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농협 개혁에 중앙회 폐지도 검토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농협 개혁이 급박하게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특별합동감사 후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개혁추진단’(2026.1.30. 발족)의 논의를 토대로 개혁방안을 밝혔는데, 주요골자는 ▲농협감사위원회 설치 및 내·외부 견제장치 강화 ▲중앙회 운영의 투명성 강화 및 조합원에 의한 통제 강화 ▲중앙회장 선거제 개편 및 금품선거 방지 등이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자체 ‘농협개혁위원회’(2026.1.20. 발족)의 논의를 토대로 ▲선거제도 개선 ▲인사공정성 제고 ▲책임경영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의 개혁방안이었다..
이러한 개혁방안들은 의미 있는 내용들이긴 하지만, 농협을 ‘농업인에 의한, 농업인을 위한, 농업인의 단체’로 거듭 나게 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책으로서는 미흡한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불과 2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논의를 거쳐 만든 개혁방안을 기초로 6월 지방선거 이전에 농협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하니 과연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든다. 보다 심층적 검토를 위해 간략히 네 가지 사항을 제안해 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업 협동조합 개혁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1 연합뉴스
첫째, 일본의 농협 개혁의 사례와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57년에 농협법을 처음 제정할 때 일본 농협법을 많이 참고했다.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서로 다른 내용으로 변화되기도 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농업·농촌의 환경(농촌인구 감소·초고령화, 지방 소멸 우려, 대농과 법인의 증가 및 농협 이탈 등)이 유사하기 때문에 일본의 농협 개혁 내용은 우리에게 많은 참고가 될 수 있다. 일본은 지역농협의 경영 자율성 제고를 통해 경제사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한 농업소득 증대를 위해 아베 정부시절에 2년여에 걸쳐 농협개혁을 추진했고, 2015년 8월에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시행일은 2016년 4월 1일).
일본 농협법 개정의 주요골자는 ▲중앙회를 폐지(농협법 규정에서 제외)하고 일반 사단법인으로 전환 ▲중앙회의 감사권 독점 배제 ▲지역농협 및 연합회의 조직변경 허용(주식회사 등 전환) ▲준조합원의 사업이용량 규제 검토 ▲부담금 폐지(회비 전환) 등이다. 한편, 일본 농림수산성은 전국의 지역농협 신용사업을 농림중앙금고에 이관시키고 지역농협은 그 대리인으로서 신용업무를 수행하는 방안(지역농협의 신용사업 분리)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개혁방안들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므로,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경우에는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일본 농협법 개정사항 중 특히 눈에 띠는 점은 중앙회를 폐지했다는 점이다. 법상 특수법인으로서 ‘중앙회’를 두고 회원조합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부여하는 입법례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일본과 한국 농협제도의 독특한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법적 타당성도 의문시된다. 왜냐하면, 원래 협동조합은 자율적 민간조직이기 때문에 상급연합단체라 할지라도 회원조합에 대해 지도·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즉, 지도·감독권은 권력작용적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공권력의 주체인 정부(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행사하는 것이 합당하며, 민간단체가 행사하는 것은 불합리한 점이 있다. 민간단체는 비권력적작용(회원 의사 대변, 회원 간의 협력·조정, 컨설팅 등)을 행하는 것이 합당하다. 일본에서 중앙회를 폐지(일반 사단법인으로 전환)한 근본이유도 중앙회의 지도·감독권(감사 등)이 지역농협의 경영자율성을 속박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앙회 폐지(일반 사단법인 전환)’를 한국의 농협 개혁에서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중앙회는 공법인성을 지닌 특수법인인 바, 이를 사법인성을 지닌 일반 사단법인(예 : 농협연합회 등)으로 전환해 중앙회와 회원조합의 간의 종전의 (강제적·부담적)수직관계를 (협력적)수평관계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밖에 일본 농협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감독체제의 합리화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지방자치단체의 협동조합 지원·협력 강화 및 건전성 확대를 위한 중앙정부의 감독권 위임 등).
둘째, 덴마크 등 유럽의 협동조합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예컨대, 체계적인 지배구조(조직 거버넌스와 사업 거버넌스의 구분 운영 :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이사회·대의원회 의장의 역할 제한 및 업무집행 불개입, 경영전문성 확보를 위한 임원피선자격 개방(조합원 외에 조합원 가족 등에게도 임원피선자격 부여), 지역별 상향식·자율적 의사결정체제의 도입, 직원대표의 이사회 구성 참여 등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도시 소재 농협에 대한 향후 대책, 향후 조합 해산에 대한 대책(재산 귀속 등), 지방 소멸 및 조합원 과소화(寡少化)에 대한 대책, 신경분리가 (은행의 분리·독립없이) 지주회사체제로 충분한지에 대한 고민, 경제사업 활성화 대책, 상법 준용 및 사업의 비영리성 등에 대한 고민도 개혁방안 논의 시 참작될 필요가 있다.
넷째, 농협법을 개정할 때에는 다른 협동조합법들과의 균형성을 참작해야 하고, 다른 협동조합들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는 농협법 외에도 다수의 협동조합법들(수협법,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신협법,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엽연초생산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새마을금고법, 협동조합기본법)이 있다. 현재에도 각 협동조합법들 간에 불균형·불일치하는 법규정들이 매우 많고 협동조합기본법과의 정합성도 결여돼 있다. 선거제도, 임원의 연임 허용 여부, 지배구조(기관 및 임원의 구성 등), 내부통제 및 외부감독 시스템 등이 각양각색이다. 심지어 동일·유사범죄에 대한 벌칙사항(형벌)이 다른 경우도 있는데, 이 같은 법규정 간의 상이함은 헌법상의 ‘평등권 위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농협법의 특정 규정을 개정하고자 할 때에는 다른 협동조합법들에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협동조합들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입체적으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