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그린, 미국은 화석...최대 에너지컨퍼런스의 화두는?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세계 최대 에너지 컨퍼런스인 ‘세라위크(CERAWeek)가 미-이란 전쟁 여파로 유례없는 긴장감 속에 23일(현지시각) 막을 올렸다.
올해 대회는 ‘융합와 경쟁: 에너지, 기술 그리고 지정학(Convergence and Competition: Energy, Technology and Geopolitics)’이라는 주제로 27일까지 5일간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89개국 2350여 개 기업에서 1만여 명이 참가했으며, 1620명 이상의 C레벨 임원과 84명의 장관급 인사가 집결해 ‘에너지업계의 슈퍼볼’다운 위상을 과시했다. 입장권 가격은 최대 1만 1000달러(약 1606만 원)에 달한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세계 최대 에너지 컨퍼런스인 ‘세라위크(CERA Week)가 미-이란 전쟁 여파로 유례없는 긴장감 속에 23일(현지시각) 막을 올렸다. / CERA week 홈페이지 캡처
아람코 CEO 불참 속 엇갈린 유가 전망… 경제 성장 둔화 경고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행사는 개막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당초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세계 최대 석유 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Amin Nasser) 최고경영자가 중동 분쟁을 이유로 참석을 돌연 취소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약 300명의 시위대가 억만장자가 아닌 깨끗한 공기를 원한다 는 외치며 화석 연료 산업에 항의했다.
컨퍼런스 내에서는 유가 급등의 영향을 둘러싼 엇갈린 진단이 쏟아졌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현재 유가 수준이 수요를 꺾을 만큼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랍에미리트 국영 에너지기업 아드녹(ADNOC)의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 Jaber) CEO는 유가 급등이 전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있다 며 공장에서 농장, 가정에 이르기까지 인적 비용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 정반대의 경고를 내놓았다.
미국 내 최대 LNG 수출 기업인 셰니에르 에너지(Cheniere Energy, NYSE: LNG)의 잭 퍼스코 CEO는 이번 사태는 에너지 공급 다변화의 필요성을 입증한다 고 강조했다. 셰니에르 에너지는 현재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음에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하반기 신규 시설 가동만을 기다리는 처지다.
토탈에너지스, 해상풍력 접고 1.3조 원 석유·가스 재투자
이번 행사 첫날 파장을 일으킨 소식은 프랑스 에너지 거물 토탈에너지스(EPA: TTE)의 전격적인 전략 수정이다. 토탈에너지스는 미국 내 해상풍력 임대권을 포기하는 대신 약 9억 2800만달러(약 1조3540만 원)를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에 재투자하기로 미국 내무부와 합의했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토탈에너지스는 텍사스주 리오그란데 LNG 플랜트 개발과 멕시코만 석유 개발 등에 해당 자금을 투입한다. 패트릭 푸야네(Patrick Pouyanné) 토탈에너지스 CEO는 미국 내 해상풍력은 연방 보조금 없이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 며 소송보다는 실용적 해법을 택해 신규 해상풍력 개발을 중단하겠다 고 밝혔다. 탄소중립보다는 당장의 에너지 안보와 수익성을 택한 ‘화석 연료로의 회귀’인 셈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시아 투자자들은 재생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츠(Cambridge Associates)의 아론 코스텔로(Aaron Costello) 아시아 총괄은 각국은 이제 에너지 안보를 위해 재생 에너지 확충과 그리드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2월 28일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자금은 중국의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그린 에너지 섹터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토탈에너지스, 해상풍력 접고 1.3조 원 석유·가스 재투자
한편, 25일(현지 시각)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계절별 휘발유 혼합물에 적용되던 연방 반스모그 규정을 한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에탄올 함량이 15%인 휘발유인 E15 의 여름철 판매 허용이다. 일반적으로 E15는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 휘발성이 높아져 스모그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6월부터 9월 사이에는 판매가 금지되어 왔다.
리 젤딘(Lee Zeldin) EPA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연료 공급망의 잠재적 차질이 예상된다 며 이번 유예 조치는 5월 1일부터 20일간 발효되며 필요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 소매업체들은 저렴한 에탄올 혼합 연료를 계절 제한 없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분석가들은 이번 조치가 소매 휘발유 가격을 갤런당 수 센트가량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98달러(약 5400원)로, 한 달 전보다 1달러 이상 급등한 상태다.
이란 전쟁발 공급망 위기… 백악관, 전방위적 대응
미국 정부가 이처럼 이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이란 전쟁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5분의 1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연료협회(RFA)와 미국석유협회(API)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윌 헙먼(Will Hupman) API 부사장은 여름철 연료 요건을 일시적으로 완화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고 평가했다. 다만 환경 단체들 사이에서는 대기 질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