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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논 메탄가스 급증 기사와 유발 하라리가 몰랐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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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서 한 농민이 지역 첫 모내기를 하고 있다. 2026.4.30 사진 인제군 제공 5월 23일, 연합뉴스가 보스턴칼리지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해 지난 60년간 벼논 온실가스 배출 2배 증가 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국내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받아쓰면서 벼농사가 기후위기의 주범인 것처럼 보도됐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나는 연구 자체의 편향성이다. 다른 하나는 그 편향된 연구를 검증 없이 받아쓰면서 연구조차 말하지 않은 결론을 제목으로 달아버린 기사의 문제다. 이 두 가지를 차례로 짚겠다. 그리고 이 문제를 더 넓은 시각으로 보기 위해, 유발 하라리가 농업혁명에 대해 말한 것과 100여 년 전 한 미국인이 동아시아에서 발견한 것을 함께 살펴보겠다. 1. 연구가 측정한 것과 측정하지 않은 것 이 연구는 벼논의 메탄·아산화질소 배출을 측정했다. 결과는 연간 11억 톤 CO2e(이산화탄소 환산량). 적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벼논의 기후 영향을 평가하려면 배출만이 아니라 흡수와 저장, 그리고 대안과의 비교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 연구는 그것들을 측정하지 않았다. 측정하지 않은 것들을 나열하면 이렇다. 첫째, 논의 토양 탄소 저장 능력이다. 2021년 커뮤니케이션스 어스 앤드 인바이런먼트에 실린 글로벌 합성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논 토양(0~100cm)에는 18페타그램(1페타그램은 10억 톤)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으며, 일반 경작지보다 헥타르당 20% 더 많다. 논은 메탄을 배출하는 동시에 대기 중 탄소를 토양에 가두고 있다. 이 편익은 이 연구에 없다. 둘째, 논둑의 토양 유실 방지 효과다. 산악 지역의 다랑논은 경사지에서도 경작을 가능하게 하며 토양 침식과 산사태를 막는다. 논이 없어지면 그 땅은 어떻게 되는가. 이 연구에는 없다. 셋째, 숲 보전 기여다. 벼농사는 물을 필요로 한다. 물을 얻으려면 저수지가 있어야 하고, 저수지를 유지하려면 숲이 있어야 한다. 한국 농촌에는 수백 년간 송계(松契) 라는 것이 있었다. 마을이 공동으로 소나무 숲을 관리하는 자치 조직이다. 벼농사 공동체가 숲을 지키는 제도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이 문명사적 의미가 이 연구의 시야에는 없다. 넷째, 가장 결정적인 것이다. 벼농사를 대체할 작물과의 비교가 없다. 벼논 메탄을 줄이자면 무엇으로 대신해야 하는가. 밀인가, 대두인가, 목축인가. 그것들의 온실가스와 토양 영향은 어떤가. 이 연구는 묻지 않았다. *(출처: Rice paddy soils are a quantitatively important carbon sto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1) 2. 볏짚 환원은 순환농업의 원리다 — 문제는 방식이다 이 연구가 메탄 급증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수확 후 볏짚을 물이 찬 논에 되돌려 넣는 방식의 확산 이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있다. 볏짚을 논에 되돌려 넣는 것 자체가 나쁜가? 그렇지 않다. 볏짚의 유기물 순환은 벼농사의 생태적 핵심이다. 논에서 자란 것을 논으로 돌려보내는 것 — 유기물 순환, 지력 보강, 미생물 활성화. 이것이 화학비료 없이 수천 년을 연작할 수 있었던 벼농사의 비결이다. 볏짚을 논 밖으로 빼내 사료 등 다른 용도로 쓰면, 그만큼 인공비료를 더 투입해야 한다. 그 추가 배출을 이 연구는 계산하지 않았다. 문제는 볏짚 환원 자체가 아니라, 콤바인 수확 이후 생겨난 특정 방식이다. 대량의 볏짚을 물이 가득 찬 논에 급격히 투입하면, 혐기성 조건에서 유기물이 급속 분해되며 메탄이 폭증한다. 전통 방식은 달랐다. 볏짚을 건조 상태의 논에 먼저 넣어 호기성 분해를 시킨 후 담수하거나, 퇴비화 과정을 거쳐 서서히 투입했다. 이 연구가 고발하는 것은 볏짚의 논 투입 이 아니라 콤바인 대량 수확 이후 담수 논에 급격히 투입하는 산업적 관행 이다. 3. 해법은 이미 전통 농법 안에 있다 연구팀 스스로 해법을 제시했다. 물관리를 최적화하면 수확량 감소 없이 온실가스 배출을 약 10% 줄일 수 있다고. 이 물관리 최적화 가 바로 간단습윤(間斷濕潤), 즉 논물을 수시로 넣었다 뺐다 하는 전통적 방식이다. 국제쌀연구소(IRRI)가 전 세계 93%의 벼 생산 지역을 포함한 437건의 문헌을 종합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이 간단관개(AWD, Alternate Wetting and Drying) 방식을 적용하면 메탄 배출을 30~70% 줄이면서도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전통 벼농사의 지혜를 현대 과학이 재확인한 것이다. 해법이 이미 전통 생태농법 안에 있었다. 기사가 이 대목을 제목으로 뽑았어야 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은 벼논 온실가스 2배 증가 였다. *(출처: ScienceDirect meta-analysis(437 studies), 2022; IRRI GHG Mitigation in Rice - AWD)   지구촌 강수량 분포 (출처: 고등학교 지리부도). 4. 같은 날 기사가 되지 않은 것들 이 기사가 나온 같은 날, 같은 언론이 다루지 않은 숫자들이 있다. 전 세계 열대삼림 파괴는 연간 960만 헥타르다. 한반도 면적의 44배가 매년 사라진다. 그 파괴의 41%는 목축을 위한 목초지 조성이고, 12%는 대두 재배인데 대두의 70~80%는 가축 사료다. 합치면 열대 삼림파괴의 53%가 고기를 위한 것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 아마존 화재의 99%가 자연발화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설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화전 한 번으로 헥타르당 67.6톤의 탄소가 방출된다. 이것은 숲이 20년간 축적한 탄소를 단번에 날려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숲이 사라지면 연쇄 붕괴가 시작된다. 강수량이 줄고, 기온이 오르고, 토양이 날아가고, 결국 사막이 된다. 아마존 남부는 지난 40년간 삼림 파괴로 연간 강수량이 8~11% 감소했다는 연구가 최근 발표됐다. 이것은 왜 기사가 되지 않았는가. *(출처: Our World in Data, Drivers of Deforestation, 2021; Amazon Aid, Cattle Ranching; PMC, Historical deforestation drives rainfall decline, 2024)* 5. 물 없는 농사의 문제점 — 건조 농업의 숨겨진 비용 밀과 대두는 물을 담수하지 않는다. 빗물에 의존하는 건조 농업이다. 이것이 왜 문제인가. 첫째, 연작 피해가 있다. 같은 밭에 밀을 해마다 심으면 수년 내에 수확량이 급감한다. 삼포식 농법이라 하여 1/3은 놀려야 한다. 새 땅이 필요하다. 새 땅은 숲이다. 반면 논농사는 연작 피해가 없다. 같은 논에 해마다 벼를 심어도 수확량이 줄지 않는다. 이것이 논농사가 숲을 보전하는 근본 이유다. 둘째, 담수가 없으면 토양이 노출된다. 식생이 사라진 토양은 바람과 물에 쓸려 나간다. 4대 문명발상지 —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인더스, 황하 — 가 지금 사막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랫동안 밀농사와 목축으로 영위된 결과다. 반면 논이 있는 곳은 수천 년이 지나도 사막이 되지 않았다. 셋째, 대두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먹이사슬의 중간에 있다. 대두를 소가 먹고, 소가 메탄을 뿜는다. 아프리카와 아마존의 숲이 타는 이유의 절반이 이 고리다. 6. 비교해야 할 숫자들 이제 숫자들을 나란히 놓아보자. 벼논 연간 온실가스 배출 — 11억 톤 CO2e. 전 세계 축산업 연간 배출 — 62억 톤 CO2e. 열대 삼림파괴 연간 배출 — 약 82억 톤 CO2e. 화전농업의 온실가스 배출은 동일 방식 대비 최소 5배 높다. 단위 칼로리 생산량으로 비교하면 더 선명해진다. 논 1헥타르는 연간 약 3460만 칼로리를 생산한다. 목초지 1헥타르는 약 62만 칼로리. 같은 칼로리를 생산하는 데 벼농사가 필요로 하는 땅은 목축의 56분의 1이다. 헥타르당 온실가스로 비교하면 벼농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리고 논은 그 땅에서 숲을 보전하고 물을 담으며 탄소를 저장한다. 이 편익을 더하면 비교는 더 벌어진다. *(출처: FAO, 2022; Our World in Data 2020; UC Davis, Which California Crop Yields Most Calories, 2023)* 7. 하라리가 몰랐던 것 — 농업혁명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 맥락에서 유발 하라리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을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 라고 불렀다. 밀은 인간을 가축화했다. 농부는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고, 더 나쁜 식단을 얻었다. 인구는 늘었지만 개인의 삶은 나빠졌다 는 것이다. 재치 있는 역발상이고, 일부는 맞다. 그러나 하라리는 결정적인 것을 빠뜨렸다. 그가 본 것은 농업의 일부였다. 밀·목축을 중심으로 한 중동과 유럽의 농업. 그 시각으로 농업혁명 전체를 판단한 것이 그의 편향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수천 년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지속되어 온 농업이 있었다.   물을 다루는 데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는 이모작 삼모작의 베트남 농부. 그 힘이 미국을 물리쳤다. @이원영 1909년, 미국 농무부 토양관리국장을 지낸 프랭클린 하이럼 킹(Franklin Hiram King)은 중국·한국·일본을 직접 돌아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하나였다. 어떻게 이 사람들은 수천 년을 같은 땅에서 농사지으면서도 지력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그가 목격한 것에 그는 경탄했다. 버리는 것이 없었다. 인분·축분·볏짚·음식 찌꺼기 — 모든 유기물이 다시 논밭으로 돌아갔다. 대두·콩과식물·피복작물을 활용한 윤작 체계, 그리고 물을 세심하게 다루는 관개 기술. 킹은 미국의 하수 처리 방식이 강과 바다로 귀중한 영양분을 흘려버리는 것을 개탄했다. 그의 관찰을 담은 책 《4천 년의 농부(Farmers of Forty Centuries)》는 그가 세상을 떠난 1911년 출간됐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하라리가 비판한 농업 — 밀이 인간을 착취하고, 토양을 소진하며, 새 땅을 찾아 팽창하는 농업 — 은 실제로 존재한다. 그것이 지금 아마존을 불태우고 아프리카의 숲을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킹이 동아시아에서 발견한 농업은 다른 원리 위에 서 있었다. 논에서 자란 것은 논으로 돌아간다. 벼농사는 물을 필요로 하고, 물은 숲을 필요로 한다. 벼농사 공동체는 수백 년간 송계를 통해 숲을 스스로 지켰다. 이앙농법은 마을 전체의 협동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두레·품앗이·계(契)라는 공동체 문화가 자랐다. 하라리가 본 것은 밀이 인간을 노예로 삼는 구조였다. 킹이 본 것은 인간·벼·물·숲이 하나의 생태 시스템으로 공진화하는 구조였다. 이 둘은 같은 이름 — 농업혁명 — 을 가졌지만 전혀 다른 문명을 만들었다. 하라리는 이 차이를 몰랐거나, 알고도 깊이 다루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농업관의 가장 큰 맹점이다. 결론 — 두 가지 문제, 하나의 진실 이 기사의 문제는 두 겹이다. 첫 번째 겹은 연구 자체의 편향이다. 이 연구는 벼논의 배출만 측정하고 흡수·저장·대안 비교는 측정하지 않았다. 측정하지 않은 것들이 측정한 것보다 훨씬 크다. 이것은 실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두 번째 겹은 기사의 편향이다. 연구는 물관리를 개선하면 10% 감축 가능하다 고 했다. 즉 해법을 제시했다. 그런데 기사 제목은 벼논 온실가스 2배 증가 다. 연구가 말하지 않은 결론을 기사가 말했다. 그리고 같은 날 기사가 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 아마존의 화재, 아프리카의 삼림파괴, 소를 위해 타는 숲. 이것들은 벼논 메탄의 7~8배를 배출하면서도 오늘의 뉴스가 되지 않았다. 숲을 불태워 소를 키우는 문명이 벼농사를 비난하는 이 구도에서 누가 이익을 얻는지를 물어야 한다. 하라리의 편향과 오늘 기사의 편향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서양 중심의 농업관, 밀과 목축을 기준으로 농업 전체를 판단하는 시각. 그 시각에서는 동아시아의 벼농사 문명이 보이지 않는다. 킹이 1909년에 발견한 것이 오늘의 기후 논의에서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인류 절반의 주식인 벼농사가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둔갑하는 동안, 열대 삼림파괴의 53%를 차지하는 육식 산업은 조용하다. 진실을 모르고 쓴 기사는 무지의 소치다. 그러나 알고도 쓴 기사, 또는 무지한 채로 특정 연구를 받아써서 진실을 왜곡한 기사는 그보다 더 나쁘다. 이 기사는 바로잡혀야 한다. 벼농사가 문제가 아니라 벼농사의 잘못된 산업화가 문제다. 해법은 벼농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생태농법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다. 물을 담아 토양을 지키고, 숲을 보전하며, 볏짚을 순환시키는 일 — 그것이 기후위기의 해법이다. 100년 전 킹은 이렇게 썼다. 수천 년을 같은 땅에서 수확을 거두면서도 토양을 고갈시키지 않은 비결 —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지혜였다. 그 지혜가 지금 가장 필요한 때다. 해법은 그 노력의 사이 에 있다. - Hanqin Tian et al., Global Rice Paddy GHG Emissions Have Doubled , Nature Food, 2026 - Rice paddy soils are a quantitatively important carbon store,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 2021 - IRRI, GHG Mitigation in Rice - Alternate Wetting and Drying (AWD 30~70% CH4 reduction) - ScienceDirect, Effects of AWD on GHG emissions, meta-analysis of 437 studies, 2022 - Our World in Data, Drivers of Deforestation — 목축 41%, 대두 12%, 2021 - Amazon Aid, Cattle Ranching — 아마존 삼림파괴의 80% - ScienceDirect, Slash-and-burn disrupts carbon storage in Amazon, 2024 - PMC, Historical deforestation drives rainfall decline, Amazon 8~11% 감소, 2024 - FAO, Methane emissions in livestock — 축산 연간 62억 톤 CO2e, 2022 - UC Davis, Rice produces most calories per acre at 14 million, 2023 - Yuval Noah Harari,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011 - Franklin Hiram King, 《Farmers of Forty Centuries》, 1911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leewy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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