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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깃발이 돌로미티 하늘 펄럭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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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칼렉 슬레트마르크(오른쪽)와 니비 올센 그린란드 문화체육부 장관이 그린란드 깃발 에르팔라소르푸트 (Erfalasorput)를 펼쳐 보이고 있다. 톰 젠킨스 가디언 우칼렉 슬레트마르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바이애슬론 여자 15km 레이스를 마치고 5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관중석의 덴마크 팬들이 그린란드 깃발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톰 젠킨스 가디언 이 오누이 바이애슬론 선수들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그린란드를 잊고 지나쳤을지 모르겠다. 또 그곳 사람들이 에르팔라소르푸트(Erfalasorput)란 이름의 깃발을 만들어 사용한다는 사실을 모른 채 지나칠 뻔했다. 1882년 8월 9일 박영효가 일본 도쿄로 향하는 배 안에서 고안해낸 태극기도 이 깃발과 같은 신세였다. 1907년 헤이그 밀사 3인이 호텔에 걸어두었던 것도 이 태극기였다. 지금의 태극기 문양과 상당히 다른 것이 호텔을 개조한 이준열사기념관에 간직돼 있어 헤이그를 찾는 이들은 들러볼 만하다. 1948년 제14회 런던올림픽에 대한민국 선수단은 20일 동안 배와 비행기를 갈아 타고 태극기를 품은 채 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병합하려고 군침을 질질 흘린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린란드가 덴마크 자치령이어서 독립된 주권국가로 인정받을 수 없어 이번 대회에는 대표 선수를 내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11일(현지시간) 돌로미티 자락의 안테르셀바 바이애슬론 아레나 관중석 맨앞쪽에 좀처럼 보기 드문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아레나의 국기 게양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 단 둘이 참가한 두 그린란드 출신 오누이를 응원하는 덴마크 관중들이 열성적으로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아팔라르토크(Aappalaartoq, 붉은 깃발)라고도 불리는 그린란드 깃발은 공모전과 투표를 거쳐 1985년 6월 11일 채택해 같은 달 21일부터 공식 게양됐다. 디자이너 투 크리스티안센의 설명에 따르면, 흰 배경은 국토를 뒤덮은 그린란드 빙상을 상징하며, 붉은 배경은 해가 질 때 붉게 물드는 바다를 상징한다. 붉은 반원의 윗부분은 그린란드 전역에 분포하며 그린란드인에게 있어 삶의 터전이 되는 협만들을, 아래 흰 반원은 바다 위 빙산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색상이 덴마크 국기와 똑같은 것은 그린란드가 몇 세기 덴마크의 통치 아래 있었으며 지금도 그렇다는 역사를 압축하며, 다른 북구 나라들과 달리 노르드 십자가를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다른 형태의 국기를 가짐으로써 자주성을 드러낸다고 해석한다. 오누이 이름은 우칼렉 슬레트마르크(24)와 손드레 슬레트마르크,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태어나 노르웨이와 그린란드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부모도 바이애슬론 선수로 어릴 때부터 오누이에게 스포츠를 익히도록 했다.  지난 4주, 슬레트마르크 남매는 폭발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우칼렉은 그린란드 출신의 유명인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녀는 여자 15㎞ 경기에서 52위에 그쳤는데 결승선을 통과한 뒤 20번쯤 인터뷰를 해야 했다.  아는 그린란드 사람이 단 한 명이라면, 내가 우리 나라를 지키고, 우리가 누구이며, 지도의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기쁘다 고 말했다. 오누이를 응원하는 6명의 그린란드 사람 가운데 니비 올센 스포츠문화교육 교회 담당 장관도 포함됐다. 세계인의 관심은 그린란드 위기를 벗어나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물론 올센 장관이 말하듯, 그린란드 사람들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의 거창한 계획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다. 누크의 모든 사람들은 어차피 슬레트마르크 남매의 레이스를 지켜볼 것이지만, 올해 그들의 대회 참여는 그린란드인들의 능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더욱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올센 장관의 말이다. 그린란드에서의 삶은 매우 힘들다.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나는 트럼프가 미쳤다고 생각한다. 말하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 사람을 살 수도 없고, 나라를 살 수도 없다. 그린란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린란드는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에 우리는 트럼프를 이해할 수 없고, 그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있다. 사람들 안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함께 서 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나라를 위해 함께 싸운다. 우칼렉은 비공식 대사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다. 그녀는 그린란드에서 만든 물개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고, 올센 장관은 그녀의 대회 활약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바다표범 가죽 슬리퍼도 선물했다. 그녀가 추울까봐 걱정돼서 골랐다 는 설명을 더했다. 그녀는 손드레와 함께 디자인한 맞춤형 스키복을 입고 있었다. 그린란드 문화에서 깊이 영감을 받았다. 북극광이 있고, 여성 문신에서 영감을 받은 부적인 카키오르네크가 있으며, 그린란드 깃발과 바이애슬론 표적을 혼합한 패턴도 있다. 덴마크 올림픽 위원회의 도움도 받았다. 우칼렉은 솔직히 말해, 일어난 모든 일이 우리 모두를 더 가깝게 만든 것 같다. 특히 덴마크 측에서 그렇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지지를 체감한다. 사람들이 그린란드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실제로 그린란드 사람들의 복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린란드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점점 깨닫고 있다 고 말했다.   우칼렉 슬레트마르크는 그린란드 문화에서 깊이 영감을 받은 맞춤 스키복을 입고 출전했다. 톰 젠킨스 가디언 몇 년 동안 그린란드 사람들은 IOC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써왔다. 이들은 자체 팀을 섬 경기와 북극권 동계 경기대회에 참가시킨다. 이 문제는 덴마크 의회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지금은, 슬레트마르크는 두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그린란드 깃발을 내걸고 경쟁하려면, 독립국이 돼야 할텐데, 그것은 정말 큰 문제다. 나는 모든 그린란드인의 꿈이 먼 미래에 독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커먼웰스 대표로 경주할 수 있어 매우 행복하다. 내 말은, 나는 여전히 여기에서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것 같다. 모두 내가 그린란드 출신인 걸 안다. 여기에서는 그린란드 깃발을 보고, 그린란드 복장을 입고 경주하며, 덴마크와 그린란드 양쪽을 대표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언젠가 미국 대표로 경쟁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니. 절대 안 돼. 한편 올림픽은 적대하는 나라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때문에 냉랭하기만 했던 2년 전 파리하계올림픽 탁구에서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게양되고 젊은 선수들이 한데 어울려 셀피를 촬영하는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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