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의 내란의 추억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법의 문자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동안, 민주주의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는 피고인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서 서서히 갉아먹히고 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봉쇄와 국회의원 체포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내란 행위를 지휘했던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이 파면이라는 중징계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활보하며 정치 무대까지 기웃거리는 모습은, 국민에게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의 무력함을 절감하게 한다. 국회의사당의 문턱을 군홧발로 짓밟았던 자가 다시 배지를 달고 의사당에 입성하겠다니, 이보다 더한 조롱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법은 감정이 없어, 건조하고 엄격하다. 사법 당국은 ‘불구속 기소’ 상태인 그에게 도주 우려가 적고 증거 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점, 그리고 형사소송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법의 문자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동안, 민주주의의 가치와 사회적 정의는 피고인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서 서서히 갉아먹히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내란 가담자들이 반성은커녕 자신의 범죄 혐의를 정치적 서사로 재포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극우 유튜버들과 결탁해 ‘내란 조작설’과 같은 황당한 음모론을 유포하며 사법 절차 자체를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내란이라는 중대 범죄를 정파적 갈등으로 치환하고, 스스로를 ‘신념의 투사’로 둔갑시키는 이들의 파렴치한 행태는 헌법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국가의 근간을 흔들어도 법의 틈새만 잘 이용하면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이 대중에게 각인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자정 능력은 붕괴한다. 재판이 지연되는 사이 피고인이 자유를 만끽하며 시민사회를 다시 교란하는 작금의 현실은, 조희대 사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국가와 헌법을 위협한 중대 범죄자에게 베푸는 관용은 민주주의에 대한 방임일 뿐이다. 법은 ‘정의를 실현하는 도구’여야지, 반민주적 세력이 자신의 안위를 도모하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대통령이 일베 같은 사이트의 조롱과 모욕, 사회 갈등 조장에 대해 언급하며 그 제재 필요성을 시사했듯, 검찰과 법원은 더 이상 ‘불구속 수사’라는 원칙론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사법 정의는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의 엄정함이 중요하다. 국민은 내란 가담자가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에서 사법 시스템의 무력함을 목격하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사법부가 헌법을 유린한 자들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 내란 주동 세력이 활개 치는 비정상적인 현실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홍순구 시민기자 dran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