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 택소노미 난립…글로벌 규칙 경쟁 본격화, 한국 녹색금융의 ‘다음 과제’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녹색 분류체계(taxonomy)를 둘러싼 글로벌 규칙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녹색금융의 ‘다음 단계’를 어떻게 설계할지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필주 ESG인프라지원단 단장은 이 자리에서 공유되는 전문적인 관점과 논의는 한국 녹색금융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논의의 의미를 짚었다.
27일 서울 나인트리 로카우스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금융 컨퍼런스’에서는 세계은행, 정부, 국부펀드, 철강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녹색 분류체계 동향과 상호운용성,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의 방향, 민간 자본을 통한 탈탄소 전환 전략, 철강 산업의 실제 전환 과제를 중심으로 한국 녹색금융의 역할과 과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박필주 ESG인프라지원단 단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 사진 = 임팩트온
글로벌 녹색 분류체계, ‘상호운용성’이 핵심 과제로 부상
세계은행의 오른사란 마누아몬 박사는 지속가능금융 분류체계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공통 언어가 되고 있다. 국가별 기준이 서로 달라지면서 상호운용성과 비교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하며, 분류체계가 글로벌 지속가능금융 인프라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가 간 파편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60개 이상의 분류체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상호운용성 확보가 국제적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진성 기후에너지환경부 사무관은 2035년 NDC 목표(53~61%)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 자본의 대규모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taxonomy)가 EU 기준의 엄격성과 국내 산업 현실을 동시에 고려한 구조로 설계됐으며, 녹색채권·녹색여신 등 정부 정책과 연계돼 녹색 지원의 기준선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공사 최진석 팀장은 EU 공시데이터를 통해 분류체계가 실제 기업 투자·공시·펀드 상품 구성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EU 기업의 녹색 매출은 약 910억유로(약 154조원)에 달하며 일부 기업은 전체 투자액의 70% 이상을 녹색활동에서 창출하고 있다. 그는 분류체계가 자본배분의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명확한 분류 기준이 녹색채권 발행 증가와 ESG 채권 시장 확대를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각 발제자와 패널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 = 임팩트온
철강 산업이 보여준 ‘현실적 전환’의 조건… K-택소노미의 역할
오재희 포스코홀딩스 리더는 철강 산업이 EU 택소노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투자 요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U 택소노미는 철강을 ‘과도기적 활동’으로 분류하며 적합한 활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정별 탄소배출 원단위를 EU 기준 이하로 낮춰야 한다. 포스코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수소환원제철 도입 또는 전기로에서 탄소강 90% 이상·스테인리스 70% 이상 스크랩 투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오 리더는 택소노미는 어떤 기업이 친환경 기업인지 판단하는 핵심 도구”라고 평가하며, 한국형 분류체계가 국내 철강·제조업의 현실을 반영해 단계적 전환을 설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친환경 매출과 설비투자가 높을수록 자본시장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투자 단계에서 점점 배제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하며, 분류체계 충족이 장기 자본조달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는 아직 지속가능금융 시스템이 충분히 정착돼 있지 않다”며, K-택소노미와 정렬된 전환금융 체계 및 국가 산업정책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