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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는 시작했는데…초중고 ‘민주시민 교육’ 표류 우려
[교육]
2024년 12·3 내란 사태를 겪은 육군사관학교는 지난해 2학기부터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했다. 『헌법과 민주시민』 과목을 신설해 3학점 필수의무로 이수하게 했다. 그런데 정작 내란 우두머리와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들을 배출한 각급 학교의 교육은 큰 변화가 없다. 전국의 초중고에서 당연히 『헌법과 민주시민』 과목을 학습해야 마땅한데 그런 소식이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주시민교육 특별위원회 위촉식에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12.22.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교육부는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헌법 전문 강사 특강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초중학교 276개 학교에서, 올해부터는 고등학교까지 확대해 357개 학교로 늘린다. 그러나 이는 초중고 전체 1만 2000개 학교 중 0.03%에도 미치지 못한 수치이다. 문제의 핵심은 시민교육에서 앞서가는 북서유럽처럼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더욱이 외부 특강으로 진행되는 헌법 교육에 대해 학생의 성취도 평가도 없다. 한마디로 일회성 전시성 정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2·3 내란 사태를 겪고도 뚜렷한 변화가 없이 표류하는 현실이다. 영국은 1997년 총선에서 18~24세 청(소)년 투표율이 54.1%로 전후 역사에 가장 낮았다. 집권 노동당은 2000년 시민교육을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전격 도입했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에서 『시민성』(Citizenship) 교과를 독립교과로 신설했다. 그리고 2002년부터 중·고등학교 교실 수업에서 필수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했다. 블레어에 이어 2005년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총리가 집권하면서 시민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좋은 시민 (good citizen)을 추구한 보수당 집권 시절과 달리 노동당은 적극적 시민 (active citizen)을 지향했다. 다시 말해 ‘적극적 시민성’(active citizenship)을 함양함으로써 시민의 사회참여를 강조한다. 프랑스 역시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도덕 시민교육』(EMC) 교과를 탄생시켰다.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화국 가치를 지키기 위한 11가지 조치 를 발표했다. 시민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3년 동안 무려 2억 5000만 유로, 우리 돈 약 3000억 원을 책정했다. 그리고 총기 테러 참사가 발생한 2015년 가을학기부터 『도덕 시민교육』(EMC) 교과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정치와 종교의 분리, 즉 라이시테(세속주의) 정신을 더욱 분명히 하려는 의도였다. 2018년엔 교육과정을 다시 개정해 타인 존중하기 와 공화국 가치 습득·공유하기 , 그리고 시민문화 구성하기 를 더욱 강조했다. 프랑스가 시민교육 교과서를 즉각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교과서 자유발행제 국가였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교과서에 실린 노동자 파업 장면(출처: 학교시민교육교원노동조합 제공) 실제로 프랑스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차별과 혐오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담아 공부한다. 그만큼 교육과정에서 인종주의와 성희롱에 대해서 단호한 태도를 학습한다. 중학교에선 ‘청소년 시의회에 참여하기’와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권리와 사회 정의’를 학습한다. 노동조합의 존재와 중요성을 공부하고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배운다. 우리가 프랑스의 『도덕 시민교육』 교과서를 ‘연대의 끈’으로 부르는 이유이다. 시민교육을 통해서 연대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게 교육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는 1988년 창당한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이 2018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했다. 그러자 2018년 집권 사민당은 시민교육을 크게 강화했다. 기존 사회과 교과 명칭을 『시민성』(Civics) 교과로 변경했다. 국회를 통과한 교육법, ‘학습지도요령’에는 ‘차별과 불관용에 맞서 당당히 싸울 것’을 명기하고 있다. 스웨덴 교육의 목표가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것에 있음을 교육법에 명문화한 결과이다. 핀란드 또한 시민교육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교육 선진국이다. 사회 교과를 시민교육 선도 교과로 삼고 예술, 체육 교과까지 모든 교과에 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모세혈관처럼 스며들게 했다. 여섯 살 예비학교(Pre-school)부터 정보 문해력 교육을 한다.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종합학교 7학년에 ‘청소년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있다. ‘청소년위원회’는 지방자치법에 명문화된 기구로 청소년 대표가 청소년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배분한다. 이른 나이에 정치 실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핀란드는 프랑스를 본받아 1998년 ‘청소년의회’를 전격 도입했다. 2006년에 제정된 (Youth Low)에 따라 ‘청소년의회’를 국회의장이 주재한다. 대정부 질문 때 일반 의회와 똑같이 현직 총리와 장관이 직접 출석해 답변한다. 그만큼 국가가 나서서 청소년들에게 정치 실체를 깨닫고 느끼게 한다. 열다섯 살이 되면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데 부모 동의 아래 열세 살에도 녹색당에 가입할 수 있다. 2019년 총선에서 서른네 살의 산나 마린(사민당) 여성 총리가 그냥 탄생한 게 아니다.   북유럽 4개국의 40세 이하 청년 국회의원 비율(출처: 국제의회연맹 홈페이지 검색일시 2026년 1월 20일 오후 5시 24분) 실제로 북유럽 청년 국회의원 비율은 1/3 안팎으로 청년의 권익을 충실히 대변한다.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고작 4.3%에 지나지 않은 우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우리 2030 청년 세대가 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이 크고 현실에 좌절감이 큰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독일은 1997년 뮌헨 선언에서 ‘민주주의는 정치교육을 필요로 한다’고 선언했다. 시민교육이 곧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임을 천명한 것이다. 독일 연방 내 16개 주 정부는 교육과정과 교육정책 등 교육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데 하나같이 ‘정치교육’을 강조한다. 학교 당국도 학생의 학교 밖 정치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특히 바덴 뷔르템베르크주는 주 헌법에 정치교육 담당 교과를 명문화하고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독일 정치교육의 대원칙인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도출한 소도시 보이텔스바흐 역시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에 있다. 독일은 과거 학생의 잠재력을 타율적으로 끌어내는 교육(Erzieung)으로부터 대전환을 시도했다. 학생 스스로 독립적 사고를 통해 정치적 판단 역량을 주체적으로 세우는 교육(Bildung)으로 인식을 180도로 바꿨다.   독일 정치교육 세부단원 목차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외국인 배척과 극단주의를 언급하고 있다. (출처: 교육부 민주시민교육정책중점연구소 2019년 보고서 ‘해외학교 민주시민교육 교육과정 및 교과서 분석’ 111쪽)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은 독일 극우 정당 대안당(AfD)이 2013년 창당하자 이에 맞서 정치교육을 강화했다. 2005년부터 매년 거행해 온 ‘정치교육의 날’(Aktionstage Politische Bildung) 행사를 크게 확대했다. 2015년부터 를 포함시켜 18개 연대기구로 행사 규모를 확장했다. 정치적 비판 능력과 정치적 판단 역량을 높이려는 조치였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4일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교육부의 제1 역할은 민주공화국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발언에 크게 고무됐고 안도하는 한편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현실은 솔직히 불안하다. 응원봉과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만큼 민주시민교육 실행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 첫걸음이 북서유럽처럼 민주시민교육을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제도화하는 일이다. 그리고 시민교육에서 앞서가는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핀란드처럼 서·논술형 절대평가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일이다.   공정한 경쟁을 설명하는 내용(출처: 미래엔 중학교 도덕 2학년 교과서 93쪽) 인간의 본성을 ‘경쟁하는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연대하고 협력하는 존재’로 서술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원리에 반하고 학생들을 극한의 경쟁으로 내모는 반교육적인 상대평가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분과학문적인 지식과 개념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고 설명하는 교과서 내용을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을 당연시하고 경쟁이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인 양 교과서에 서술한 내용부터 바로잡고 북서유럽처럼 존중하고 연대하는 삶을 중심으로 시민교육 내용 요소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서유럽 시민교육 교과서는 참고할 만한 게 적지 않다. 시간이 별로 없다. 1020 세대에서 유독 두드러진 혐오와 차별의식을 존중과 공감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 첫걸음을 이재명 정부 교육부가 힘차게 내딛길 기원한다.하성환 시민기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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