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핵심광물 확보 위해 물기본지침 개정 검토…전략광산 절반은 가뭄지역 [뉴스] EU가 지정한 핵심광물 전략광산 위치와 장기 수자원 변화 추세. 노란색과 붉은색은 건조화가 진행된 지역을 의미한다. / 출처=워터셰드 인베스티게이션
유럽연합(EU)이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물기본지침(WFD)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가 핵심광물 광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수자원 보호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기본지침은 하천과 지하수의 수질 악화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EU의 핵심 환경법이다.
전략광산 절반이 가뭄지역…핵심광물 확보 전략에 물 부족 변수
가디언이 탐사보도 전문기관 워터셰드 인베스티게이션(Watershed Investigations) 분석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EU가 핵심원자재법(CRMA)에 따라 지정한 전략광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20년 동안 건조화가 진행된 지역에 위치해 있다. 절반 가까이는 최근 3개월 내 가뭄을 겪은 지역에 있으며, 4분의 1은 물 스트레스 지역으로 분류됐다.
특히 스페인에는 물 부족 위험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전략광산 6곳이 포함됐다. 포르투갈과 그리스 역시 물 부족 문제가 심각한 국가다. EU가 확보하려는 핵심광물 상당수가 물 부족 지역에 묻혀 있는 셈이다.
EU는 올해 광산과 정제·재활용 시설을 포함한 전략 프로젝트 47개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33개가 광산 프로젝트다.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되면 인허가 절차가 단축되고 정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역내 광산 개발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전략광산 상당수가 물 부족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보호법이 광산 인허가 장벽으로…EU, 개정 검토 착수
물기본지침은 하천과 호수, 지하수의 수질 상태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도록 규정한 EU 수자원 정책의 핵심 법률이다. 특히 광산 개발로 하천이나 지하수의 상태가 나빠질 경우 인허가가 제한될 수 있도록 한 악화 방지(no deterioration) 원칙은 핵심적인 규제 장치로 작용해왔다. EU가 핵심광물 프로젝트 인허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물기본지침 개정을 검토하는 이유다.
EU 집행위는 지난 3월 물기본지침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집행위는 핵심광물 접근성을 높이고 규제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법률 단순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핵심광물 분야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집행위는 지난 5월 광업 분야를 대상으로 물기본지침 적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광산 인허가 과정에서 규정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회원국 간 해석 차이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광업업계도 제도 개편을 요구해왔다. 유럽 광업협회 유로마인즈(Euromines)는 물기본지침 간소화와 인허가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산업정책과 물 보호 규제가 정면으로 맞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AI·배터리 원료 확보와 물 안보 충돌
반면 환경단체들은 핵심광물 확보를 위해 물보호 규제를 완화하는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스페인 환경단체 에콜로히스타스 엔 악시온(Ecologistas en Acción)은 전략광산 지정 과정에서 수자원과 생물다양성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며 EU 집행위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했다.
수자원 전문가들도 같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카베 마다니 유엔대학 물·환경·보건연구소장은 가디언에 현재 장애물로 묘사되는 안전장치는 이미 취약한 상태 라며 물 부족 지역에서 보호장치를 약화한 채 광산 개발을 서두르는 것은 러시안룰렛과 같다 고 말했다.
가디언은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와 물 안보 사이의 충돌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