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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바로가기 : 백기완 선생의 노나메기, 끝내 무릎 꿇지 않은 사람

백기완 선생의 노나메기, 끝내 무릎 꿇지 않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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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쌈꾼 백기완선생님 5주기 추도식 마석모란공 (2026.2.7) 신디 백기완 선생이 세상을 떠나신 지 다섯 해가 되었다. 오는 15일은 백기완 선생 5주기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의 이름은 과거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의 한국 사회는 그가 남긴 말과 사상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불평등은 구조화되었고, 연대는 희미해졌으며, 정치의 언어는 다시 관리와 통제의 언어로 퇴행하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 우리는 묻게 된다. 왜 지금 다시 백기완인가. 왜 그의 말은 여전히 불편하고, 왜 그의 사상은 아직도 현재형인가. 백기완을 관통하는 사상의 중심에는 ‘노나메기’가 있다. 그는 이 말을 단순한 민속적 표현이나 도덕적 미덕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노나메기는 백기완에게 있어 하나의 세계관이자 사회 원리였고, 자본주의 질서에 맞서는 가장 급진적인 대안 언어였다. 가진 사람이 조금 덜 가지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유지되고 재생산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바로 노나메기였다. 노나메기는 있는 것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 단순한 말 속에는 오늘날의 경제학과 정치철학이 외면해 온 중요한 진실이 담겨 있다. 인간 사회는 경쟁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나눔으로 존속해 왔다는 사실이다. 백기완은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전제하는 모든 이론을 거부했다. 그는 인간은 본래 의존적 존재이며, 함께 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고 보았다. 노나메기는 바로 그 인간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에게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의 격차가 아니었다. 그것은 관계의 붕괴였고, 공동체의 해체였다. 누군가는 넘치도록 소유하고, 누군가는 생존의 경계에 내몰리는 사회는 이미 병들어 있으며, 그 병은 제도 몇 개를 고친다고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잘 사는 나라”라는 말보다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말을 고집했다. 노나메기는 바로 이 ‘함께’라는 단어를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사상이었다.   차가운 거리에서 마주한 대치의 풍경. 백기완 선생이 평생 서 있었던 ‘권력과 인간 사이의 경계선’을 상징하는 순간. 2014년 12월 광화문 광장이다. 정남준 군사독재 시절, 백기완은 노골적으로 폭압적인 권력과 싸웠다. 감옥과 고문, 연행은 그의 삶의 일부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도 그는 결코 안도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선거와 정권 교체를 민주주의의 완성으로 여길 때, 그는 오히려 더 깊은 경고를 던졌다. 권력의 얼굴만 바뀌었을 뿐, 삶의 구조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군홧발 대신 시장이, 총칼 대신 계약서가 사람들을 옥죄고 있는데, 이것을 과연 해방이라 부를 수 있느냐고 그는 물었다. 이 지점에서 노나메기는 단순한 윤리가 아니라 체제 비판의 언어가 된다. 신자유주의는 경쟁을 미덕으로 만들고,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그러나 백기완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실패는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나눔을 거부한 사회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노나메기는 바로 이 잔혹한 자기책임론을 무너뜨리는 사상이다. 백기완은 성장 담론을 철저히 불신했다. 성장은 언제나 희생을 요구했고, 그 희생은 늘 가장 약한 이들에게 전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성장은 있지만 나눔은 없는 사회”를 가장 폭력적인 사회라고 불렀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극심한 양극화, 비정규직의 일상화, 청년과 노인의 동시적 빈곤은 그의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그의 언어는 투박했고, 때로는 거칠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숙함이 아니라 의도된 선택이었다. 그는 지배층의 언어를 거부했고, 학술적 세련됨보다 삶의 진실을 택했다. 노나메기는 말의 형식에서도 엘리트주의를 거부하는 사상이었다. 장터의 말, 노동자의 말, 억울한 사람들의 숨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는 믿었다. 백기완은 타협하지 않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것은 고집이 아니라 기준의 문제였다. 그는 제도와는 협상할 수 있었지만, 나눔의 원리와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어느 정권에서도 불편한 존재였다. 진보를 자처한 권력 앞에서도 그는 박수를 치기보다 질문을 던졌다. 노나메기는 어디에 있는가.” 그 질문은 언제나 권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2018년 3월 12일 통일문제연구소에서 특강하는 백기완 선생. 정남준 오늘의 한국 사회는 여전히 노나메기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부는 소수에게 집중되고, 위험은 다수에게 전가된다. 노동은 쪼개지고, 연대는 해체되며, 정치마저 경쟁과 효율의 언어로 포장된다. 나눔은 구조가 아니라 미담으로 소비되고, 공정은 철저히 개인화된다. 이 모든 풍경은 백기완이 가장 경계했던 사회의 모습이다. 백기완을 추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나메기를 따뜻한 말로 미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추모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나메기는 ‘착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구조의 문제이며, 정치의 문제다. 나누지 않는 사회는 결국 폭력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제 다섯 해가 지났다. 그의 부재는 갈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오늘의 정치 현실, 갈라진 사회, 말 잃은 시민들의 풍경 앞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그가 지금 살아 있다면, 무엇이라고 말할까. 아마도 그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 없다. 다 예상했던 일이다.” 그는 분노보다 냉정한 통찰로 오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불편한 호령을 날렸을 것이다. 너희는 여전히 나누지 않고 있구나.” 그는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향해 말하기보다, 사회 전체를 향해 물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왜 밥상은 나누지 않느냐. 공정을 외치면서, 왜 약자의 몫은 늘 뒤로 미루느냐.” 그리고 아마 이렇게 덧붙였을 것이다.  말은 많아졌는데, 사람은 사라졌구나.” 백기완이 살아 있다면, 그는 여전히 광장에 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분노를 선동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그는 연대를 호소할 것이다. 경쟁의 언어를 버리고, 다시 서로의 얼굴을 보라고 말할 것이다. 노나메기는 정책 이전에 관계의 회복이며, 정치 이전에 삶의 태도라는 사실을 그는 끝까지 강조할 것이다. 그의 부재가 아쉬운 이유는 단지 한 어른을 잃어서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말해줄 사람,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말해줄 사람을 잃었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인기와 거리를 두며, 오직 약자의 편에서 말해줄 사람을 잃었다. 그래서 그의 빈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백기완은 떠났지만, 노나메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완성된 이론이 아니라, 우리가 매번 다시 선택해야 할 삶의 방식이다. 나눌 것인가, 독점할 것인가. 함께 살 것인가, 서로를 밀어낼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것, 그것이 그를 기리는 가장 정직한 방식일 것이다.  백기완 선생 5주기에 우리는 그를 기념하는 데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의 사상을 다시 불러내고, 그의 질문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려야 한다. 그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떠났어도, 너희의 몫은 남아 있다. 나눌지 말지는 이제 너희가 결정할 일이다.”   2014년 1월 밀양 송전탑 투쟁 현장에서의 백기완 선생. 정남준 그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질문은 여전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곧,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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