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동화 · 외환위기 부를 한미통상합의 폐기해야 [카테고리 설정이 아직되어 있지 않습니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비준 지연을 이유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관세와 상호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인 25%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돌발적인 발표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조만간 내려질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여부 판결과 맞물려 있을 수 있다며, 불리한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한국 국회의 비준을 압박해 한국의 대미 투자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해 타결된 한미 통상·안보 협상 자체를 되짚어 보면서 그 문제점들을 다시한번 점검해 보려 한다.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이 쓴 이 글은 지난해 11월 14일 공개된 한미협상 팩트시트(사실관계 설명서) 및 한미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중심으로, 한국의 대미 투자 및 지불이 한국경제에 가져올 파괴적 영향과 함께 한미 투자 약정의 불평등성, 불공정성 문제를 주로 다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한미 간의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으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면서 이에 따라 난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 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2026.1.27. 연합뉴스
한국 경제력이 감당할 수 없는 대미 투자와 지불 규모
팩트시트를 통해서 확인되는 한국의 대미 투자와 지불은 정부의 전략투자 3500억 달러, 기업의 대미 투자 1500억 달러, 대한항공의 360억 달러 보잉항공기 구입, 국방부의 미국산 군사장비 250억 달러 구매 및 330억 달러의 주한미군 지원 등이 있다. 팩트 시트에서 언급은 안 되어 있지만 한국 가스공사는 1000억 달러어치 미국산 LNG(액화 천연가스)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이 모두를 합하면 6940억 달러다. 이는 한국 GDP(국내총생산, 2024년) 1조 8697억 달러의 무려 37.1%에 해당된다. 한 해 동안 모든 기업, 정부, 가계가 국내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 들인 총소득의 3분의 1을 훌쩍 넘는 금액이 미국으로 건네진다는 의미다.
이번 관세협상에 따른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액은 5000억 달러로 해외직접투자제도가 시작된 1968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57년 동안 이뤄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 누계액 2563억 달러(조선일보, 2025.7.31)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이다. 이런 사실들은 통상협상 합의가 우리의 경제력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대미 지출을 강요하고 있으며, 만약 이 합의가 이행된다면 한국경제의 출혈이 불가피할 것임을 말해 준다.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미국의 쿠팡 사태 압박 규탄 기자회견 을 하고 있다. 2026.1.27. 연합뉴스
국민경제의 공동화를 불러올 대미 투자
2024년 국내 기업의 제조업 설비투자는 144조 원(1005억 달러)이다. 만약 5000억 달러 (정부와 기업의 투자액)가 앞으로 10년에 걸쳐서 미국에 투자된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매년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의 절반에 해당되는 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해야 하므로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산업기반 정비, 기술 혁신, 생산성, 고용 등 모든 면에서 정체를 피하기 어렵다.
제조업의 생산유발계수(수요 1단위당 생산유발액)와 고용유발 계수(최종수요 10억원 발생시 전산업에서 유발되는 노동자수)는 2023년 기준으로 각각 1.975와 3.9다. 10년에 걸쳐 5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가 집행된다면 매년 987억 달러의 생산유발 효과와 22만 7290 개의 고용유발효과를 포기하는 것이 된다. 반면 백악관은 대한항공의 360억 달러의 보잉 항공기 구매로 미국에서 13.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득의만면해 하고 있다. 정부의 대미 전략투자 3500억 달러에는 미 조선업에 대한 투자(이른바 마스가 MASGA 사업) 1500억 달러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내 조선업의 능력에 비춰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한국의 3대 조선사(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2025년 설비투자는 1.7조 원(12억 달러)인데 그 125배에 달하는 자금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투자된다. 국내 3대 조선사의 시가총액(2026년 1월 12일 기준)이 130조 원(880억 달러)이다. 1500억 달러면 3대 조선사를 거의 두 번씩 인수할 정도의 규모다. 국내 조선업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돈이 미국 조선산업의 재건에 투자되면 국내 조선산업의 공동화를 피하기 어려우며, 다른 한 편으로는 국책금융기관의 공금융(정책금융)이 투입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육성 등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투자는 크게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마스가 사업은 국내 투자와 보완적인 성격이 아니라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전면적 투자 형태여서 국내 산업의 부수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조선업 쇠락기 때처럼 제조업 투자 부진이 중장기적으로 중소·중견 공급업체 위축으로 이어지고”(중앙일보, 2025.11.3.), 고용감소와 지역경제 불황을 가져와 국민경제가 공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는 저출생 고령화, 수요 부진, 성장 잠재력 약화 등의 요인으로 2020∼2025년까지 6년 연속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어 장기적 침체의 초입단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지불능력을 뛰어넘는 5000억 달러의 투자금이 미국으로 유출된다면 한국경제는 생산성이 저하되고 해외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경제활력이 저하되어 장기침체에 빠졌던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한국개발연구원, 해외투자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2025.11.4.)
정부가 직접 현금 투자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3500억 달러 투자 대부분은 대출과 보증 형태로 하고 직접(현금) 투자비율은 5% 수준에 그칠 것”(매경 이코노미, 2025.10.30.)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금 비중을 5%(175억 달러)로 미국과 합의했다는 당초 정부의 설명과 달리 최종적으로 합의된 현금 비중 2000억 달러는 그 11.4배여서, 우리로서는 제2의 외환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정부가 직접 현금을 투자하는 경우는 미국과 관세협상을 벌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 5500억 달러를 투자하지만 전부 기업이 투자를 맡고 일본정부는 공적 금융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친다. EU(유럽연합)도 7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였지만 기업이 투자를 맡고 어떤 정부도 직접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추가관세 인상(25%) 소식을 전하는 KBS 뉴스광장.
제2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될 처지
한미투자 양해각서는 한국은 연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투자금액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매년 200억 달러 한도면 우리가 보유한 외화자산의 운용수익으로 대부분(150억 달러) 충당할 수 있다”며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연합뉴스, 2025.10.30)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외화자산 운용수익은 그 변동성이 커서 한국투자공사의 위탁운용은 4년에 1번꼴로 손실을 봤을 정도다. 전체 외환 보유액은 2014∼2024 10년간 3636억 달러에서 4156억 달러로 520억 달러가 늘어났다. 연평균 52억 달러가 늘었을 뿐이다.(연합뉴스, 2025.11.9.) 이런 사실은 정부의 주장과 달리 외화자산 운용수익으로만 150억 달러를 충당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매년 200억 달러를 조달하려면 외환보유액 150억 달러 안팎을 축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외화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그 경우 앞으로 10년간 매년 150억 달러의 빚을 내야 하고 4.8%의 이자(7.2억 달러=1조 240억 원)도 지불해야 하므로 달러 빚은 눈덩이처럼 누적된다. 만기가 되면 원금도 갚아야 하므로 한국은 달러 빚 노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며, 그 전에 외환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외환 보유액(2025년 말 4281억 달러)도 결코 넉넉한 것이 아니다. 2024년 말 기준 GDP 대비 외환 보유액은 한국이 22.2%로 일본의 30.6%, 대만의 73.7%와 비교해 한참 낮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적정기준(권고)에 따르면 한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은 9200억 달러다.(조선일보, 2025.3.7.) IMF(국제통화기금)의 외환보유액 적정성지표를 기준으로 해도 2022년 한국의 외환 보유액(4220억 달러)은 권고기준(4362∼6543억 달러)을 밑돌았다. 외환 보유액은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운용 수익을 투자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정상적이지 않다. 외환위기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2000억 달러 현금조달 합의 자체가 시급히 무효화되어야 한다.
외환시장에 대한 안전장치 뒀다는 정부 주장의 기만성
정부는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한국이 자금 조달 규모 및 납입 시기 조정을 요청하는 안전장치를 반영했다”고 말하지만 미국은 신의를 가지고 한국의 요청을 적절히 검토한다”고만 되어 있어서 안전장치 작동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손에 맡겨져 있다. 정작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화스와프를 정부 스스로 거둬들이고는 안전장치 마련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 외환시장에서 위험이 고조된다고 해서 미국 내에서 이미 시작된 실제 투자가 조기에 청산되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외환시장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미국 내 투자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미국의 선의에 기대어 외환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것은 우리 외환정책을 미국에 맡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제2의 외환위기 사태에도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미국의 사업 선정권과 수익배분 구조의 불평등성
이재명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 해 투자를 진행한다”고 밝혔지만 양해각서에 따르면 투자금의 회수가 가능한(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이 추천되고 승인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선의에 맡겨져 있다. 최종 투자 승인은 미국 대통령이 하고 투자대상의 추천도 미 상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투자위원회가 하며 선정된 사업 관리와 집행도 미국인 투자촉진관이 하게 되어 있는 등 투자 선정부터 집행 전 과정을 미국 측이 관장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한미 양국으로 구성) 는 투자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이다. 사업성이 양호해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고 원금 회수가 확실한 자국 내 투자사업이 있다면 미국 자본은 굳이 이를 한국한테 양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불투명한 사업에 한국의 투자금을 사용할 가능성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사업수익 분배 또한 매우 불평등하고 불공정하다. 한미 투자양해각서(MOU) 15항을 보면 투자 특수목적법인(SPV)은 투자로부터 발생한 모든 ‘현금 흐름’을 간주 배분액(투자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이 한국과 미국에 분배될 때까지 한국에 50% 및 미국에 50%(미국 세금공제 후)”를 분배한다고 되어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2000억 달러의 투자로부터 현금 흐름(수익)이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법인세(25%)를 공제하고서도 최소한 4000억 달러가 발생하지 않으면 원금조차도 회수할 수 없는 수익배분구조다. 이런 수익배분구조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미국이 한국과 똑같이 수익의 절반을 가져가고 그에 따라 투자자인 한국의 원금 회수가 시간적으로 2배가 더 걸리고, 사업이 실패하거나 수익성이 낮으면 원금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원리금 회수 후에는 한미가 1:9로 분배하게 되어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한국은 사업 전기간에 걸쳐 순이익이 나더라도 거의 챙기기가 어려운 구조다. 이 점에서 수익배분구조는 반시장적이고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MOU의 약탈적인 성격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 사업의 불평등성
마스가 사업 1500억 달러는 정부의 책임 아래 국책금융기관(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 무역보험공사 등)의 보증, 대출(선박 금융)과 민간투자 등을 통해 조달한다. 마스가 사업은 정부의 현금투자 2000억 달러와는 또 다른 경제적, 안보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팩트시트를 보면 마스가 사업(한미조선업협력사업 투자)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미국은 미국 조선산업의 현대화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하고 유지·정비·보수(MRO), 인력 양성, 조선소 현대화, 공급망 회복력 등의 분야에서 한미가 협력하며” 그 목적은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 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의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첫째, 마스가 사업은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위한 것이고 그 궁극적 목적은 미국의 군함과 상선을 빠르게 증가시켜 미국의 해양패권을 회복하고 중국의 해양산업을 견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산업은행법 1조는 정책금융이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쓰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 조선업 현대화와 미 해군함 건조를 위해 국책금융기관의 대출이나 보증이 이뤄지는 것은 정책금융의 취지에 반하며, 한국산업은행법 1조 및 18 조에도 위반된다.
둘째, 한국의 조선업이 미국의 해양패권 회복과 중국 해양산업 견제 전략에 복무하고 편입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스가 사업은 해양패권 회복과 중국 해양산업 견제를 위해 미 조선산업의 재건을 필요로 하는 트럼프 정권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이다. 미국 조선업의 재건에 필요한 자본과 기술, 인력을 한국 정부와 조선사로부터 헐값으로 확보하려는 것이 마스가 사업이다. 미 국방부는 향후 30년간 364척의 해군함을 건조(연간 400억 달러 소요)할 계획이다. 또 조선산업기반(조선사와 협력업체의 인프라와 인력 등) 투자는 2024∼2028년 사이에 126억 달러(연간 25억 달러)가 계획되어 있고 군함 정비·보수비는 연간 148억 달러 수준이다. 마스가 사업 1500억 달러면 미국은 앞으로 8년 동안 미 군함 정비와 조선기반 현대화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트럼프 정권은 자국 조선산업의 현대화 비용의 거의 전부를 한국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미 군함 및 미 상선의 건조, 미 군함의 정비·보수를 위한 투자사업에 한국의 조선사들이 참여하게 되면 미 국방부와 미 해군이 우선하는 사업을 그들이 정한 기준과 조건에 따라 그들의 통제 하에 수행해야 하며 기술 이전, 현지 인력 고용, 미국산 부품 조달 등의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 한국의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업에 편입되어 미국의 해양패권 회복과 중국 해양산업 견제전략에 복무하는 게 된다. 만약 국내 조선사들이 한국 내에서 미 군함을 건조하고 지금 시험적으로 하고 있는 미 군수함의 정비보수를 본격화하는 단계로까지 간다면 한국은 중국을 겨냥한 전진 작전기지, 그리고 중국 미사일 감시기지에 이어서 미 해군의 군수 및 MRO기지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조선산업이 미국의 대 중국 견제전략에 복무하고, 미국 조선산업에 편입되는 것은 우리의 주권과 평화와 안전, 우리의 민생과 복지에 반한다. 마스가 사업은 중단·철회되어야 한다. 한편 세계해운시장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현행 다자적·자유무역질서(규범)에도 어긋난다. 세계 운항 컨테이선의 90%가 중국산이고 세계 운항 선박의 19%가 중국 국적이다. 미국은 작년 10월에 중국 선박에 대한 제재(입항료 부과)를 가했지만 도리어 미국민들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등 역효과가 나자 11월 경주 미중 정상회담에서 제재조치를 1년간 유예하였다.
양극화 문제 해결을 포기한 채 재벌에 기대 위기를 돌파하려는 정부
지난해 11월 16일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향후 5년간 각각 450조 원과 125조 원의 국내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는 무리한 대미 투자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정부가 요청한 것이다. 이들 재벌그룹의 발표는 금산분리와 지분율 규제 완화에 대한 정부의 약속에 호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국내투자가 조금 늘어난다고 해서 정부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따른 국민경제 공동화와 외환위기의 위험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 위험성은 정부가 우리 경제의 지불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국가 재정과 공금융을 헛되이 낭비하는 데서 비롯된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약속이 파기되지 않은 채 재벌기업이 한국경제의 지배력을 더욱 확장하면 한국경제는 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금산분리와 지분율 규제 완화는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필히 이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재벌이 주도하는 수출 위주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한국경제의 극심한 경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한국경제의 균형적이고 자립적인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며, 고질화된 한국경제의 대외적 취약성은 굳어지고 성장 잠재력은 지속적인 저하를 면치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경제의 지불능력을 넘는 자금 유출에 따르는 국민경제의 공동화와 외환 위기의 위험성은 관세 인상을 감당함으로써 받게 되는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 딘 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요구한 3500억 달러의 20분의 1을 피해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는 데 쓰는 게 더 이익”(중앙일보, 2025.9.14.)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은행조차도 25% 관세를 적용받더라도 그 부정적 영향을 수출 다변화와 수출기업의 관세부담에 대한 정부 지원으로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경향신문, 2025.9.21.)
한미 투자 양해각서 27조는 각국은 본 양해각서를 중단할 의사를 상대 국가에 서면으로 통지함으로써 언제든지 본 양해각서를 중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미국 연방법원이 트럼프의 관세인상을 불법으로 판결할 경우 MOU 파기선언을 하는 방법을 포함해 한국은 언제라도 대미 투자 합의를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횡포와 갈취에서 벗어나 한국경제가 성장하려면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미국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과 함께 자립적인 경제기반의 구축과 그것에 필수적인 경기 양극화(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노동시장 이중구조, 중앙과 지방 불균형 등)의 해소, 전근대적인 노동력 착취의 근절, 남북경제협력을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