동력을 몇 시간 동안 자본이 사용하고 그 대가로 내가 얼마를 받을지’는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임금 교섭권을 위임받은 노동조합이 임금인상 요구를 하지 않는다? 그건 노예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 노조 파업 결의에 대한 경제지들 보도.
임금은 노동력의 가격이다. 일반적인 상품은 구매 시점에 가격이 지급되지만, 노동력의 경우 자본은 구매하면서 즉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사후에 임금을 지급한다.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주일이나 보름, 한 달 일한 후에 월급을 받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노동자가 창출한 부가가치를 노동자와 자본이 협의·교섭해서 임금과 이윤 몫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임금교섭을 통해 임금 수준을 결정해 전체 임금 몫이 결정되면 자연스럽게 한 해 동안 자본이 획득하게 될 이윤 몫이 결정된다. 이는 노동조합이든 개별 노동자이든 동일하다. 노조가 없더라도 개별적으로 회사 인사담당자와 노동자가 매년 초 임금(연봉) 협의를 통해 개별 노동자의 임금액을 결정하고 기업 내 전 직원의 임금이 결정되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이윤 몫, 즉 이윤 총량이 결정된다.
문제는 시장 상황에 따라 예상치를 웃도는 큰 폭의 초과이윤을 얻었을 경우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2025년 AI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했다. 노동조합과 약속한 임금을 지급하고도 엄청난 이윤이 남았기에 초과이윤의 일부를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한 노동자에게 분배하는 것이 바로 성과급이다. 성과급 또한 부가가치의 일부이기에 임금이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대중화된 성과 연동 임금체계는 기업의 부가가치가 커질수록 노동자가 받을 임금 몫도 커지기에 자기 착취를 내면화한 임금체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반도체 초과이윤에 정규직 노동자 기여 몫만 있는가라는 의문
필자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체계 개편 요구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선을 돌려서 한국 반도체 자본이 획득한 초과이윤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치킨 게임이 구조화되어 있는 메모리 반도체산업은 주기적으로 천문학적 초과이윤을 얻는다. 물론 2023년처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양사가 17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때도 있었지만 일정 기간 평균을 보면 한국 반도체산업이 천문학적 초과이윤을 얻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비단 반도체산업뿐만 아니라 자본이, 기업이 한국 자본주의의 평균이윤율을 훨씬 상회하는 초과이윤을 얻었다면 이 초과이윤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2025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3조 원, 47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소속 노동자의 노동만 기여한 것일까.
2025년 기준 삼성전자에는 3만 5천여 명, SK하이닉스에는 1만 4천여 명의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가 있다. 이들이 수행하는 일이 직접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무는 아닐지라도 반도체 생산에 상시·고정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필자가 활동하는 반월·시화공단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1차, 2차, 3차… 벤더사(하청사)가 즐비하다. 이들 노동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과이윤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것인가.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을 받는 삼성전자 1차 벤더사인 코리아써키트 소사장(사내하청) 노동자는 잔업과 특근이 늘수록 임금이 많아진다. 코리아써키트 소사장 노동자는 ‘삼성 때문에 잔업, 특근이 많아져 좋다’는 정도로 만족하면 되는 것일까.
이윤을 전체 노동자에게 나누어 주기 위한 여러 고민들
삼성전자 노조와 SK하이닉스 노조의 임금 요구는 노동조합이 안고 있는 실존적·존재론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지난 글에서도 쓴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 노동조합은 누구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이다. 노동조합이기에 당연히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 노조와 SK하이닉스 노조는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작업장 내 사내하청 노동자, 1, 2차 벤더사 노동자까지 범위를 넓히면 다르다. 기여 몫을 명확히 확정할 수는 없지만 이들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 초과이윤에 기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국 노동운동 연구자인 하이만(Hyman, R.)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할 것인가, 아니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양날의 검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존재”라고 규정한 바 있다. 반도체산업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고려한 노동조합의 요구가 없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노조와 SK하이닉스 노조에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소재 삼성전자 미주총괄(DSA) 사옥에 삼성 반도체로 구동되는 자율주행 차량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8일 새너제이에서 개최되는 미식축구 내셔널풋볼리그(NFL) 슈퍼볼 개막에 맞춰 건물 외벽 영상으로 반도체로 AI를 이끈다는 비전을 널리 알릴 방침이다. 2026.2.6. 연합뉴스
자본, 특히 재벌 대자본이 거둔 막대한 초과이윤을 원청 자본과 그에 고용된 노동자에 한정하지 않고, 협력·하청업체의 사용자와 노동자에게까지 포괄적으로 재분배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3년 민주당 당대표 시절 정유업계와 은행권의 고수익을 배경으로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자본이 획득한 초과이윤을 조세로 환수하자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또 다른 방법도 제기되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정운찬 교수가 주장한 초과이익공유제도가 그것이다. 원청 대기업이 목표 이상의 초과이윤을 얻게 되면 이윤의 일부를 협력·하청사와 나누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경제계와 보수 언론들은 초과이익공유제를 공산주의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하였고 결국 흐지부지되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 협력이익공유제로 부활했지만 강제성 없이, 원·하청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도록 했기에 아무런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손놓은 대기업 노조에 대한 씁쓸함
한국 사회 재벌 대기업의 초과이윤에 대한 사회적 환수 노력은 계속되어 왔지만 아직까지는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경제의 이중구조 개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자본주의 경제의 이중구조를 반영하는 거울일 뿐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 있다. 한국 사회 노동조합이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와 초기업적 산별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 확산을 통해 집단교섭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협력·하청사 사측을 대상으로 산별노조가 집단교섭에서 하후상박 원칙하에 임금교섭을 하게 된다면 삼성전자의 초과이윤 중 일부는 하청 부품사에게 이전되어 하청 부품사 노동자의 임금인상에 쓰이게 될 것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노동조건 격차가 한국만큼 극심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무엇보다 노동조합이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나선다는 것을 전제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지급체계 개선 요구를 보면서 삼성전자 노조와 SK하이닉스 노조에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라는 씁쓸한 감정은 필자만 느끼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