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침공, 세계적 핵무기 확산 가능성 높였다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2026년 3월 16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드론 공격으로 연료 탱크가 파괴된 후,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2026.3.16.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침공을 두고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국들은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며 미국의 전쟁 협력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은 한국의 전쟁도 아시아태평양 전쟁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이 어떤 식으로 끝나든 그 결과는 미국과 이란에 국한되지 않고 중동, 유럽, 나아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번 전쟁 여파 5가지 중 첫 번째는 ‘핵확산’
미사일과 폭탄을 주고 받는 전투는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끝날 가능성이 있지만, 전쟁의 여파는 오래 갈 것이고 글로벌 차원의 장기적 정세변동을 야기할 것이다. 예컨대 그런 장기적 변동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것이 핵무기 확산을 재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장(1993~2006년)을 지낸 국제문제 전문가 빌 에모트는 지난 5일의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고문에서 이번 미국-이란 전쟁이 세계에 끼칠 장기적 변동 5가지를 들면서, 이미 현재화하고 있는 그것들 중 첫 번째로 핵무기 확산 가능성을 들었다.
에모트는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자국이 이란과 같은 공격을 받지 않는 것은 핵 개발 덕이라 얘기하고 있다면서 이란 정권 내부에서는 핵 개발을 서둘렀어야 했다며 후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권은 이란 침공의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를 이란의 핵 개발 저지라 공언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이 오히려 이란의 핵 개발을 가속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많은 매체들과 전문가들이 제기해 왔다.
2026년 4월 7일, 테헤란 샤리프 공과대학교에 대한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기자들이 언론 발표에 앞서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국영 TV는 테헤란 시내 대학의 가스 시설에 대한 공격으로 일부 지역에 중단되었던 가스 공급이 4월 6일 복구되었다고 보도했다. 6일 새벽에 발생한 이 공습은 샤리프 공과대학교의 가스 감압소와 계량 시설을 타격하여 가스 누출을 초래했다. 2026.4.7. AFP 연합뉴스
핵 무장 공공연히 논의하는 일본정부 관게자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그 두 나라를) 지켜 주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만일 (과거 역대 미국) 대통령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김정은이 지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김정은)를 좋아하게 됐다”며 (그도) 나에 대해 아주 좋은 얘기를 해 줬다”면서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듯이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나 북한의 김 위원장 대하듯 이란 지도자를 호의적으로 대했을지도 모른다는 억측 내지 야유가 그럴 듯하게 들리게 만드는 얘기다.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그리고 북한까지 4개국이 이미 핵 보유국이다. 일본정부 관게자들도 최근 ‘핵 터부’를 넘어 핵 보유 여부를 둘러싼 논의를 놀라울 정도로 공공연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이 곧 핵무장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동맹국을 핵 우산으로 보호하는 미국의 ‘확대 억지’정책이 이미 믿을 수 없게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반영돼 있을 것이라고 에모트는 지적했다.
2026년 3월 7일, 이란 나탄즈 핵 시설의 위성 사진. 시설이나 터널에서 새로운 손상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2026.3.7. AP 연합뉴스
미국 핵 억지력의 신뢰·실효성에 대한 의문 반영
일본 특파원을 지낸 적도 있는 에모트는 미국-이란 전쟁이 야기할 장기적인 정세변동의 두 번째로, 이번 전쟁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해 온 중국·북한·러시아에 대한 억지력의 실효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던진 점을 들었다. 첫 번째 문제와 연결된 이 두 번째 문제는 미국의 약체화, 쇠퇴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12일 전쟁’)으로 이미 방위력이 크게 취약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지난 3월 28일 전투를 시작한 지 겨우 몇 주만에 최고의 무기와 미사일 방어시스템 비축량의 대부분을 다 써버렸다. 값비싼 공격 및 요격 미사일이 다 떨어져 가고 단기간에 새로 생산해서 보충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이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중국에 대해 미국은 과여 어느 정도의 억지력을 가질 수 있을까. 미국의 ‘확대 억지’ 공약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강제합병하려 할 경우 미국은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을까.
이른바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부르짖으며 한국의 조선 능력을 빌려야 할 정도로 미국의 해군력에도 빨간 불이 켜져 있다. 격추당한 F-15 조종사를 구출한 부활절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영웅담에서도 보듯 미국이 완파했다고 큰소리 쳤던 이란 방공망에 미국 공군력도 베트남전 이래 단일 작전에서 최대의 피해를 입었다. C-130 수송기 2대, 블랙호크 2대를 포함한 헬기 최대 4대, A-10 등 미군의 첨단 항공기 7~12대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작전에서 이란군에 격추당하거나 자폭했다.
A-10 썬더볼트는 지상부대를 상공에서 지원하는 근접지원 항공기로, 적의 전차 등을 파괴한다. 고도 약 300m의 저공을 저속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A-10을 투입한 것은 이란의 대공 화기를 대부분 파괴했다고 미군 쪽이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군은 괴멸상태”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번에 A-10에다 C-130 수송기와 헬기들이 격추당하고 F-15 이글까지 격추당한 것을 보면 이란 방공망은 상당 부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월 6일 워싱턴 DC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브리핑룸에서 이란 관련 브리핑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6.4.6.UPI 연합뉴스
우리 대통령 아니지만 우리 모두를 흔들 대통령”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적대적 핵 무장국들로 에워싸인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확대 억지’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면 선택지가 별로 없다.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보유로 나아가고 일본이 이를 빌미로 핵무장을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런 추세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이 문제는 에모트가 꼽은 5가지 변동 중 마지막 다섯 번째 문제와 연결돼 있다.
다섯 번째는 어디로 튈지 종잡기 어려운 대통령 1인에게 극강의 권력이 집중돼 있는 미국의 정치구조의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0일 재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추가관세와 방위비 증액 등으로 동맹국들을 모욕하고 비판해 온 데다, 이란 침공과 호르무즈 봉쇄 뒤 동맹국들로부터 전쟁 지지와 협력 요청을 거부당하자 즉각 분노를 표시했다. 한국 일본 등에게 호르무즈 봉쇄 해제 문제를 떠넘기고, NATO에 대해서는 미국이 수천억 달러를 들여 지켜 줬는데도 외면한다며 짜증을 내고 탈퇴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실제로 많은 중대한 문제들을 그 한 사람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있다. 약 3년 남은 그의 임기 동안 변덕스러운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에모트는 그는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지만, 그의 행동이 초래할 결과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 주 합작공장 파견 한국 기술자들 체포 구금사건에서 보듯 주한 미군이나 한국의 반도체나 배터리, 자동차 등의 첨단기술이나 방위산업에 대해 트럼프 정권이 일방적인 조치나 결정을 내릴 경우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미사일과 드론 방어망 중요성 급증
에모트가 얘기한 5가지 변동 중에서 세 번째로 돌아가면, 그것은 이번 전쟁이 앞으로 미사일이나 드론 공격에 대한 방어능력의 중요성이 엄청 커질 것이라는 교훈을 많은 나라들에게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나 카타르 등 걸프만 연안국들은 이란의 거듭되는 공격에 노출됐으나 기존의 방위 시스템으로는 충분히 대처할 수 없었다. 그 이유들 중의 하나는 요격 미사일이 세계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미 표면화돼 있었다. 앞으로 드론과 미사일 방어체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에모트는 예상했다.
한국의 천궁이나 L-SAM 등 방공무기 산업 전망과도 밀접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시급한 에너지·주요물자 비축과 공급망 다변화
빌 에모트 전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마이니치신문 4월 5일
네 번째 문제는 에너지와 주요물자를 비축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세계의 연간 석유 공급량의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임에도 미국은 이를 경시했다. 호르무즈 해협 외에 잠재적인 요충지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수송 루트 등을 다양화하고 주요 물자를 전략적으로 비축할 필요성이 커졌다.
일본은 지난달 30일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에게 ‘중동정세에 따른 중요물자안정확보 담당상’을 겸임토록 해 중동산 원유 확보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일본의 원유 수입량은 하루 약 236만 배럴(1배럴은 약 159리터)이 넘는다. 이 중에서 94%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UAE가 43.3%, 사우디아라비아가 39.4%를 차지한다.
2026년 3월 23일 촬영된 호르무즈 해협 관련 자료사진. 호르무즈 해협 지도와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송유관을 보여준다. 2026.3.23.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 봉쇄 뒤 일본이 모색해 온 3개의 대체 수송로는 사우디 서부 홍해의 얀부항을 통한 ‘홍해 루트’와 UAE의 푸자이라 항 루트, 그리고 사우디 얀부 항에서 수에즈를 통과해 지중해를 지난 다음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오는 루트다. 하지만 안전성이 높아지는 대신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고 단위 수송량도 적어질 수밖에 없어 장기대책이 되긴 어렵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러시아 쪽이 하나의 출구가 될 수 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되고 대러 제재가 풀릴 때까지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