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대출펀드 환매 러시…금융위기 뇌관되나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모대출의 부실화 위험 우려가 월가 안팎에서 커진 가운데 사모대출 투자펀드 환매 요청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위험을 느낀 자금이 사모대출펀드에서 빠르게 이탈 중인 흐름도 관찰되고 있으며, 운용사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심지어 시장 일각에선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단계와 비슷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환매요청이 빗발치는 사모대출펀드
블룸버그 통신은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클리프워터가 운용하는 주력 사모대출 펀드의 1분기 환매 요청 규모가 펀드 전체 지분의 14%에 달했다고 11일(현지시간) 해당 펀드의 투자자 서한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펀드는 분기별 환매 한도를 5%로 설정했으며, 재량에 따라 환매 한도를 최대 7%로 규정하고 있다.
월가 안팎에서는 인공지능(AI)의 파괴적 혁신이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의 수익모델을 무너뜨리면서 관련 산업의 기업 대출 부실화가 가시화될 것이란 경고가 지속해 제기돼왔다.
사모대출 시장을 향한 신용 위험성 경고 속에 사모대출에 강점을 가진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고객의 환매 요청 급증에 직면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종 사모대출에 투자를 늘려온 미국의 사모펀드 블루아울 캐피털은 최근 운영 펀드 중 하나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혀 월가의 우려를 더욱 확산하게 만드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블랙스톤은 최근 자사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BCRED)와 관련해 펀드 지분의 7.9%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모두 수용한 바 있다.
사모대출 업계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사모대출 펀드 자산의 신용 기초여건이 여전히 안정적이라며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사모대출 자산이 비유동적이고 자산 평가가 투명하지 않으며 소프트웨어 업계 인수·합병(M&A) 관련 대출이 업계 호황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장부 가치가 대출의 부실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부실 우려를 반영해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 펀드의 담보자산 가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아닌 비은행 금융중개회사의 대출을 일반적으로 지칭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회사, 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자금 수급의 빈틈을 파고들면서 사모대출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해왔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펀드자금은 이탈하고 운용사 주가는 폭락하고
한편 월가 사모대출펀드에서 전례 없는 투자자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사모대출 위험 노출도가 큰 주요 투자회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모건스탠리는 사모대출 관련 우려가 이어지면서 전장보다 4.05% 하락 마감했다. 아폴로 글로벌매니지먼트(-5.44%), 블루아울 캐피털(-4.55%), 블랙스톤(-4.78%), 아레스 매니지먼트(-6.73%), KKR(-3.73%) 등 주요 사모대출 관련 투자회사들도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모건스탠리가 전날 자사의 사모대출펀드(노스헤이븐 사모인컴펀드)의 1분기 환매 한도를 펀드 지분의 5%로 제한하며 투자자 환매 요청의 절반 규모만 수용했다는 소식이 시장 불안감 확산을 유발했다.
뉴욕 모건 스탠리 빌딩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체투자 전문 운용사인 클리프워터 역시 전날 주력 사모대출펀드(클리프워터 기업대출펀드)의 환매 요청 규모가 펀드 전체 지분의 14%에 달한 가운데 환매 한도를 7%로 제한한 것도 사모대출 관련 월가의 경계감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사모대출 시장을 향한 신용 위험성 경고 속에 사모대출에 강점을 가진 월가의 투자회사들은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고객들의 줄 이은 환매 요청에 직면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고액 자산가 등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최근 몇년 새 자금 모집에 열을 올렸던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요구에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자회사인 HPS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사모대출 펀드에 대한 투자자의 환매 요청을 모두 수용하지 않고 환매 한도를 5%로 제한했다.
반면 블랙스톤은 최근 자사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BCRED)와 관련해 펀드 지분의 7.9%(약 5조6천억원)에 달하는 환매 요청을 수용했지만, 규제 한도(7%)를 벗어난 환매 요청을 수용하기 위해 임직원 자금까지 동원했다.
블루아울과 아레스도 작년 4분기 한도를 상회하는 환매 요청을 수용한 바 있다. 다만, 블루아울은 운영 펀드 중 하나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혀 월가의 우려를 샀다.
최근 몇 년간 월가 사모펀드(PEF)들은 소프트웨어 업종의 사업모델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고 투자금을 늘려왔다.
소프트웨어 업종 전반에 걸쳐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이어진 가운데 사모펀드들이 직접 지분 인수에 뛰어들었고, 이 과정에서 사모대출펀드들이 차입매수(LBO·대출로 기업을 인수하고 그 기업 자산·수익으로 상환) 자금을 지원해줬다.
일부 전문가들은 호황기에 차입매수로 인수된 소프트웨어 회사가 기대했던 이익을 내지 못할 경우 관련 대출이 부실화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해왔고, AI 혁신은 부실 발생 시기를 더욱 앞당길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대출 부실화 우려로 투자자들이 사모대출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까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펀드 수익률 하락과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블룸버그에서 나오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미 기업 퍼스트프랜즈와 트라이컬러 파산 사태 이후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실제로는)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언급해 사모대출을 포함한 신용시장 관련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JP모건 본사 안내석. 연합뉴스
이러다 금융위기 터지는 것 아닌가?
최근에는 시장 일각에서 금융위기 도래설까지 퍼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를 인용해 보도했는데, 보도에 따르면 하넷은 전날 낸 투자자 노트에서 2026년 자산 가격 흐름이 2007년 중반에서 2008년 중반 사이의 가격 움직임과 불길할 정도로 유사하다”며 월가가 불길하게도 2007∼2008년 유사 장세 를 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험 속에 국제 유가는 중국 등의 수요 급증과 투기적 수요 유입으로 2007년 중반 배럴당 70달러선에서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사모대출 부실 우려로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미국·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11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에서 유조선들이 항해하고 있다.2026. 03. 11 [로이터=연합뉴스]
하넷은 현 미국 금융시장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지 않고, 사모대출 문제가 금융위기와 같은 시스템적 위기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격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정책 당국이 월가를 구제해줄 것이 믿음 아래 자산가격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 포지션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모대출펀드 환매 러시와 기업대출 부실화 우려 속에 월가에서는 위기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난달 사모대출 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털이 운용 중인 3개 펀드 중 하나의 환매를 영구 중단한다고 알리자 알리안츠그룹의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이는 지난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 순간일까”라고 쓰기도 했다.
앞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8월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자산에 투자한 펀드 3개의 환매를 전격 중단,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이어지는 전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때 미국 4대 투자은행 중의 하나였던 리먼 브러더스 . 2008년의 리먼 쇼크 (월스트리트발 국제 금융위기)로 파산한 리먼 브러더스가 간판을 내리고 있다. 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