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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수의사가 쉰 살에 쓴 책 날개 돋친 듯,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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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알프레드 와이트(James Alfred Wight 1916~1995).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댈 것이다.  하지만 필명 제임스 헤리엇(James Herriot) 을 들으면 아, 그이 할지 모르겠다. 1916년 영국 선덜랜드에서 태어나 조선소 노동자 겸 극장 피아니스트였던 아버지와 재봉사 어머니 아래 자라난 평범한 소년. 1939년 글래스고 수의과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40년 요크셔 지방의 작은 마을 서스크로 가서 수의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거의 50년을 살았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영국 공군에서 복무했지만 비행기 조종사가 되려던 꿈은 항문 수술을 받은 뒤 부적합 판정을 받아 날아갔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 다시 서스크에서 동물들을 돌봤다. 화려하지 않았고, 혁신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아픈 소와 말과 개를 열심히 보살폈다. 새벽 2시에 전화가 와도 달려갔다.   제임스 알프레드 와이트.(위키피디아) 입만 살아있으면 뭐해요? 1966년, 와이트의 아내 조앤 댄버리(Joan Danbury 1916~1999)가 남편에게 한 말이다. 알프는 25년 동안 저녁 식탁에서 언젠가 이걸 책으로 쓸 거야 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내는 마침내 폭발했다. 그래서 언제? 나이 쉰. 대부분 사람들이 이제 뭐 해봐야... 하며 포기할 나이에 알프는 펜을 들었다. 그것도 필명으로. 왜? 영국 수의사 협회 규정에는 현직 수의사가 광고나 홍보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구선수 이름에서 따온 필명 제임스 헤리엇 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70년, 첫 책 말할 수만 있다면 (If Only They Could Talk)이 출간되었다. 영국에서는 조용했다. 그런데 1972년 미국 출판사가 첫 두 권을 합본으로 내면서 제목을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All Creatures Great and Small)로 바꿨다.  그야말로 폭발 했다.   알프 와이트(필명 제임스 헤리엇)와 그의 동료 도널드와 브라이언 싱클레어가 서스크의 커크게이트 23번지에서 운영했던 가축병원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위키피디아) 평범함이 위대함으로 도대체 뭐가 좋았던 거야? 오늘 한국에 사는 우리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구독자 몇 백만을 거느린 유튜버도 아니고, 그냥 소 엉덩이에 팔을 집어넣는 수의사 이야기가? 바로 그게 답이다. 헤리엇의 책에는 화려한 것이 없다. 요크셔 시골의 농부들, 그들의 소와 말 그리고 개, 새벽 2시에 울리는 전화 한 통에 달려 나가는 수의사의 일상. 실수도 많이 한다. 첫 출근 날 소 한 마리를 죽게 만들었을 때의 좌절감. 동업자 도널드 싱클레어(Donald Sinclair, 1911~1995)는 괴팍해서 손님들을 내보내고 싶어 산탄총을 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유머와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헤리엇은 자신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았다. 때로는 바보 같고, 때로는 겁먹고, 때로는 감동받는 평범한 사람으로 그렸다. 무엇보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제임스 헤리엇 박물관에 있는 도널드 싱클레어와 알프 와이트의 원래 명판.(위키피디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헤리엇의 책들은 26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6000만 부 이상 팔렸다. 1975년 영화로, 1978년부터 1990년까지 BBC TV 시리즈로 90편이 방영되어 2000만 명이 시청했다. 2020년 다시 리메이크되었다. 한국에도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등으로 번역되었다. 그런데 정작 와이트 본인은? 여전히 서스크 마을에서 수의사로 일했다. 백만 파운드를 줘도 수의사 일을 그만두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명성을 피해 1977년 더 작은 마을로 이사했지만 동물들 돌보는 일을 그만 두지 않았다. 책에 사인 받으러 온 팬들보다 동물 데려온 사람들을 더 반가워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책이 나오자 동업자 싱클레어가 찾아와 따졌다. 알프레드, 이건 우리 우정에 대한 진짜 시험이야. 책 속에서 지그프리드 파논 으로 등장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를 이어 수의사가 된 아들 짐이 나중에 폭로했다. 아버지는 책에서 싱클레어 선생님을 상당히 순화해서 그렸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더 괴짜였어요. 1979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았고, 1982년 영국 왕립 수의사협회 특별회원이 되었다. 1995년 2월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글래스고 수의대가 그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개관한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개관식 전날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   티르스크 커크게이트 23번지에 있는 동물병원 표지판 (2018년).(위키피디아) 세계를 감동하게 한 것은 진심과 애정 한국 사회는 빠름의 강박에 시달린다. 20대에 성공해야 하고, 30대에 정점을 찍어야 하며, 40대면 이미 늦었다는 분위기. 스타트업 붐은 20대 창업자들을 영웅으로 만들고, 대학 입시는 여전히 인생의 전부다. 와이트는 쉰 살에 첫 책을 냈다. 화려한 경력도, 배경도, 인맥도 없이 그저 평생 해온 일을 정직하게 글로 옮겼을 뿐이다. 그런데 그 글이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50년 동안 동물들을 돌보며 쌓은 경험과 애정이 한 글자 한 글자에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82년생 김지영 작가 조남주(1978~ )는 서른다섯에 데뷔했고, 채식주의자 의 한강(1970~ )은 마흔셋에 맨부커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은 늦깎이 성공 으로 소비될 뿐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한다. 오늘날 한국은 청년 실업, 노인 빈곤, 중년 불안이 동시에 폭발하는 중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언제나 빨리 성공하라 , 효율적으로 살아라 다. 와이트에게 생산성 을 물었다면? 아마 웃으며 새벽 2시에 소 한 마리 살리러 가는 게 비생산적인가요? 라고 되물었을 것이다.   영국 노스요크셔주 서스크에 있는 제임스 헤리엇 박물관에 상설 전시되고 있는 BBC TV 시리즈 모든 생물은 위대하고 작다(All Creatures Great and Small) 세트장의 일부.(위키피디아) 한국 수의사들에게, 그리고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한국의 수의사들은 지금 힘들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과당경쟁과 민원에 시달린다. 24시간 응급진료를 요구받고, SNS 악성 리뷰로 병원이 망할 수도 있다. 수의대 입학은 의대만큼 치열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헤리엇 선생은 이런 한국 수의사들에게 뭐라고 말할까? 아마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당신이 오늘 살린 그 고양이를, 진료한 그 강아지를 기억하세요. 그 작은 생명 하나하나가 바로 당신이 수의사가 된 이유입니다. 2018년 6월 티르스크에 있는 제임스 헤리엇 박물관 외관.(위키피디아) 느리게 가도 괜찮다 제임스 알프레드 와이트는 평생 단 한 곳에서 단 한 가지 일을 했다. 화려하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았다. 그냥 아픈 동물들을 돌봤다. 50년을 묵묵히 걸었고, 쉰 살에 꽃을 피웠다. 그리고 그 꽃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피어나고 있다. 민들레는 천천히 자라지만 뿌리는 깊다. 바람에 날아간 홀씨는 어디서든 다시 꽃을 피운다. 제임스 알프레드 와이트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니 늦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말한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오래 가면 된다. 당신의 쉰 살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기자 주] 지금 한국에서 50년 동안 한 직업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쉰 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은? 우리는 너무 빨리 성공하려 하고, 너무 빨리 포기한다. 헤리엇 선생의 삶은 그 반대편에 있다. 느리지만 깊고, 평범하지만 위대하다. 오늘 한국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메시지다.   티르스크의 커크게이트 23번지에 있는 기념 명판.(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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