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끊더니 美 LNG 의존…EU, 결국 자체 가스 생산 나선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러시아산 가스를 줄인 EU가 미국 LNG 의존까지 커지자 역내 가스 생산 확대 논의에 들어갔다. / 출처 = 브뤼헬 연구소
유럽연합(EU)이 역내 천연가스 생산 확대 논의를 공식화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각) EU 에너지 장관들이 다음 주 회의에서 역내 천연가스 생산을 의제로 올릴 예정이라고 내부 준비 문건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산 LNG는 지난해 EU LNG 수입의 58%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의존을 줄였지만 미국 LNG 의존이 커지자, 역내 생산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대신 미국 택했지만… 의존 구조는 그대로”
EU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를 빠르게 줄였다. 빈자리는 미국산 LNG가 채웠다. 테레사 리베라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올해 1월 2025년 EU LNG 수입의 58%가 미국산”이라고 밝혔다. 2021년보다 4배 늘어난 규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1~3분기 EU LNG 수입의 약 60%가 미국산이었다고 집계했다. EU 경제·에너지 정책 싱크탱크 브뤼헬(Bruegel) 연구소는 올해 3월 미국이 EU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약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의존을 줄였지만, 미국이 새로운 핵심 공급원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2021년 러시아에 집중됐던 EU 화석연료 수입 구조가 2025년 들어 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 출처 = 브뤼헬 연구소
문제는 공급선을 바꿨지만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EU 가스 수요의 약 80%는 수입에 의존한다. 올해 2월 말 미국·이스라엘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도 크게 출렁였다. 글로벌 LNG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EU 에너지 가격 역시 외부 변수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로이터는 지난해 10월 EU의 미국 가스 사용 확대가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하며, EU 관계자의 미국 의존도는 더 커질 것”이라는 발언을 함께 전했다. 러시아 의존을 줄였지만, 또 다른 외부 의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재생에너지 밀던 EU, 이번엔 역내 가스 생산 공식 논의
이번 논의를 주도한 것은 EU 순환의장국인 키프로스다. 키프로스가 작성한 에너지 장관 회의 준비 문건은 현재의 가격 충격과 글로벌 LNG 시장 변동성을 고려할 때, 역내 가스 자원이 유럽 전체 가격 안정을 위한 집단적 메커니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고 적시했다.
EU가 장관급 회의에서 역내 가스 생산 확대를 공식 의제로 다루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EU 차원의 에너지 논의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 전환에 집중됐고, 화석연료 생산은 개별 회원국 영역으로 여겨졌다.
실제 EU 역내 가스 생산은 지난 10년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신규 탐사 투자가 급감했고, 네덜란드는 지진 피해 논란 끝에 유럽 최대 가스전 가운데 하나였던 흐로닝언(Groningen) 가스전을 폐쇄했다.
키프로스 의장국 대변인은 에너지 전환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대비와 균형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EU 외교관들이 이번 논의를 역내 생산 확대에 대한 EU 내부 기류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탈탄소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성을 더 앞세우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루마니아 흑해 가스전 착공…동지중해도 개발 속도
EU 내부 생산 확대 움직임은 이미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 사례가 루마니아 흑해 가스전 ‘넵툰 딥(Neptun Deep)’ 프로젝트다.
오스트리아 에너지기업 OMV 페트롬(BVB: SNP)과 루마니아 국영가스기업 롬가즈(BVB: SNG)가 각각 50% 지분을 보유한 이 프로젝트는 2027년 첫 생산을 목표로 지난 4일 파이프라인 공사에 착수했다. 이는 연간 약 80억입방미터의 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루마니아를 EU 최대 가스 생산국 가운데 하나로 끌어올릴 수 있다.
키프로스 역시 동지중해 해상 가스전 개발을 추진 중이다. 키프로스·이스라엘·이집트 일대 동지중해는 최근 유럽의 새로운 가스 공급원 후보로 주목받는 지역이다.
로이터는 EU 외교관들이 이번 논의를 역내 가스 생산 확대에 대한 EU 내부 기류 변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