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료·데이터까지…미국 법정으로 번지는 ESG 소송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ESG 이슈를 둘러싼 주요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며, 법원이 정책과 기업 활동의 경계를 다시 규정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각) 최근 미국 법원에서 기후변화, 성소수자 의료, 낙태권, 도서 검열 등 ESG 전반을 아우르는 다수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 ESG를 둘러싼 주요 분쟁들이 미국 법원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 ChatGPT 이미지 생성
기후에서 의료·표현의 자유까지…
ESG 전반으로 확산되는 미국 법정 다툼
먼저 환경 분야 소송이다. 청년 기후 활동가들은 몬태나주 대법원에 직접 소송을 제기해, 주 정부가 화석연료 프로젝트 인허가 과정에서 기후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청년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기존 판결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은 최근 개정된 몬태나 환경정책법과 몬태나 청정대기법을 문제 삼고 있다. 개정안에는 신규 석탄 채굴과 천연가스 개발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 인허가 과정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몬태나주가 연방 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온실가스를 규제하는 것도 금지했다.
비영리단체 아워 칠드런스 트러스트(Our Children’s Trust)가 지원하는 청년 원고들은 해당 개정안이 주 헌법이 보장하는 ‘안정적인 기후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기존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에 개정 법률을 위헌으로 선언하고 집행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텍사스에서는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소송이 이어졌다. 텍사스와 플로리다주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낙태약 미페프리스톤의 복제약을 승인한 이후, 해당 약물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공화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FDA가 2000년 최초 승인 이후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를 충분히 재검증하지 않았으며, 복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버넌스 영역에서는 연방대법원이 텍사스 리아노 카운티(Llano County) 주민들이 제기한 상고를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방 당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도서 17권을 공공도서관에서 제거할 수 있도록 한 하급심 판결이 유지됐다. 삭제 대상에는 인종과 성소수자 정체성을 다룬 도서도 포함됐다. 미국 전역에서는 보수 성향 단체의 문제 제기와 주법 개정을 계기로 공립학교와 공공도서관에서의 도서 금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기술·농업·데이터까지 확산…기업 책임을 묻는 ESG 소송 전선
이 같은 법적 분쟁의 확산은 환경·사회 이슈에 국한되지 않고 플랫폼 규제와 데이터 보호, 산업 정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이민 단속 요원 출현 정보를 공유하는 앱 ‘ICEBlock’의 개발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이후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삭제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미 연방정부의 요구로 빅테크 기업이 앱을 삭제한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농업 부문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여파로 농가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120억달러(약 17조58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지만, 농민들은 수출 감소와 투입 비용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에서 약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출된 정보에는 사용자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내역 등이 포함됐으며, 국내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피해자 14명이 쿠팡을 상대로 1인당 2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참여 희망자와 관련 소송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에서도 쿠팡 본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 제기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한국계 로펌이 미국 법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투자자 권리 단체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검토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