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한 점이 1070억원 거장 화가 장례식에 단 둘만 [뉴스]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2007년 5월 25일(현지시간)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 여름 전시의 일환으로 자신의 작품 가운데 가장 커다란 Bigger Trees Near Water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7.5.25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작품 한 점이 1070억 원에 경매돼 한때 생존 작가 최고가 경매를 자랑했던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장례식이 단 두 사람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졌다고 해서 화제다. 호크니는 지난 11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는데 조촐하게 마무리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영국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은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호크니의 장례식이 고인의 뜻을 좇아 오랜 파트너 장피에르 곤살베스 드 리마(61), 조카손자인 사진작가 리처드 호크니(33)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치러졌다고 고인의 홍보 담당자 에리카 볼턴을 인용해 21일 전했다. 두 사람 모두 2008년 설립한 데이비드 호크니 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다.
볼턴은 호크니의 장례 절차와 추모식에 대해 많은 문의를 받았다”며 호크니의 분명한 뜻은 장례식에 그의 파트너와 조카손자만 참석하고, 두 사람의 사생활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안장됐는지 여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조촐한 장례 방식은 생전 호크니가 보여준 삶의 태도와도 일치한다는 평가다. 그는 1990년 영국 정부의 기사 작위를 고사했다. 이후 2003년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요란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어떤 종류의 상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친구들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호크니의 삶과 예술 세계를 기리는 공식 추모 행사는 앞으로 여러 도시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내년 봄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고인의 고향인 요크셔를 비롯해 프랑스 파리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추모 행사가 마련된다. 물론 고인이 생전에 수락한 내용이라고 했다.
볼턴은 또 고인이 개인적으로 소장해 온 작품 상당수가 그의 예술적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전 세계 재단과 공공기관에 기증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1937년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난 호크니는 1960년대 팝아트 운동을 대표한 작가 중 한 명이다. 70여 년에 걸친 작품 활동 동안 강렬한 색채와 독창적인 표현 기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196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1967)’ 등 수영장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1972)’은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러(당시 약 1019억 원)에 낙찰되며 당시 생존 작가 작품 가운데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웠다. 일 년 뒤 제프 쿤스의 토끼 가 같은 경매에서 9100만 달러(당시 약 1082억 원)에 팔려 두 번째로 내려앉아 지금껏 그 자리를 지켜왔다.
말년에는 아이패드를 활용한 디지털 드로잉에 몰두하는 등 새로운 기술과 표현 방식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평생 좌우명이 네가 좋아하는 것을 그려라 였다.
데이비드 호크니 더 큰 첨벙 (A Bigger Splash 1967 242.5 x 243.9cm)
데이비드 호크니,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Pool with Two Figures)’, 1972. 이 작품이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 달러(당시 약 1070억 원)에 경매돼 한때 생존 작가 최고가 경매 기록이었다. ⓒ데이비드 호크니, 크리스티 이미지스(Christie‘s Images Ltd.)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개인전 ‘데이비드 호크니’ 전은 드로잉, 회화, 사진, 영상 등 130여 점을 선보였으며, 8개월간 37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으며 국내 미술관 전시 흥행사에 한 획을 그었다.
호크니의 별세 소식에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수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친구이자 영감”이었다고 추모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 역시 영국에서 가장 찬사를 받은 예술가 중 한 명”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프랑스 노르망디 자택 정원에서 작업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 앞에 반려견 루비가 함께 하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장피에르 곤살베스 드 리마
화가이기도 한 귀부인(Dame) 트레이시 에민은 호크니를 알게 되어 영광이었다며 위대한 예술가이자 훌륭한 사람으로, 예술의 힘으로 영국인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 고 묘사했다. 나아가 자랑스럽게 연거푸 담배를 피우는 동성애자로, 다른 어떤 영국 예술가보다도 더 높이 깃발을 휘날렸다 고 기렸다.
BBC는 호크니의 작품 전시가 런던 켄싱턴 가든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8월까지 이어진다고 전했다. 내년에 그의 90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두 개의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테이트 모던은 멀티미디어 설치물을 선보일 예정이며, 테이트 브리튼에서는 그의 경력을 아우르는 전시가 열린다.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