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사죄하고 검사들이 감옥 가는 날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 20여 년 전쯤 언론사 한 후배가 신문사를 그만 두고 국방홍보원 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딱히 축하할 만한 자리로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깝게 지내던 언론계 선후배들이 그를 환송하는 식사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부대꼈던 언론계를 떠나는 동료에게 덕담 한 마디씩 전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이러저러한 대화가 오가던 중 한 참석자가 이제 5대 권력기관의 장으로 가게 됐으니 신문기자 스트레스는 안 받아도 되겠구만” 하는 농담으로 좌중을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 국방홍보원이란 기관 명칭이 국가정보원, 감사원 같은 진짜 권력기관과 어감이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한 농담이었던 것이지요.
독재시대 4대 권력기관 대신한 민주시대의 검언 카르텔
국방홍보원이 5대 권력기관의 하나일 리가 있나요. 사실 오랫동안 군사독재 정권을 거쳐온 우리 세대에게는 국가정보원(안기부 중앙정보부)·검찰·경찰‧국세청 등 4개의 사정기관이 막강한 권세를 휘두르던 권력기관으로 여전히 뇌리에 박혀 있기는 했습니다. 공무원을 감찰하는 감사원을 끼어 넣어서 5대 권력기관이라고도 했고요. 그러나 문민정부를 지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들 기관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정권의 하수인 혹은 정권 옹위를 핑계 삼아 자기들 이익을 위한 권력남용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노무현 정부 때에는 4대 혹은 5대 권력기관이라는 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달랐습니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서 손을 떼고, 경찰이 몽둥이에서 지팡이로 변신하는 동안, 검찰은 대통령까지 겁박하는 유일한 권력기관으로 건재했습니다. 건재했을 정도가 아니라 보수(극우)세력의 수호신을 자임하면서 정권의 향배까지 설계하는 막강한 권력집단으로 등장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이 검찰의 무기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퇴임 후 이 나라의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었다. 너무나 보복적이고 정치적이며 지역적으로 뭉쳐 있었다. 개탄스러웠다. (…) 나라가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김대중 자서전』 삼인. 2010)고 탄식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죽음으로 내몰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면 검찰만 유일한 권력기관으로 남았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막강한 검찰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마땅한 언론이 오히려 검찰권력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강화하면서 그 권력을 나누어 갖는 막강한 파트너로 등장한 것입니다. 이런 동지적 콜라보 관계를 우리는 검언유착이라고 부르지요. 조선일보를 우두머리로 해서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따라가고, 또 그 뒤를 거의 모든 언론(심지어 일부 진보 언론까지도)이, 겉으로는 아닌 척하며 따라다니면서 그 권력의 단물을 얻어먹는 거대한 카르텔이 형성된 것이지요. 이를 검언 카르텔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검찰청과 동아일보 건물
법조 출입기자들이 대부분 스카이 출신인 이유
따지고 보면 검찰과 언론은 닮은 부분이 참 많습니다. 좋은 학벌의 검사들이 사법고시를 통과한 후 권위주의적인 기수 문화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주류 언론 기자들(특히 정치 경제 사회 부)도 사법고시만은 못해도 언론고시를 통과한 좋은 학벌의 엘리트들이 입사년도를 기준으로 한 기수에 따라 선후배 간 엄격한 위계를 지키고 있지요. 언론사에서 법조 출입기자를 선발할 때에는 특히 학벌을 따지는데, 이는 검사들을 사귀고 취재할 때 학벌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검사가 부장검사 차장검사 검사장으로, 기자가 차장 부장 국장으로 승진하면서도 끈끈하게 이어지게 마련이지요. 법조 출입을 그만 둔 뒤에도 안부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밥도 먹고 술도 먹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검사가 수사하고 기소하면 범죄가 되고, 암장해 버리면 범죄가 안 되는 것처럼, 기자가 쓰면 기사가 되고 안 쓰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는 것도 닮았지요. 검사는 기소를 해서 권력을 키우고, 전관비리 등으로 범죄를 봐줘서 돈을 번다던데, 기자 쪽은 어떨까요. 검사는 민주당 계열 정치인들에게는 가혹하고 국힘당 계열 정치인에게는 관대한데, 언론 역시 민주당에게는 가혹하고 보수당에게는 너그럽기 짝이 없는 것도 닮았습니다.
또 검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있어서 상명하복과 자기 식구 챙기기에 충실한 ‘미덕’이 있다는데 사영 언론사 기자들도 최대한 사주의 뜻을 받들려고 수시로 자기검열을 하는, 이를 테면 사주동일체 같은 원칙이 있습니다. 사주로부터 수습기자까지 일렬로 줄세우는 것이지요. 이 원칙에 얼마나 충성하느냐의 여부가 당사자의 출세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조직에 충성하면 절대 처벌받지 않는다’는 검사들의 절대반지
무엇보다도 검찰과 언론의 권력기관으로서의 속성은 누구도 자기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신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는지 모르고, 혹은 인정하지 않으며 저토록 뻔뻔할 수 있는 겁니다. 과거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때 우리는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 빼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던 중앙정보부의 위세가 오늘날 검찰과 언론에 그대로 전해진 느낌입니다.
이제는 동아일보가 ‘대장동 그분’ 기사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이나,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조작 의혹의 핵심 박상용 검사를 정직 2개월로 퉁치고 넘어가려는 행태의 배경을 이해 하시겠습니까? 그마저도 조선일보가 ‘무리한 징계’라며 박상용을 두남두는 것까지 말이죠.
2921년 11월 3일자 동아일보 톱 기사
사태의 전말을 바꾸고 본질을 흐려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검찰과 언론의 특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열린 국회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수많은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검찰이 야당의 유력 대권 후보자 이재명을 죽이기 위해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옛날 같으면 대역죄에 해당하는 명백한 국기문란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대검은 조작 수사의 말단 격인 박상용 검사에게만 수사절차 위반에 초점을 맞춰 징계 요구를 한 것입니다.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 등 증인들이 선서하고 있다. 2026.4.16
이런 검찰의 태도는 한 마디로 정권을 넘겨주기는 했지만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한 번 끝까지 해보자”는 의미입니다. 그건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아일보의 ‘대장동 그분’ 보도 역시 2022년 대선 결과를 바꿨을 수도 있는 중대 사안으로, 오보 정도가 아니라 날조보도라는 의혹이 짙은 상황입니다. 다만 알고 그랬느냐, 모르고 그랬느냐(이 경우에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만 남는 것인데, 이에 대해 기자는 물론 회사 차원에서 어떠한 조처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검사 구속이 검찰청 폐지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
검찰과 언론은 여전히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고” 누가 우리를 처벌할 수 있겠느냐”는 자신감이 충만한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명 대통령은 민생과 외교에 여념이 없는데,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서는 검찰개혁의 의지가 잘 보이지 않고, 민주당은 온통 지방선거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 도대체 누가, 혹은 어떤 정치세력이 검찰(언론)개혁 문제를 다시 전면에 내세우고 결판을 낼 것인지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오히려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이런 혼란 상태가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갈 것 같고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검찰개혁 자체가 또다시 좌초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생깁니다. 그런 와중에 덜컥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주는 결정이라도 난다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대원칙은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강력한 ‘정치검찰 조작기소 특별검찰’을 반드시 도입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느냐 마느냐 여부로 소모전을 벌이는 것보다 특검의 수사 권한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철저한 수사로 박상용은 물론 강백신 엄희준 정일권, 더 위로 올라가 송경호 이원석 한동훈까지도 국사범에 준하는 엄벌에 처할 수 있게 된다면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여론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치검찰의 흉악한 수사·기소 날조 조작 실태를 알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증인 선서를 거부한 뒤 거부의 이유를 구두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하며 의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2026.4.14. 연합뉴스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솔직히 저는 죄지은 검사들을 모조리 감옥에 집어넣는 것이 검찰청 해체나 보완수사권 폐지 못지않은 검찰개혁이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검사들도 감옥에 갈 수 있는 상황에서 표적수사, 기획수사, 별건수사, 조작수사를 벌여가며 제멋대로 정치질을 할 수 있겠어요? 검사들이 그렇게 정상을 되찾을 때 검언유착도 사라지고, 동아일보 같은 언론도 사죄를 하고 그에 따라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제가 검찰개혁이 이루어지면 언론개혁도 거의 절반 정도는 자동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이유입니다.강기석 에디터 kks54223@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