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재판부 기피…내란수괴 항소심 열리자마자 파행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관련자들이 지난 1월 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김 전 장관을 비롯한 군·경 수뇌부 7명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등 사건의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있다. 2026.1.9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 1심 판결이 내려진 것이 지난 2월 19일이었다. 석 달 가까이 지나 항소심 첫 공판이 14일 열렸는데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이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잇따라 재판부 기피신청을 해 이들 모두의 공판이 중지됐다.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법기술 을 최대한 부려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 재판을 맡은 것이 지난 3월 4일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넘는 시간을 흘려 보내고 이날에야 첫 공판을 지정했는데 열리자마자 피고인 8명 가운데 4명의 공판만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 등 피고인들이 온갖 법기술을 부려 재판을 지연시킬 것이 뻔한 상황이었는데 이런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재판부 기피신청을 한 것이 처음도 아니었다. 1월 초 윤 전 대통령은 평양 무인기 의혹과 관련된 일반 이적 사건 재판부를 대상으로 기피신청을 냈다가 10시간 만에 철회한 일이 있었다. 내란 2인자 김 전 장관 측은 재구속 영장실질심사 과정에 전날 한 차례, 심사 당일 오전에만 네 차례 구두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3월 초에도 여러 언론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전력을 들어 재판 지연을 우려했다. 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가 일반 사건을 맡지 않아 일단 재판을 시작하면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며 서울고법 관계자는 재판부가 입법 취지를 살려 재판을 신속히 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장담에도 첫 공판부터 현란한 법기술에 막혀 파행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오전 첫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낸 만큼 변론을 분리하고 공판 기일은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고 밝혔다. 피고인 8명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재판만 떼어 다음 공판일을 당장 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날 법정엔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단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공동 피고인인 김 전 장관 측의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전날 기각·각하했다고 알렸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내란전담재판부가 내란전담재판부법의 위헌성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역시 재판부 기피 신청을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5분간 휴정을 명했고, 이후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 측이 모두 기피 신청을 했다. 피고인 8명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절반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한 것이다.
이에 특검팀은 오늘 법정에서 구두와 서면으로 기피를 신청한 것에는 소송 지연 목적이 있음이 명백하다 며 단호하게 간이 기각 결정을 해달라 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유감이지만, 현 단계에서 소송 지연의 목적이 명백하다고 볼 순 없어 간이 기각 결정을 하지 않겠다 며 한번 정리하고 진행하는 것이 절차 명확성 측면에서 낫겠다고 본다 고 밝혔다. 그 뒤 김 전 장관, 노 전 사령관, 김 전 대장 측은 모두 퇴정했다.
재판부는 향후 이들의 변론도 분리하고 공판을 추후 지정 상태로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재판 속행 여부는 법원이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의 기피신청 사건은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재판관 기피 신청이 들어온 경우 소송 지연을 목적으로 함이 명백하거나 적법한 신청 절차를 지키지 않았을 때를 제외하곤 해당 재판의 진행을 정지해야 한다.
나머지 피고인인 조지호 전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윤승영 전 수사기획조정관에 대해서만 공판이 진행돼 특검팀은 이들에 대해 원심 구형량과 같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1심에서 조 전 청장 징역 20년, 김 전 서울청장 징역 15년, 목 전 대장 징역 12년, 윤 전 수사기획조정관 징역 10년 등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2년, 김 전 청장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목 전 경비대장에게는 징역 3년, 윤 전 조정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특검팀은 조 전 청장에 대해 윤석열이 보안유지 필요성 때문에 조지호에게 당일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려준 것일 뿐이므로 이는 유리한 정상이 될 수 없다 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알면서도 주도적으로 경력을 배치하고 총괄 지휘한 사실이 불리하게 고려돼야 한다 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고법에 형사12-1부 소속 재판관 3명 전원에 대한 기피 신청을 했다. 이 재판부가 지난 7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중요임무 종사 혐의 항소심 선고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혐의를 사실상 유죄로 인정했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인단은 한 전 총리 사건의 판결 선고로 윤 전 대통령의 혐의를 인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한 것은 해당 법관들이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혐의에 대한 공방이 있기도 전에 이미 왜곡된 인식에 따라 예단을 형성하고 선입견을 가졌다는 객관적 사정 이라며 기피 사유인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에 해당한다 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여러 내란 혐의 사건을 병합하거나 동시에 선고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내란죄의 구성 요건은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만 다툴 수 있음에도, 이 내용이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은 사건에서 먼저 판단이 내려진 후, 그것이 윤 전 대통령 사건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은 녹화 중계가 허가돼 나중에 동영상으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채 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고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 추궁이 떨어질 것이 두려워 ‘구명로비 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13일 임 전 사단장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을 진행했는데 특검팀은 피고인의 각종 은폐로 고 채모 상병의 사망은 국회에서조차 밝혀지지 못했고, 피고인은 채 상병이 순직한 날로부터 3년 가까이 흐른 이 법정에서도 거짓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며 3년을 구형한 이유를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최후 진술에 나서 당시 국회 청문회 및 국정감사 당시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갑작스럽게 받다 보니 경황이 없었지만 기억나는 대로 답변했다”며 명색이 장군이고, 사단장을 했던 사람인데 당시 결코 진실 은폐나 허위는 없었다”고 말했다.
구명로비 의혹은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책임자로 수사를 받게 되자 김건희 여사 측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 구명을 부탁했고, 이후 해병대수사단이 핵심 피의자로 지목했던 임 전 사단장이 피의자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구명 로비 의혹의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지 못해 관련자들을 위증 혐의로만 기소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가 이종호 전 대표를 만난 적 없고, 알지도 못한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병대 쌍룡훈련 초청 명단에 대해 위증한 혐의,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위증한 혐의도 있다.
배우 박성웅씨는 지난달 8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2년 8월쯤 술자리에서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우리 사단장’이라고 부르며 포옹하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했다. 임 전 사단장은 사고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자 특검에 휴대전화와 비밀번호를 직접 제출했다. 당시 기적처럼 비밀번호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는 그의 해명은 세간에 얘깃거리가 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11일 오후 2시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3년 7월 집중호우 당시 안전상 조치를 다하지 않은 채로 수중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도 기소돼 지난 8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는데 너무 가벼운처벌이라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에 아랑곳 않고 임 전 사단장과 특검팀 모두 항소했다. 특검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임 전 사단장, 박상현 전 7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했다 고 밝혔다. 피고인 5명 중 임 전 사단장, 박 전 여단장, 최 전 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도 앞서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