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위험성 판단’ 폐지 추진…美 온실가스 규제 법적 토대 흔들린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EPA가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토대를 폐지할 예정이다. / 출처 = 픽사베이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온실가스 규제의 법적 토대인 핵심 과학적 판단을 폐지할 예정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뉴욕타임스(NYT), CNN 등 주요 외신은 9일(현지시각) 이르면 이번 주 중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위험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폐기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위험성 판단은 온실가스가 인간의 건강과 공공 복지를 위협한다는 EPA의 공식 과학적 결정으로, 지난 15년간 미국 연방 정부가 온실가스를 규제할 수 있는 핵심 법적 근거로 작동해 왔다.
연방 기후 규제의 출발점 된 ‘위험성 판단’
위험성 판단은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EPA가 채택한 결정이다. 이 판단을 근거로 EPA는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등 온실가스를 규제 대상 물질로 명시했고, 이후 자동차와 엔진, 발전소, 석유·가스 산업 전반에 대한 연방 온실가스 규제가 본격화됐다.
리 젤딘(Lee Zeldin) EPA 청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번 조치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규제 완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PA는 성명에서 위험성 판단을 현대사에서 가장 해로운 결정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EPA에 따르면 이번 폐지 조치는 자동차와 엔진에 적용돼 온 연방 온실가스 배출 기준의 측정·보고·인증·준수 의무를 제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발전소 등 고정 배출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석유협회(API)는 차량 부문에 한해 위험성 판단 폐지를 지지하면서도, 석유·가스 산업의 메탄 규제 근거가 되는 고정 배출원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PA는 이번 규제 철회를 1년 넘게 준비해 왔다. 지난해 7월 공개된 규칙안에는 50만 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으며, 해당 안은 올해 1월 7일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에 제출돼 부처 간 검토 절차를 거쳤다. EPA는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최종 규칙을 관보에 게재할 예정이다.
16년간 준비된 보수 진영의 기후 전략
NYT는 이번 조치를 단기적인 정책 전환이 아니라, 보수 진영이 장기간 준비해 온 전략의 결과로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2022년 여름 민주당이 대규모 기후 법안 통과를 추진하던 시기,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인사들은 차기 공화당 행정부를 염두에 두고 연방 기후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한 구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러셀 보트(Russell T. Vought) 전 관리예산국 국장과 제프리 클라크(Jeffrey B. Clark) 전 법무부 차관보, 맨디 구나세카라(Mandy Gunasekara), 조너선 브라이트빌(Jonathan Brightbill) 등은 기후 규제를 해체하기 위한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했다. NYT는 이들이 기후 과학에 대한 기존 합의를 약화시키는 데 활용할 자료를 장기간 축적해 왔다고 전했다.
과학계 반발 속 법적 리스크 부상
이번 폐지안은 기후 변화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연구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일부 근거를 두고 있다. 에너지부(DOE)는 앨라배마대 헌츠빌 캠퍼스의 존 크리스티(John Christy), 로이 스펜서(Roy Spencer),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스티븐 쿠닌(Steven E. Koonin) 등이 참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기후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Zeke Hausfather)는 CNN에 자주 반박된 주장과 맥락에서 벗어난 연구를 모아 놓은 블로그 글에 가깝다”며 2009년 이후 발표된 과학 문헌 가운데 위험성 판단의 과학적 근거를 뒤집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 가능성도 남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미 연방법원은 에너지부가 위험성 판단 폐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구성한 기후과학 자문그룹이 절차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등 환경단체들은 최종 규칙이 확정될 경우 소송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정책 후퇴를 상징하는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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