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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외교, 대전환기 내다보는 ‘망원경 들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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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고도의 지적 영역입니다. 멀리서 국제 질서의 거대한 흐름과 권력 구조의 변동을 조망하는 게 ‘망원경 외교’라면, 당면한 개별 현안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을 ‘현미경 외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망원경 외교는 국가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인 방향과 좌표를 제시하고, 현미경 외교는 그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실행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 두 시선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외교는 국익 극대화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정권의 외교를 보면, 망원경은 접어둔 채 현미경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정상들 간 돋보이는 ‘장면’에 가려진 ‘전략’ 연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일본 연쇄 방문 외교는 ‘장면 중심 외교’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중국 방문 당시 시진핑 국가주석과 찍은 셀카나, 일본 방문에서 선보인 파격적인 드럼 연주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화제성을 제공했습니다. 정상 간 인간적 유대와 파격적인 행보가 외교적 긴장을 완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외교의 본질은 눈에 보이는 ‘장면’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감춰진 치밀한 ‘전략’과 구속력 있는 ‘결과’에 있습니다. 이번 중국과 일본 연쇄 방문에서는 전략과 결과보다 정상 간의 친교를 보여주는 외형적 이미지가 유난히 돋보였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위험한 이유는 국제 환경이 과거의 규칙이 통하지 않는 ‘노골적인 야만의 시대’로 급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해 말 발표된 ‘트럼프 2기 국가안보 전략 보고서’는 한국이 직면한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아틀라스처럼 전 세계 질서를 홀로 떠받치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우아한 위선의 시대’를 끝내고, 힘이 지배하는 마피아 시대를 열겠다는 선전포고입니다. 연초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사건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트럼프의 폭력적 행태라는 쓰나미에 대처해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향하는 전략의 핵심은 ‘백인-미국-트럼프 우선주의’라는 지극히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이념과 행동입니다. 미국이 국제 공공재를 공급하는 패권국으로서 내야 할 비용을 이제 더 이상 부담하지 않고, 그 비용을 동맹국에 전가하겠다는 방침을 노골화 했습니다. 한국에는 중국을 막는 ‘첨병’으로서 더 많은 방위비와 역할을 감당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외교의 문제는 개별 행보 자체라기보다 이런 거대한 구조 변화 속에서 그것이 어떤 전략적 의미를 갖는지 하는 고민이 보이지 않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격심한 전환기에는 눈앞의 카메라 렌즈가 아니라 지평선 너머를 내다보는 ‘망원경 외교’가 필요합니다. 당장 눈앞의 잔물결에만 신경 쓰다가 멀리서 오는 쓰나미에 휩쓸려 내동댕이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여준 헬무트 콜 총리의 ‘2+4회담’은 망원경 외교의 정수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는 동독 붕괴라는 눈앞의 현상에만 집착하지 않고, 주변 강대국들의 우려를 읽어내며 통일 독일이 유럽 전체의 이익이 될 것이라는, 거대한 전략 지도를 그리고 행동했습니다. 망원경으로 세계 질서의 판을 조감하고 전략을 짰기에 염원하던 통일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정상들 옷차림과 식사 메뉴에만 관심있는 미디어 여기서 미디어의 책임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교 보도의 본질은 정부의 행보가 거대한 국제 질서의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분석해 전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상당수 언론은 외교를 하나의 ‘이벤트’나 ‘쇼’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언론이 정상의 옷차림과 식사 메뉴, 사진 한 장과 정상 간 친교에 매달릴 때, 외교의 실질적인 알맹이는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예를 들어,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셀카 사진 보도 뒷면으로, 사드 배치 이후 냉랭했던 한중 관계가 실질적으로 풀리는 건지, 시 주석이 주한미군의 대만 분쟁 개입 가능성을 담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가려집니다. 일본 방문에서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극진한 환대를 집중적으로 전했지만, 환대의 배경에 한국과 중국의 접근과 협력을 차단하려는 일본의 속셈이 있다는 보도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한국 중시 자세가 단기적인 전술인지 장기적인 전략인지도 묻지 않게 됩니다.   지난 1월 14일 일본 방문 중 나라현에 있는 호류지 사찰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 2026. 1. 14 연합뉴스 미디어가 눈앞에 보이는 현란한 의전에만 집착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폐해는 공론장의 퇴보입니다. 외교 정책은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미지 보도에만 치중함으로써 국민이 외교의 실체를 파악할 기회를 앗아갑니다. 결국 외교 정책에 대한 건강한 비판과 민주적 숙의의 공간을 축소해, 정부가 ‘장면’ 뒤에 숨어 부실한 전략을 은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되는 거죠. 언론은 이제라도 단순한 전달자를 넘어 비평자의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지금 거세게 불고 있는 국제 정세의 폭풍을 정밀하게 해독하여 국민에게 알리고, 거센 파도가 한국에 요구하는 비용과 부담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짚어내야 합니다. 외교는 친분이나 인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익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한국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멀리 봐야 할 때 프로이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외교를 시대의 흐름을 경청하는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상대국 정상과 다정한 사진을 찍는 일이 아니라 미국의 ‘불량 패권주의’와 다극화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딛고 설 땅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통찰입니다. 정부는 이미지 외교를 넘어 거시적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언론도 흥미 위주의 보도에서 벗어나 심층 보도로 정부의 전략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합니다. 외교나 언론 모두 현미경으로 숲속의 나무를 세심하게 살피는 섬세함은 유지하되, 망원경으로 숲 전체를 바라보면서 나아갈 길을 찾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두 시선을 회복하는 것이, 격랑의 시대에 한국 외교가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중에서도 지금 우선 해야 할 일은 접어 뒀던 망원경을 꺼내 들고 국가 생존 전략을 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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