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가격 어디까지 떨어지나…톤당 5만원 전망도 나와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EU의 탄소배출권(ETS) 시장은 2023년 기준 7700억유로(약 1101조원) 규모로 전 세계 시장의 87%를 차지한다. 유럽의 배출권 시장의 규모는 전년도보다 2% 성장했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거대한 시장의 탄소 배출권 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지난해 2월 100.34유로(약 14만원)로 최고점을 찍은 후부터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배출권 가격은 올해 2월 13일 기준으로 톤당 56.43유로(약 8만원)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국의 기후 및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추적한 EU의 탄소가격/엠버
배출권 시장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EU는 2030년부터 2040년, 2050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기후변화 대응에 관련된 산업에서 위기를 맞게 된다. 미국 IRA에 대응하는 넷제로 산업법의 주 자금원 중 하나가 ETS 수익이므로 기후위기 대응과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자금원이 묶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이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을 발표하고, 탄소시장의 전세계적 확대를 지원하는 태스크포스를 출범하려는 이유로 분석된다.
탄소가격, 이달 7만원 된다…5만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어
S&P글로벌은 13일(현지 시각) 같은 날 EU의 탄소가격이 2021년 10월 이후로 2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 4분기 이후로 급격히 하락해왔다고 분석했다. S&P 글로벌은 2024년 평균 가격이 톤당 63.9유로(약 9만원)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3년 85.3유로(약 12만원), 2022년 81.5유로(약 11만원)와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S&P글로벌은 2월 톤당 50유로(약 7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국 헤지펀드 클린에너지 트랜지션(Clean Energy Transition LLP)의 CEO 퍼 레칸더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으로 탄소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는 극도로 약해질 것이며, 탄소가격은 35유로(약 5만원) 혹은 그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 원자력 및 수력 발전소의 발전량 회복, 그리고 유럽의 경제침체에 있다. 퍼 레칸더는 “이런 조합(앞서 언급한 원인들)이 유럽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는 수요의 기반이 되는 오염을 억제함에 따라 올해 배출권 가격의 30%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퍼 레칸더 CEO는 2021년 블룸버그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100유로(약 14만원)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투자하여 상당한 수익을 확보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레칸더는 녹색 에너지 전환에 초점을 맞춘 자산에 약 26억달러(약 3조4663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퍼 레칸더는 21년 인터뷰에서 “배출권 가격이 100유로까지 오르면 정치인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조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의 예언은 또다시 들어맞았다.
넷제로 정책 자금 조달하기 위해 배출권 공급 늘려...
더 강력한 정책으로 배출권 수요 늘려야
그의 말처럼 정치인들이 배출권 가격을 낮추기 위한 의도가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EU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여러 정책이 나왔고 이 정책은 배출권의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하락시키는 동인으로 작동했다.
EU는 2022년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인 RePowerEU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0억유로(약 29조원)의 배출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8월까지 경매에 올릴 탄소배출권은 2억4400만 개로 회복 및 복원력 기금(RRF)에는 내년 경매량 중 8770만 개의 배출권이 할당됐다. 혁신 기금에는 3500만 개, 현대화 기금에는 9700만 개가 할당될 예정이다. 그외 항공 부문에서의 경매량은 내년에 총 860만 개로 예정됐다.
온실가스 목표도 강화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2월 6일(현지 시각) EU가 2040년까지 배출량을 90% 줄이는 것을 제안했다. EU는 이전에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5% 줄이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는 목표를 발표했는데, 그 중간 목표를 발표한 것이다.
EU는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고 불리는 넷제로 산업법도 발표했다. 이 법은 미국과 중국 기업들로부터 경쟁력을 확보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재원 역시 ETS로 설정됐다. 사실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등 ETS 시장을 운영하는 국가들은 기후대응기금의 일부를 탄소 배출권 매각 수익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
S&P 글로벌은 탄소 배출권의 수요를 늘릴 수 있을 만큼 더 강력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S&P글로벌은 EU가 제안한 204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6월에 선거 후에 구성될 다음 집행위와 의회가 결정할 정책들의 시작점에 불과하다며 유럽의 탈탄소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