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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L, 항공 화물 탈탄소화 ‘SAF 구매’ 접고 감축권 거래로 전환…스코프3 회계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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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물류기업 DHL이 항공 화물 부문 탈탄소화 전략을 지속가능 항공연료(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직접 구매에서 ‘배출 감축권 거래’ 중심으로 전환한다. DHL 그룹은 18일(현지시각) 에어프랑스 KLM 마르티네어 카고(AFKLMP)와 새로운 프레임워크 협약을 체결, 올해분으로 3만50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권 계약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에어프랑스 KLM 마틴에어 카고의 광고 담당 부사장 거트잔 롤랑스(왼쪽)와 DHL 글로벌 포워딩의 글로벌 항공화물 담당 부사장 헨크 베네마(오른쪽) / 출처 = DHL 신규 협약의 핵심은 ‘북앤클레임(book-and-claim)’ 방식이다. 이는 EU 배출권거래제(ETS)의 법정 배출권이나 탄소상쇄 크레딧과 달리, 지속가능 항공연료(SAF) 사용으로 발생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증서 형태로 분리해 거래·배분하는 회계 구조다. 에어프랑스 KLM이 특정 공항에 SAF를 실제로 주입하면, 그에 따른 배출 감축량이 증서로 발급돼 중앙 레지스트리에 등록된다. DHL은 이 증서를 구매해 자사 물류 서비스에 연동하고, 해당 감축 실적을 고객사에 배분한다. DHL은 이 구조를 ‘고그린 플러스(GoGreen Plus)’라는 유료 물류 상품으로 운영하고 있다. DHL 네트워크 내에서 발생한 SAF 사용에 따른 감축 효과를 고객별로 할당하는 방식으로, 개별 화물이 실제로 SAF를 사용한 항공편에 실리지 않았더라도 물류·운송 과정에서 발생한 스코프3 배출을 감축한 것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 SAF 공급이 일부 공항에 집중돼 전 노선에 물리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북앤클레임은 감축 효과를 네트워크 단위로 배분하기 위한 대안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북앤클레임이 SAF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 효율적인 배치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국제 항공 탄소상쇄제도(CORSIA)의 모니터링·보고·검증 체계에 매스밸런스(mass balance) 및 북앤클레임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규제 압박 속 ‘검증 가능한 감축’ 수요 확대 이번 프레임워크 전환의 배경에는 강화되는 규제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ReFuelEU Aviation’ 규정을 통해 역내 공항에 공급되는 항공유의 최소 2%를 SAF로 의무화했으며, 해당 비율은 2030년 6%, 2050년 70%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EU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물류 부문 스코프3 배출 공시가 의무화됐고, 글로벌 화주 기업들은 검증 가능한 감축 실적 확보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DHL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연간 약 3만5000톤의 ‘웰투휠(well-to-wheel·생산부터 운항까지 전과정)’ 기준 배출 감축 실적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2022~2024년 3개년 협약을 통해 달성한 총 7만7595톤 감축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를 단일 연도에 확보하는 것이다. 이번 계약은 에어프랑스 KLM이 체결한 연간 SAF 파트너십 가운데 최대 규모로, 양사는 2026~2027년 추가 물량을 단계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DHL 글로벌포워딩의 헨크 베네마 글로벌 항공화물 부문 부사장은 배출 감축권 거래 방식이 예측 가능성과 확장성,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에어프랑스 KLM과의 협력이 업계 전반에 적용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프랑스 KLM 마르티네어 카고의 게르트얀 로엘란즈 상업 부문 부사장도 SAF에 대한 지속적 협력이 항공 화물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며, 가치사슬 전반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장기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물류기업 DHL과 에어프랑스 KLM 화물이 항공 화물 부문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했다./DHL 제공   중복계상 리스크와 검증 체계 과제 다만 북앤클레임 방식의 확산을 둘러싸고 검증 체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바스대학교가 항공환경연합(AEF)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는 동일한 SAF 사용에 따른 감축 실적이 항공사와 화주 기업에 각각 배분될 경우, 회계상 중복계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사가 스코프1 감축으로 보고한 SAF 사용 실적을 화주 기업이 동시에 스코프3 감축으로 신고하면, 실제 한 번의 감축이 두 차례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SAF 공급망 전반에서 지속가능성 증명서(PoS) 체계가 표준화되지 않아 검증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EU 배출권거래제(ETS), ICAO의 CORSIA, IATA SAF 레지스트리 등 관련 제도가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 동일한 SAF 배치에 대한 중복 청구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관련 문서에서 유일한 증서 발행과 취소 절차를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복계상과 사기 위험을 낮추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DHL도 고그린 플러스 프로그램에서 증서별 고유 식별번호와 제3자 검증 절차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 장벽 역시 여전하다. 유럽항공안전청(EAS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SAF 평균 가격은 톤당 2085유로(약 360만원)로, 일반 항공유의 약 2.8배 수준이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SAF가 여전히 항공연료 대비 2~5배 비싸며, 전 세계 항공연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정은 DHL이 2030년까지 항공 화물 운송의 30%를 지속가능 연료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에 맞춰 추진됐다. 업계에서는 장기 계약과 표준화된 감축권 구조가 SAF 투자 확대의 전제 조건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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